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활동가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필요하다

이철호 (사)공동체창의지원네트워크 대표이사 / 기사승인 : 2020-07-29 10: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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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청년

지난주 한 지자체에 중간지원조직의 운영을 위한 위탁심사를 받으러 갔다. 지역에서 조례를 만들고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운동의 주체로서 활동해왔기에 단독입찰에 적격부적격 정도를 따지는 자리라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 들어가서 느껴지는 공기는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월요일에 연락이 와서 화요일에 평가 일정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고, 평가를 위한 브리핑 중에 10분을 초과했다는 지적을 받고서야 발표에 배정된 시간이 10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가위원들의 질의는 아……, 아직도 탄식이 나올 정도다. 흐름상 중요한 사항도 아닌 예를 들면 ‘크라우드 펀딩의 개념’에 대한 설명을 한참이나 해야 한다거나 중간지원조직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본인이 맡은 청년 관련 사업에 대한 연계나 홍보가 가능한지 같은 질문들이었다. 기본적으로 발주 이전에 내부에서 정리되고 동의돼야 하는 개념은 심사자들과 공유돼야 하고, 영역에 대한 이해와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있는 위원들에게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10년간의 활동을 돌이켜본다. 10년 전 지역에서 공동체의 활성화와 지속성을 외치며 공동체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울산 북구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를 만들고 운영했다. 공동체와 사회적경제, 주민자치, 주민참여 등을 지역사회에 적극 전파했다. 지역사회에서 청년과 공동체 사회적경제 창업을 통한 청년활동의 지속성 등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영역과 도시재생 사업들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역의 장기적인 참여형 정책도 개발했다. 청소년들에게 정부 예산의 수립과정, 마을 안에서의 예산 사용 사례 등을 알려주고 구체적으로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을 워크숍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 청년들이 지역을 이탈하지 않고 교육을 받고 지역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역 청년들에게 전통시장에 대한 경험을 제공했으며 소액의 수의계약이 가능한 범위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는 지역의 청년사회적경제기업과 문화기획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공동체창의지원네트워크를 설립하면서 울산대학교 정문 앞 상가에서 지역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3개 층 100평 이상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그중 1개 층은 전기, 수도 관리비 등의 부담도 전혀 없는 창업보육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울산광역시 청년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1년 6개월간 청년센터의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지역청년정책, 청년네트워크, 청년활동 등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시적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청년성장을 지원하는 사람책 도서관을 운영했다.


어떤 일을 더 해야 하는 걸까? 어떤 활동을 부족하게 해 왔나? 지난 10년 단 한 번도 쉽게 해결한 일이 없었다. 울산에 돌아온 후 시민활동이 직업인 유사 영역의 선배들을 오랫동안 봐 왔다. 먹고살기 어려운 영역에 사회의 필요에 의해 발을 들이고 묵묵하게 일하고 있는 그들을 존경해 왔다. 폄하하고자 하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매일 열두 시간 넘게 일해도 겨우 최저임금 수준의 팍팍한 삶에, 다른 시민단체들 후원과 지역, 동료, 선후배 관계들과 챙겨야 하는 경조사, 진입하면 최소 스무 살 정도는 차이가 나는 상근활동가 선배들과의 생활은 청년들에게는 상상조차 싫을 두려움이라 생각한다. 울산지역 시민단체의 대표 중에 전업 활동가는 잘 없다. 청년들은 현재의 선배들을 통해 30년 뒤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볼 터인데, 30년을 활동해도 교수, 변호사, 의사같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후원자그룹이 대표를 하고 상근자는 여전히 상근자로 남는다면 울산의 시민활동에 다음 세대가 이어가는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민활동가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필요하다. 대학, 공공기관, 연구소 분들은 일이거나 명예이거나 관심이겠지만 활동가에게는 평생의 업이다. 훨씬 나은 보수를 기대하는 것도 대단한 명예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평생을 걸고 하는 활동에 있어서는 본인들의 직업이나 전문성을 내세워 누를 것이 아니라 존경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런 장황한 한탄을 해 나간다고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은 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의 NPO 문화를 바꾸고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도 스스로 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나의 길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철호 (사)공동체창의지원네트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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