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속 동물이 된 ‘여우’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기사승인 : 2019-06-12 10: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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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야생동물

올해는 5월 말부터 이미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졌다. 올여름 무더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여름 무더운 열대야에 잠을 설치는 시민들을 위해 방송사에서는 오싹한 납량특집을 기획 방영하곤 한다. 거기에 매년 단골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야생동물이 있다.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 천년 이상을 살고 몸의 털이 순백색인 ‘천년호’가 그 주인공이다.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모습으로 우리 문화 속에 항상 존재하는 동물, 그 동물은 다름 아닌 ‘여우’다.

 


남한에서는 1970~1980년대까지 밤마다 시골 마을 뒤 야산에서 ‘캥-캥’하고 우는 여우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친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마을 공동묘지가 있는 장소에서 여우가 놀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는 사례도 많아 여우를 매우 무서운 동물(?)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여우는 매우 귀엽고 깜찍한 동물이다. 사람을 흘기듯이 바라보는 눈매를 지녔고 주둥이는 개보다 앞으로 뾰족하게 길게 나와 있다. 몸의 털 색은 옆구리에서 등으로는 적갈색이나 황갈색이고, 턱에서 목을 거쳐 배면은 하얀색이다. 발등은 검은색을 띤다. 몸길이 60~80센티미터, 꼬리 길이 40센티미터, 체중은 10kg 내외로 진돗개보다 훨씬 왜소하다. 늘씬하게 빠진 몸매에 꼬리는 털이 덥수룩하고 진돗개와 달리 말려있지 않고 길게 늘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늑대와 같은 개과에 속한 여우는 늑대와 달리 민가 주변에서 흔히 목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여우를 이야기할 때 공동묘지를 빠뜨리지 않는데, 그 이유는 여우가 습성상 공동묘지처럼 야산의 노출된 환경에서 놀기 좋아하고 새끼를 기르는 집도 묘지 밑에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땅을 잘 파고 썩은 고기를 잘 먹는 습성 때문에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은 무덤 속 사체를 먹기도 한다. 공동묘지는 여우에게 식량을 주고, 새끼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집을 제공하는 최적의 생활환경이었다.


이웃 일본 홋카이도의 경우 약 200만 명이 사는 삿포로시 도심에서 유유히 생활하는 여우가 있어 관광객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리조트 휴양지와 국립공원의 숙박시설을 방문할 때 마치 안내원처럼 입구에 여우가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자주 있다. 도로변에서는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맛있는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여우는 세계 각지의 분포 지역마다 생활환경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간과 친숙한 야생동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마을 주변뿐 아니라 산림지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는 1993년과 1995년 지리산과 경남 지역에서 여우를 목격했다. 간혹 드물게 강원, 전남, 경남 지역에서 여우를 봤다는 정보가 들려온다. 2004년 강원도 양구에서 죽은 여우가 발견됐고, 2014년 5월 부산대학교 밀양캠퍼스 안 산림에서 살아있는 여우가 발견돼 무인 센서 카메라에 촬영되기도 했다.


정부는 10년 넘게 경북 영주 소백산국립공원지역을 거점으로 여우 종복원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하지만 방사한 여우가 북한으로 넘어가고, 넓은 지역을 이동하다 불법 엽구에 부상을 입어 사망하는 예상 밖의 난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사한 여우가 울산에도 왔다가 불법 연구에 부상을 입어 회수한 사례도 있다.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인 여우가 우리 곁에서 사라진 원인은 무엇일까. 1960년대부터 쥐를 잡기 위해 전국에 독극물(쥐약)을 보급했는데 독극물을 먹고 죽은 동물 사체를 여우가 먹고 중독돼 죽는 2차 피해를 당했다. 늑대도 같은 이유로 절멸했다. 급격하게 변화한 농촌의 생활환경도 여우의 서식환경을 악화시켰다. 주민들은 닭이나 키우는 가축의 피해를 막고 여우의 털가죽을 얻기 위해 여우를 남획했다. 여우는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분포해 있고 개체 수도 많다. 환경 변화에도 생태적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로 여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절멸의 길을 걷고 있다.

□ 다른 이름: 야시, 여시, 영이(지방 사투리)
□ 영명: Red fox
□ 학명: Vulpes vulpes Linnaeus, 1758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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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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