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노동자부터 피눈물을 짜시더니 결국은

박유기 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 / 기사승인 : 2019-03-13 10: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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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논단

2018년 5월 28일, 문재인 정부는 적폐세력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시키는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노동계와 진보진영에서 저임금 노동자들 두 번 죽이는 최저임금법 개악이라고 강력히 항의하자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홍영표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연봉 2500만 원 미만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피해가 간다는 게) 사실이라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고 법안도 폐기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지금 노동현장에서 사용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최저임금 돌려막기(최저임금 인상 없이 상여금 및 수당 최저임금 포함) 현실을 똑똑히 보시라. 홍영표 대표가 ‘사퇴’를 하고 개악법안을 ‘폐기’해도 수백 번을 더 해야 할 지경이다.


2019년 최저임금(시급 8350원)을 적용해야 하는 1월이 다가오자 중소사업장을 중심으로 사용자들은 그동안 격월 또는 분기별, 반기별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쪼개서 매월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버렸다, 사용자가 노동자들에게 불이익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과반수 이상 노동자 또는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94조가 있는데, 정부는 작년 5월 법 개악 시 특례조항까지 만들어서 ‘동의’가 아니라 ‘의견청취’만 하면 되도록 만들어 줬기에 상여금 쪼개기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은 엿장수(사용자) 마음대로다.


작년 노조를 만든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회사 측이 노조(지회)에 “2019년 1월부터 상여금을 매월 분할해서 지급한다”는 공문을 보냈고, 노조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통보했음에도 회사 측은 “노조의 의견을 청취했다”면서 강행해 버렸고,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회사 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법이니 따질려면 청와대에 가서 따져라”는 식으로 나온다.


이렇게 상여금을 매월 쪼개서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놓고 “우리 회사는 최저임금 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니 추가로 임금 인상은 없다”고 버틴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되기는커녕 까딱하면 줄어들 지경으로 내몰릴 판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이 총파업, 총력투쟁을 걸고 강력한 반대(심지어 한국노총 내부의 반대)의견을 제출했음에도 탄력근로제를 3개월에서 최장 6개월로 늘리는 법안을 ‘사회적 합의’라는 명목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7일 열린 제2차 경사노위 본회의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을 대표하는 노동자위원 3명이 불참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표결처리가 무산된 데 이어서, 11일 열린 경사노위 3차 본회의에서도 이들의 불참으로 표결이 무산됐다. 탄력근로제 확대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들이 본인들과 충분한 교섭조차 없이 합의된 탄력근로제 연장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거수기’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문제에 해당한다.


탄력근로제 연장과 관련해 노동조합과 사전 동의 절차를 둠으로써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은 최소한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노동조합조차 없는 청년노동자, 여성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장시간노동과 임금미지급 등 가장 큰 피해 당사자 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그런데 경사노위는 피해 당사자들과 깊이 있는 교섭도, 의견 반영도 없이, 노동시간제도개선위의 공식적 합의안이 아닌, 고용노동부 차관과 한국노총 사무총장, 한국경총 부회장, 경사노위 상임위원, 노동시간제도개선위 위원장 5인이 졸속으로 합의한 개악안을 국회로 넘겨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을 찾아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 통치가 3년차를 앞두고 있는 2019년 3월, 비정규직노동자, 청년노동자, 여성노동자들의 ‘희망’은 ‘절망’으로 무너지고 있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하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법 개악과 탄력근로기간 확대를 통해서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촛불(?)정부가 다음 수순으로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에게 공격의 칼끝을 겨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경사노위에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자본가들은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완전히 말살하려는 개악안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및 파업 시 제조업 파견 허용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쟁의행위 찬반투표 엄격화 △부당노동행위 처벌규정 삭제”등을 의제로 던졌다.


“노동조합은 파업 찬반투표를 함부로 하지 말고, 파업은 회사 밖에서 하고, 파업현장에는 대체인력을 투입해서 정상적인 생산을 하도록 하고, 사용자들이 불법·부당노동행위를 해도 처벌을 못하게 하고, 단체협약은 2년이 아니라 4년에 한 번씩 갱신하도록 하자.”


대통령자문기구인 경사노위 안에서 대한민국 헌법 3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기본권인 ‘파업권’을 완전히 거세시켜 자본가들의 천국을 만들어 주자는 저들의 궤변을 보면서 생각한다.
‘지금이 박근혜, 이명박 시절인가? 아니면 전두환 시대로 돌아갔나?’


박유기 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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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기 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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