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과이도 쿠데타의 진실

원영수 국제포럼 / 기사승인 : 2019-05-08 10: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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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또 다시 드러난 반정부 세력과 미국의 실체

지난 4월 30일 발생한 베네수엘라의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미국과 반정부 세력의 정권 교체 시도가 또 한 번 실패했다. 그러나 국내외 주류 언론은 후안 과이도가 주도한 이른바 “자유작전”(Operation Freedom) 쿠데타가 일어나 충돌이 있었고, 트럼프와 미국 정부가 이를 지지했다는 사실 외에 구체적 진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월 2일 카라카스 시 티우나 요새에서 군대 행진을 지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프레스


확인된 사실-코미디 1막

이번 쿠데타는 4월 30일 오전 5시 46분 후안 과이도가 영상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카라카스 동부의 라카를로타 공군기지에 후안 과이도가 소수의 무장 군인과 함께 등장했다. 또 2014년 과림바 폭력 사태로 구속됐다가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던 레오폴드 로페스도 합류했다. 로페스는 민중의 의지(VP) 당의 실세이고, 후안 과이도는 이 당 소속 초선 의원이다.


과이도는 “우리 군대의 주요 부대와 함께 마두로 독재를 타도할 자유작전의 최종 국면에 돌입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마치 라카를로타 공군기지를 장악한 것처럼 이미지를 조작했지만, 쿠데타 세력은 기지 밖에 있었다. 과이도의 메시지를 듣고 카라카스 동부에서 몇백 명이 합류해 공군기지로 진입하려는 전투를 벌였지만, 공군기지 점거 작전은 정부군의 완강한 저항 때문에 실패로 끝났다.


그 이후 과이도는 카라카스 동부에 집결한 반정부 시위대와 함께 대통령궁 미라플로레스로 진격하는 가두 작전에 들어갔다. 2002년 쿠데타 당시 수만 명의 시위대가 대통령궁으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저격수가 시위대를 저격했고, 이것이 쿠데타의 명분이 됐다. 그러나 2019년 과이도가 이끈 시위대는 몇천 명에 불과했고, 서쪽으로의 전진은 불가능했다.


그 이후 후안 과이도는 사라졌다. 당초 오후 6시에 과이도가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있었지만 과이도는 나타나지 않았다. 과이도와 함께 무장 폭동을 선동했던 레오폴드 로페스 역시 사라졌다. 로페스는 그날 밤 칠레 대사관으로 도피했다가 다음 날 다시 스페인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레오폴드 로페스는 가택연금 상태에서 정보부(SEBIN)의 감시 아래 있었다. 로페스가 집에서 탈출해 쿠데타 시도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은 정보부 요원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이도와 함께 했던 군인 25명이 브라질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했다. 그들은 “속았다”고 주장했다. 정보부 소속인 그들은 지휘관에게서 대규모 탈옥 사건이 발생했고, 탈옥범 체포 작전에 동원되는 것으로 듣고 무기를 지급받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의 엄호-코미디 2막

미국의 쿠데타 지지와 엄호는 아예 노골적이었다. 쿠데타 시점에 맞춰 트럼프, 폼페이오, 마르코 루비오 등이 트위터질로 쿠데타를 지지했다. 부통령 마크 펜스, 전 부통령 조 비든 등도 나섰다.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의 대통령도 뒤를 이었고, 심지어 유럽의회까지 쿠데타 지지에 나섰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 고위층과 마두로 제거를 위한 협상을 벌였다고 암시했다. 볼튼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노골적으로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 대통령 경호실장 이반 에르난데스, 마이켈 모레노 대법원 판사 등을 거명했다. 볼튼은 지난 3개월 동안 정권의 실세들이 야당 측과 평화적 정권 교체를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쿠데타의 실패가 명확해지자, 트럼프는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렸다. 트럼프는 느닷없이 쿠바를 지목하면서, “베네수엘라 헌법의 파괴와 죽음을 목적으로 하는 쿠바 군대의 작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최고 수준의 제재와 함께 완벽한 무역 금지를 쿠바섬에 가할 것”이라는 트위터 메시지를 날렸다.

메이데이-코미디 3막

4월 30일 8시 24분 다시 과이도가 트위터 메시지로 “내일[5월 1일] 자유작전을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신들을 “지지”한 군대에 감사를 표했고, “마두로가 군대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월 1일 수도 카라카스 동부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열렸지만, 2002년을 되풀이하거나 2014년과 2017년의 과림바를 재현할 만한 규모도 아니었고, 그럴 의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집회에서 후안 과이도는 “파업을 총파업으로 상승시키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과이도의 파업 호소에 호응하는 노동조합이 있는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면 친정부 진영도 대규모 메이데이 행진과 집회를 열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평소보다 더 큰 규모로 모였고,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에도 베네수엘라 민중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마두로 대통령은 정보부장 크리스토퍼 피구에로아를 해임하고, 구스타프 곤살레스 로페스를 신임 정보부장에 임명했다.


5월 2일 베네수엘라 법원은 레오폴드 로페스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로페스는 43명이 사망한 2014년 과림바 폭력 선동으로 13년 징역형을 받았고, 2017년 7월부터는 가택연금 상태였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로페스를 “양심범”으로 규정했고, 가택연금조차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마두로 대통령은 카라카스의 티우나 요새에서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과 함께 4000명의 사열을 받았고, 마두로 정부에 대한 군대의 충성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볼리바르 민중대회를 개최해 정당과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모여 현재의 위기 타개 방안을 위한 대중적 토론을 벌였다.

문제는 언론

어설프게 준비된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언론이다. 대부분의 국내외 주류 언론은 트럼프와 폼페이오, 볼튼의 주장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마치 이번 쿠데타로 마두로 정부가 전복될 것처럼 보도했다.


그리고 이번 위기와 쿠데타의 역사적 배경이나 반정부 진영의 계급적 성격과 폭력적 과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상 듣보잡에 불과한 후안 과이도의 실체에 대해서 거의 다루지 않은 채 마두로의 “사회주의 독재”에 맞선 “민주적 대안”, “민주주의의 대항마”라고 미국 정부의 근거 없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정적으로는 쿠데타가 처참하게 실패한 다음에는 아무런 후속보도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편파와 왜곡, 무지와 편견으로 똘똘 뭉친 국내외 주류언론은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왜곡된 사실의 수동적 수용과 대중의 무관심을 조장하고 있다. 또 민주주의 이름을 내건 베네수엘라 반정부 진영의 무자비한 폭력과 정치적 사기, 다른 나라의 주권을 짓밟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기만과 사기를 자행하는 미국 정부의 몰염치한 횡포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이번 쿠데타와 그 실패는 “사회주의 독재” 마두로 정부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부가 아니라, 거꾸로 쿠데타를 준비한 반정부 진영의 실력과 실체, 이를 비호하는 트럼프 정부의 허접한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베네수엘라 반정부 세력은 대안이 아니라 위험 그 자체이며, 대중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로 엄청나게 고통받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민중은 대다수가 반정부 진영과 미국의 정권 교체 방식에 전혀 동의하지 않으며, 심지어 반정부 세력을 지지하는 대중들도 폭력적 문제 해결에 나설 동력이나 의지가 없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원영수 국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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