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외환은행 론스타게이트를 폭로하다

배문석 / 기사승인 : 2019-11-21 10: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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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감

정지영 감독 뚝심이 영화적 재미까지

자산가치 70조, 대한은행을 1조 7천억원 의문의 팩스 5장으로 헐값에 팔리는 사건. 그 속에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 해외투기자본이 결탁해 주무르는 검은 손이 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경제에 관심 있는 관객은 ‘외한은행’과 ‘론스타’를 떠올릴 수 있다. 영화도 그 실제사건을 중심 소재로 가져왔다. 

 


외환은행은 1989년 민영화됐지만 IMF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독일은행 코메르츠방크에 매각됐다가 2003년 론스타가 사들인다. 미국 사모펀드로 론스타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98년이었고 외환은행 인수는 매우 큰 투자였다. 하지만 3년 뒤 외환은행은 정상화됐고 그때부터 은행 매각에 나서게 됐고 2012년 하나금융에 넘어간다. 인수부터 매각까지 론스타가 챙긴 금액은 7조원. 


<블랙박스>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외환은행과 론스타라는 이름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사건을 영화로 만들어 사회고발을 해왔던 정지영 감독은 이번에도 뚝심있게 사건의 전모를 다룬다. 

 


한번쯤 들어봤다고 사건의 내막을 모두 알긴 어렵다. 생소한 경제용어가 사용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건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등장시킨 주인공이 서울지검 검사 양민혁(조진웅)이다. 수사를 할 때 물불을 안 가리고 ‘막프로’로 불리는 평검사 양민혁은 자신이 맡았던 사건의 피의자가 자살하면서 자신도 사건에 블랙홀처럼 휘말린다. 양민혁은 대한은행 회계팀 직원이었던 피의자와 내연관계인 금감원 최차장이 연이어 사망한 배경을 파헤쳐 나간다. 그 과정에 대한은행의 법률 대리인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이하늬)를 만나 공조를 시작한다. 


처음엔 티격태격하다 한배를 탄 두 사람이 관객들을 이끄는 조타수가 된다. 양민혁을 관객의 시선에 맞춰 의문을 제시하면 김나리가 어려운 부분을 설명해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두 주인공의 합이 무척 중요한 데 캐스팅은 합격점을 줄만한다. 조진웅은 오랜만에 물을 만난 듯 배역에 잘 어울렸고 이하늬는 최근 연이어 보였던 코믹연기에서 탈피했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아직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자막으로 끝난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외한은행 매각 지연의 책임을 물어 46억 79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투자자와 국가 간 국제소송이 진행 중이며, 만일 정부가 패소할 경우 5조4300억 원의 배상금을 국민의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라는 자막을 보여주기 위해 정지영 감독이 영화를 완성한 것이지도 모른다. 

 


1990년 빨치산을 소재로 한 <남부군>, 1992년 베트남전쟁의 그림자를 보여준 <하얀 전쟁>그리고 사법정의를 소재로 했던 <부러진 화살>(2011)과 독재정권 때의 고문수사를 적나라하게 다룬 <남영동1985>(2012). 원로감독으로 뒤로 물러나지 않고 여전히 메가폰을 놓지 않은 정지영 감독의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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