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가 바라는 사회 질서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기사승인 : 2019-06-12 10: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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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묵자 읽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노동과정에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 노동의 결과가 공평하게 분배받는 사회를 묵자는 추구했다. 이러한 사회가 이루어지려면 개인의 이익 추구가 보장돼야 하며, 혈연에 의한 세습은 파괴되고 능력에 따라 새로운 질서가 수립돼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살았던 시대의 지배층은 부(富)를 독점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 반면, 재화를 생산하는 하층민은 계속되는 겸병전쟁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의 공포에 내몰렸다. 이 광경을 목격하면서 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백성에게는 세 가지 근심이 있다. 굶주린 자가 먹지 못하고, 추운 자가 입지 못하고, 일하는 자가 쉬지 못한다. 이 세 가지가 백성들의 큰 근심이다.”[민유삼환(民有三患), 기자부득식(飢者不得食), 한자부득의(寒者不得衣), 노자부득식(勞者不得息), 삼자민지거환야(三者民之巨患也)。]


춘추전국시대에 노예와 같이 일하며 금수와 같은 취급을 받았던 백성들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혜로운 하늘의 뜻이며, 그 뜻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지배자의 역할이고, 그 역할이 잘 수행돼야 나라가 안정되고 잘 다스려질 수 있다고 묵자는 생각했다.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하층민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주어야 하며, 따라서 모든 재판과 정치[형정(刑政)]는 백성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 묵자의 문제의식이었다. 전쟁과 음악을 비판[비공/비락(非攻/非樂)]하는 이유도 전쟁과 귀족들의 음악이 백성들을 가난과 기아로 내몰기 때문이며, 절용(節用)과 절장(節葬)을 주장하는 이유도 사치와 후장구상(厚葬久喪)이 백성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묵자가 다른 제자백가(諸子百家)와 달리 유일하게 하층민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성들의 우환을 해결하기 위해서 묵자는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공격하지 않는 국제질서와 큰 집안이 작은 집안을 찬탈하지 않고, 강자가 약자를 위협하지 않으며, 귀한 자가 천한 자를 업신여기지 않고, 영리한 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지 않는 사회질서를 제시했다.[처대국불공소국(處大國不攻小國), 처대가불찬소가(處大家不篡小家), 강자불겁약(強者不劫弱), 귀자불오천(貴者不傲賤), 다사자불기우(多詐者不欺愚)。]


묵자에게 있어 이러한 질서는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하느님의 나라였다. 강자보다는 약자, 다수보다는 소수, 귀족보다는 천인, 영악한 사람보다는 어리숙한 사람의 편에서 그들을 지원했다. 어찌 보면 묵자가 살았던 시대와 마찬가지로 2400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 사회과학의 핵심문제다. 묵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대안과 방법을 진지하게 제시했으며 평생 끊임없이 실천했다.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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