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북의 70년 전쟁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박준석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 기사승인 : 2020-06-24 10: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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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사회연대

사람의 나이 70이면 저승사자가 오늘 올지 내일 올지 알 수가 없지 않은가? 수명이 길어져서 앞으로도 20년은 더 싸워봐야 대자연의 섭리 앞에 좀 더 겸손해 질 것인가?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키고 패전한 독일은 동서로 나뉘어 서독 안에서도 좌우로 갈려서 치열하게 싸웠다고 한다. 정치의 주인이 정치를 모르면 사악한 세력이 그 주인을 노예로 부릴 수 있음을 깨달은 그들은 민주시민의 정치의식을 기르는 교육을 했다. 성숙된 시민의식은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깨닫게 했다. 생각이 다르고 능력이 달라도 서로 존중 받아야 할 존재임을 인식한 것이다. 독일은 노동조합의 사회적 영향력이 높고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동시에 세계 최고의 산업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사회의 다수 구성원인 노동자들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존중을 받고 있다. 독일사회는 성숙했고 동서 간 통일도 이끌어냈다.


아이들이 형제 간에 작은 문제로 치고받을 때 어른들이 “둘 중에 한 녀석이라도 어른스러우면 싸웠겠나?”라고 말한다. 언제쯤이면 70년간 멈춰버린 성장시계가 다시 돌아갈까?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고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모범적으로 견뎌내고 있는 한반도의 우리 남쪽만이라도 먼저 깨달음을 위한 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영호남으로 갈라진 정치, 차별금지법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시민의식, 기득권을 지키고 작은 능력을 무기로 모든 것에 우선권을 가지려는 욕심, 자신과 다르거나 부족한 조건에 처한 이들을 배척하고 비하하며 함부로 짓밟으려는 풍토부터 버려야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분열, 갈등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산업환경의 변화와 코로나19는 사람들이 좀 더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나누면서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장시간 일하고 가장 많은 사람이 산재로 목숨을 잃고, 사회적 양극화가 가장 심한 이 땅에서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온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기본소득을 넘어 모두가 존중 받고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40년 전 광주의 희생으로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았다면 70년 동안 수백만이 죽고 수많은 시간 동안 고통 받았던 전쟁에서 우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6월 16일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처럼 또다시 밑바닥을 확인하려는 어리석음은 멈춰야 한다. 한반도에 더 이상의 희생제물은 필요치 않다. 가장 밑바닥까지 갔던 고통의 깊이만큼 느끼고 배운 상호존중과 공존의 가치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먼저 1987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시민항쟁의 기운을 받아 7월 5일 현대엔진노조 설립을 시작으로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일터의 민주화와 경제민주화를 위한 투쟁을 시작했던 절대다수인 노동자의 조직들이 작은 차이와 이해갈등으로 33년 동안 덩치는 커졌으나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음을 돌아볼 때다.


박준석 전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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