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에서 '그린에너지 메카'로 탈바꿈 시도…군산의 도전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7-15 17: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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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태풍의 눈’, 해상풍력

2017년 군산은 혹독한 시기를 겪어야 했다. 바로 군산 산업의 뼈대인 군산조선소가 폐쇄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일감 부족 때문에 2017년 7월부터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했다. 군산조선소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약 1조 원, 총 4조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으나 조선업계가 위기를 맞이하며 군산조선소 역시 큰 타격을 받아 문을 닫게 됐다. 군산조선소는 한때 5000여 명의 인력이 북적이는 곳이었으나 최소인력만을 남긴 350명만이 남게 됐고 대부분이 직장을 잃었다. 80여 곳에 이르던 조선 관련 협력업체는 30여 곳으로 줄어들었다. 군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군산조선소는 군산 제조업 총생산의 25.6%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군산 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기에 조선소 폐쇄의 여파는 매우 컸다. 군산 지역경제에 군산조선소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컸던 만큼 불안감이 증폭되자 정부에서 나서서 다시 군산조선소를 열 것이라고 약속한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현대중공업이 돌아와 다시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통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 배가 만들어지고 있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전경. 군산시 제공.


군산시, 경제침체 극복할 새로운 먹거리 찾아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위기에 빠졌던 군산조선소가 해상풍력으로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군산시는 지자체 단위에서 재생에너지의 중심지로 변환하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 군산시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업종전환에 눈을 돌려, 재생에너지를 전도유망한 산업분야로 보고, 차근차근 이 산업의 중심이 되기 위한 작업을 2018년부터 해왔다. 새만금개발청과 전라북도는 2018년 10월 30일,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열고, 새만금을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조성해 재생에너지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정부와 전북도는 2022년까지 총 6조6000억 원을 들여 군산 새만금에 3GW급 태양광 발전단지를, 군산 인근 해역에는 1GW급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해 총 4GW 용량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으로 인해 고용 9만7474명, 생산 25조4423억 원, 부가가지 6조9852억 원의 파급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군산시는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를 설립해 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명확한 정책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다.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는 재생에너지 전담기관으로 새만금 부지 내 육상·수상 태양광사업(100㎿)과 공공 유휴부지발전사업, 해상풍력사업 등 재생에너지사업의 총괄기획과 운영, 수익금 배분 등의 주요 역할을 전담한다. 이를 통해 기업유치와 고용창출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주민에게 이익금을 배분해 주민수용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는 지난 6월 24일 발기인 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선포식. 군산시 제공.



위기의 조선업 운명, 해상풍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희망

군산시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유망한 산업으로 여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해상풍력이 위기의 조선업계를 되살릴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 기자재를 만드는 공정은 풍력구조물 공정 과정과 상당히 유사하다. 해상풍력의 하부구조물에 쓰이는 바지(Barge)나 스파(Spar), 리그(Rig), 터빈의 샤프트(Shaft) 등은 기존 조선업에서 쓰이는 기술과 동일하다. 때문에 기존 군산조선소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기도 하다. 이에 전북도와 군산시는 지난 5월, ‘조선기자재기업 신재생에너지 업종전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는 업종전환 사업에 필요한 예산, 각종 행정사항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군산조선해양기술사업협동조합은 업종전환을 위한 공장, 장비 구축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풍력 하부구조물 등의 설계기술 개발과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이번 업종전환 사업으로 새로운 도약 계기를 마련해 지역산업과 연계한 신성장 동력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발기인 창립총회. 군산시 제공.


한국 해상풍력 기존 조선 인프라 덕에 전망 밝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세계에너지 전망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해상풍력 시장은 매년 14%씩 꾸준히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전도유망한 산업으로 각광받는 분야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같은 선진국은 일찍이 해상풍력 산업에 사활을 걸고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지금까지 한국은 해상풍력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던 것이 사실이다. 해상풍력설비는 탐라해상풍력(30MW), 월정해상풍력(5MW)을 비롯해 시운전 중인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60MW)를 합쳐도 95메가와트(MW)에 지나지 않는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했던가. 한국 해상풍력산업 역시 빠르게 움직인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 한국의 조선기술은 한국을 조선업 1위 자리에 앉힐 만큼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군산의 미래 산업이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있다고 판단하고, 신재생에너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강 시장은 2018년에 덴마크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성공적인 풍력발전 도입 사례를 직접 확인했다. 덴마크의 에스비에르는 기존 오일과 가스 중심의 항구도시에서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항만으로 탈바꿈한 뒤 현재는 유럽 내 설치된 해상풍력 시설의 절반 정도를 선적할 만큼 활성화됐다. 강 시장은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단지와 군산 해역에 조성될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의 배후 항만 역할을 하게 될 군산시의 미래 모습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산업은 변하고, 변혁을 맞이할 때마다 위기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서 전화위복을 할 수도, 주저앉을 수도 있다. 지난 6월 18일, 군산에서 전북 해상풍력 확산과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해상풍력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에 참석한 윤성혁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산업과장은 “해상풍력산업의 경우 조선기자재 제조공정과 상당부분 일치해 관련 산업을 충분히 견인할 수 있다”며 해상풍력이 군산경제의 미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군산시는 정부 그린뉴딜 산업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려고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기에 빠진 군산시가 위기를 극복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바람을 타고 일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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