개인과 사회의 정체성을 정의한다는 것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0-05-27 10: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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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얼마 전에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둔 상자를 정리했다. 제법 오래된 상자 속에는 어린 시절 물건이나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가득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졸업하던 내게 주신 편지, 군대 훈련소 시절 보냈던 편지 등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서 꼬깃꼬깃하게 접혀있는 종이가 눈에 띄었다. 펴보니 군 복무할 때 받은 롤링페이퍼였다(정신교육시간에 실시한 것이다). 


10명 정도가 쓴 롤링페이퍼에는 정말 다양한 말들이 있었다. 누구는 “아플 때 챙겨줘서 고맙다”, 누구는 “깊은 이야기를 나눠서 좋았다”고 썼다. 또 누군가는 왜 익명으로 진행되는 롤링페이퍼에 좋은 말만 쓰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며 “평소에 애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라며 내 미담을 부정했다. 


그 시절 나는 그저 ‘나’로 살았지만, 나를 겪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서 다른 모습으로 비쳤다. 이것은 ‘군대’라는 폐쇄되고 일반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생긴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에 대해서 누구는 정신력이 약하다 하고, 누구는 귀신도 이길 만큼 정신력이 강하다고 한다. 누군가는 예의 바르다 하고, 누군가는 속된 말로 ‘싸가지 없다’라고 평가한다. 


그럼 이런 것이 ‘김유신’이라는 인물만 겪는 특별한 상황일까? 그 또한 그렇지 않다. 거의 모든 사람이 상대방에 따라 듣는 말이 다를 것이다. 자신이 대하는 상대방에 따라서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싫어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올해 초, 울산의 역사문화를 통해서 울산의 정체성을 규정하고자 시도한 글을 읽었다. 울산에서는 지역의 역사성이 부족하다거나,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사실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이 가지는 특징이 있고, 그런 특징 때문에 나타난 여러 사건, 모습들은 그 지역의 성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서 한 개인의 다양한 모습을 예로 들었는데, 그런 다양한 모습 속에서 본인이 대표성을 가진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역민들이 내세우고 싶어하는 특성, 정체성이 있다. 


그런데 울산의 역사 전반을 언급하며 특정한 단어로 정체성을 규정하려고 할 때, 잘못 인용했거나, 끼워 맞추기 식으로 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이번에 읽은 글은 그냥 보고 넘기기에는 정도가 지나친 감이 있었다. 본인이 생각한 단어에 울산의 역사 중 필요한 부분을 광범위하게 끼워 맞췄는데, 도무지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을 규정하는 정체성이나 성격은 그 지역의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있어 보이’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선택적 인용이나 왜곡을 하기보다는 조금 더 깊이 있고, 다양한 연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의견교환이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훨씬 공감할 만한 것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정말 ‘있어 보이’는 게 아닐까.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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