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서 동네 다락방(多樂房)을 만들다

박현미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19-06-07 10: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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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울산 마을공동체 탐방기
▲ 5월 18일 ‘우리 동네 다락방’ 프리마켓에 참여한 뒤 조합원들이 모여 사진을 찍었다. ⓒ우리동네다락방

 

행복한 울산 마을공동체 탐방을 시작한 지 어느새 5개월이 지났다. ‘2018 울산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수행한 34개 단체 중 열아홉 곳을 직접 방문했다. 남구 3개, 울주군 6개, 북구 6개, 동구 3개, 중구 1개에 대한 소개를 끝으로 이제는 ‘2019 마을공동체 사업 공모사업’에 선정된 35개 공동체중 첫 번째 얘기다. 남구 신정동 대공원대명루첸 아파트 안의 작은 도서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우리 동네 다락방(多樂房)’이다. 이곳은 작년에 이어 올해 연속으로 공모사업에 선정돼 활동하는 중이다.


마을공동체를 하면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삶의 여유와 재미를 준다는 게 공동체의 미덕이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마을공동체들은 그렇게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마을공동체 일에 매이기도 했고, 또 사업이 1년 단위로 진행되다 보니 장기계획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 일로 다져진 조합원들의 끈끈한 유대도 생겼다. 어른들끼리 서로 친하니 아이들은 저희끼리 동네 형아와 동네 누나가 많아져서 재미있게 놀았다. 그런 친목과 돌봄이 공동체의 특색이자 장점이지만 한 해 동안 고생을 너무 해서 올해는 이 사업을 신청 안 하려고 했다는데 어느새 연속해서 진행 중이다.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것 외엔 공통점이 없던 사람들이 작은 도서관을 기반으로 모였다. 2016년 4월 547세대가 입주했다. 주민은 유치부, 초등부 엄마가 많다. 작년 4월 지하 1층에 작은 도서관을 열었다. 자원봉사하는 회원끼리 서로 친해질 계기가 필요해서 마을공동체 사업을 신청했다는 김보영 대표의 말이다.


작년에 아동을 대상으로 한 미술수업 중 ‘아크릴로 그리기’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화가를 지도 선생님으로 초빙했고, 올해는 어떤 내용으로 미술수업을 할 것인지 미리 계획안을 신청받아서 그중 하나를 택했다. 작은 도서관 안에 여섯 살부터 초등저학년까지 아이들이 모였다. 아이들은 자기 사진을 갖고 와서 자화상을 그렸다. 자기 얼굴을 관찰해 실제 얼굴을 그리고 골판지에 붙여서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서로 나이가 다른 동네 형아, 누나가 모여서 같이 그림을 그리니 아이들은 이후 놀이터에서 만나도 스스럼없이 놀게 된다.


“다른 아파트에서는 여기 놀이터만큼 아이들이 잘 어울려 놀지 않아요.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니깐 아이들끼리 공동체가 실현되고요, 작년 사업 덕분인지 스스럼없이 아이들이 도서관에 들어와요.”


주민센터에서 지원을 받아 텃밭 가꾸기도 했다. 햇살과 바람이 좋고 사람들의 출입이 적은 곳에 줄지어 서 있는 텃밭은 15개의 이동식 화분이다. 모종을 심어서 아이들이 직접 명패를 달고 물을 주며 가꾸는데 오이, 가지, 방울토마토, 고구마 등 아이들이 원해서 심은 모종이 날마다 쑥쑥 크고 있다. 지난달 18일 있었던 프리마켓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막상 시작하자 다리미판 들고 오고, 빨래 건조대에 옷을 걸어서 내려오고 했어요. 작년에 히트 친 ‘달고나’를 만드신 분은 비가 와서 집에서 50개를 직접 만들어서 내놓고요. 어떤 분은 키다리 아저씨 복장으로 나타났어요. 입주민인데 주민을 위한 행사에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옆에서 아이들 체험행사로 향낭, 파우치, 캔들, 팽이를 100개 준비해서 직접 만드니깐 프리마켓을 하는 세 시간 내내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북적북적했어요. ‘우리 동네 다락방’이 앞으로 프리마켓을 여천천에 들고 나가서 신정 4, 5동의 축제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계획이 있어요. 작은 도서관을 연결해서 네트워크도 하고요.”


간디는 ‘마을공동체가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동네 다락방'이 삭막한 울산 아파트 주민들의 삶에 공동체를 회복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박현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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