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작은학교 학생중심 수학여행 체험기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19-06-07 10: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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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한 학급 20명의 아이들과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수학여행 기획, 답사, 일정과 코스 정하는 모든 과정을 아이들과 의논하며 계획한 수학여행이었고 학부모들의 의견과 지원도 받았다. 새로운 시도였기에 몇 가지 나눌 부분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여행코스 정하기


여행코스를 정하는 과정에서 아이들 의견을 받았다. 먼저 팀을 정해 2박 3일 수학여행 코스를 직접 짜보게 했다. 학급 전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땐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막상 팀별로 여행코스를 직접 짜보게 하니 모든 팀이 2박 3일 코스를 완성하지 못하고 끙끙댔다. 팀별로 한두 개 코스만 적어 제출했다. 수업시간을 할애해 직접 조사해 보고 발표하는 과정을 거치며 여행코스를 준비했다. 아이들은 막연하게 주워들은 곳을 여행코스로 많이 올려놓았다.

학생들과 수학여행 답사하기


수학여행 답사 매뉴얼에는 학생들을 데리고 가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학생참여형 수학여행으로 방향을 정했기에 반장과 부반장을 데리고 답사를 다녀왔다. 토론에서 살아남은 코스를 모두 다니며 학생 답사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코난 방탈출, 동대문디지털플라자, 바운스트램플린파크는 초등학생들에게는 맞지 않은 코스라고 학생 답사자들은 결론을 내렸다. 코난 방탈출은 직접 체험해 보니 초등학생에게는 너무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고 바운스 트램플린파크는 초6 학생들이 즐기기엔 너무 부족하다는, 저학년용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평가가 엇갈린 코스는 찜질방이었다. 아이들이 가장 원한 숙소는 찜질방이었다. 교사가 여러 가지 문제를 들어 찜질방 불가론을 설명했지만 아이들은 숙소 추천 1순위로 올려놓았다. 아이들이 추천한 용산역 앞 7층 규모의 훼미리스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시설의 규모, 놀이기구, 수영장, 실내 음식점, 영화감상실 등을 갖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었다. 하룻밤을 묵은 학생 답사자들의 의견이 갈렸다. 반장은 좋은 평가를 내렸고 부반장은 시설은 좋지만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문제를 들어 부적합 평가를 내렸다. 학생 답사자들은 답사보고서를 ppt로 만들어 학부모공개수업 ‘공식적 상황에서 말하기’에서 발표했고 결국 찜질방은 숙소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KTX와 지하철을 이용해 수학여행 하기


KTX와 지하철을 이용해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KTX를 이용하니 서울까지 가는 시간이 단축돼 9시 10분에 학교에서 출발해서 10시 13분 KTX를 타고 12시 20분에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역에서 팀별로 나누어 자유롭게 점심식사를 하고 영수증만 제대로 챙기게 했다. 팀별로 지하철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찾아가게 했다. 지하철앱과 지도앱을 이용해 1차 목적지인 런닝맨 체험관에 모두 잘 찾아왔다. 남는 시간에 인사동 거리를 둘러보게 했더니 두 팀은 둘러보고 두 팀은 제대로 찾아올 수 없을 것 같아서인지 1차 체험장소인 런닝맨 체험관 주변에서 놀았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조금씩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2차 목적지로 이동은 시간이 부족해 팀별로 택시로 이동하게 했다. 학생들끼리 탑승해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했다. 첫날 밤은 북촌 한옥마을에서 묵었다. 둘째 날은 서울시티투어팀과 롯데월드팀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비정규직노동자 쉼터 ‘꿀잠’에서 숙박하기


학부모 모임에서 숙소로 ‘꿀잠’이 추천됐다. 직접 답사한 학생들은 숙소로 적합 판정을 내렸으나 행정실과 학교장은 난색을 표했다. 정식 숙박업체가 아닌 점, 숙박비를 받지 않고 후원금을 받는 점, ‘비정규직노동자’란 이름이 주는 부담감이 이유였다. 안전성도 문제가 없었지만 작은 사고라도 나면 정식 숙박업체가 아니고 숙박비 처리가 매뉴얼과 다르고 ‘비정규직노동자’이름을 달고 있는 쉼터 모두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고민 끝에 행정적으로는 숙박비를 무료로 처리하고 학부모회에서 자체적으로 후원하기로 하고 학교장과 대화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튿날 밤 ‘꿀잠’에서 노동자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김소연 씨와 대화의 시간도 갖고 지하 넓은 홀에서 장기자랑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직막 날 아침식사는 김소연 씨가 차려주는 집밥을 먹고 비정규직노동자 쉼터 ‘꿀잠’을 나섰다.

수학여행을 다녀온 소감


소감을 정리하면 ‘초딩들도 할 수 있는 학생참여형 수학여행’과 ‘본말전도 수학여행’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추천하고 결정한 수학여행 코스에 애정을 가지고 참여했다. 교사가 이끌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수학여행을 즐기고 배웠다. 무리한 수학여행 코스는 스스로 정리하는 수준 높음을 보였다. 시간을 어기거나 물건을 분실하지도 않았다. 학생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목적지를 찾아가고 현장체험을 하며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여유가 없다. 2박 3일 수학여행을 위해 교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교육적 준비는 교육과정을 통해 녹여내면 되는데 학생안전사고를 대비한 증빙서류 준비와 행정업무(영수증 처리, 예산집행, 결산보고) 모두를 담임 혼자서 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보다는 준비하는 데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가장 일반적인 여행코스와 집단이동, 매뉴얼화된 숙박업체를 다녀오게 된다. 교육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교사의 헌신이 아직은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행정실의 지원체계 및 방식, 마인드의 변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아직 울산교육계에 ‘교육을 위한 행정’ 운동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2박 3일 수학여행비는 교육청에서 10만 원을 지원받아 학부모가 부담하는 경비는 12만5000원이었다.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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