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다수 노동자의 대표가 될 수 있는가?

박준석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 기사승인 : 2020-07-29 1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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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사회연대

90% 미조직 노동자, 한국노총과 무소속노조를 제외하면 5%에 불과한 조직률이다. 그 구성도 대기업과 공기업노동자들이 다수다. 대기업노조의 조합원은 물론 노조간부들조차 지역사회와 전체 노동자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낮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내부의 다양한 현안과제에 매몰된다. 언론을 통하거나 조직 내부의 공식적 체계를 통해 공유되는 사안을 벗어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다수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 부당노동행위, 고용불안에 대한 공감대가 낮다. 기업복지와 기업노동조합의 울타리 안에서 일정하게 고충이 해결되니 지역과 전국노동자들과의 연대에 대한 절박함이 떨어진다. 그나마 노조의 공식 교육과 선전을 통해 전체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 사회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하고 있으나 현실감 있게 와 닫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위원장은 중집위원도 대의원도 설득하지 못하는 합의안을 만들어 왔다. 일부 활동가들은 100만 조합원들이 직접 뽑은 위원장에게 정권과 자본의 앞잡이라는 표현도 했다. 위원장이든 산별노조와 지역본부의 그 어느 직선대표든 전체 노동자들의 단결은 고사하고 100만 조합원의 마음도 하나로 만들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조직률이 낮다. 그 낮은 조직률 내부의 단결력도 낮다. 다수의 미조직노동자들의 공감대도 못 얻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본과 자본의 이해를 우선적으로 대변하는 정치권조차 민주노총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자신들이 가진 이익을 나눠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겉으로만 표현할 뿐이다. 제도적 통제와 억압의 강화로 간단히 해결하면 될 일이지 구태여 애쓰고 싶지 않다는 태도다.


사회적으로 절대다수인 미조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지도 못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조차 노동자의 1%를 조직하기가 쉽지 않다. 민주노총이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국회의원이 한 석이라도 있는가? 국민 다수의 공감을 끌어낼 설득력 있는 정책대안을 마련하지도 못하고 있다. 자신의 정책을 선전할 수단도 없다.


수능점수로 온 나라 학생들의 등급을 나눠 가르는 것을 당연한 일상으로 겪고 살아온 노동자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등급을 나누는 차별과 분열에 익숙해져 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듯이 경쟁에서 죽거나 살아남는 것을 아무런 감정 없이 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


수십만 년을 진화해 오면서 인간의 이기적 생존유전자에 함께 저장돼 이웃의 아픔과 고통에 같이 아파하는 본성을 나타내는 ‘신생아성 반응울음’은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논리 속에서 너무도 쉽게 제거된다. 


국민의 절대다수인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기 전에 먼저 자신들과 함께하고 있는 노동자와 이웃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경쟁과 분열을 몰아내지 않고 하나가 되기는 어렵다. 작은 차이로 분열하기보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자신 만큼이나 이웃의 소중함을 크게 느껴야 한다.


스스로 하나가 되지 못하면서 다수의 노동자와 시민, 민족이 하나 되길 바라는가?


박준석 전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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