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진정 막을 수 없나

김형균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 기사승인 : 2020-04-29 1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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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사회연대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는 3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지난 2월 하청 물량팀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고, 4월 16일에는 정규직 노동자가 잠수함 어뢰발사관 유압문에 끼어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21일 새벽에도 정규직 노동자가 야간작업 중에 도장공장 대형 전동문에 끼어 숨졌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 2016년 한해에만 12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그 후에도 매년 한해에 1~3명씩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았는데 올해에는 연초부터 잇달아 3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회사는 3건의 중대재해가 연달아 발생하자 노동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여 4월 23일 하루 전면작업을 중지하고 안전 대토론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날 3000여 명의 하청 물량팀은 출근하지 않았다. 이는 현대중공업 안전관리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며 다단계 하청 고용구조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 공장 안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당연히 전체 작업장은 일손을 멈추고 함께 일한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고 사고 내용을 공유하며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운 뒤 작업에 임하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부는 극히 제한적으로 일부 업무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업주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다. 사업주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내용을 축소, 은폐해 사고로 인한 사업손실을 최소화 하는 데 집중한다.


만약 노동조합이 재해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노동부에 항의조차 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예방조치는커녕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사실도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고, 노동부는 재해 예방을 위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돼있지만, 현실은 생산제일주의에 밀려 노동자의 목숨은 한낮 기계 부품처럼 교체돼버린다.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한국의 방역체계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는 정부와 의료진의 노력도 있었지만 국민 모두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과 마스크 착용 등 자발적인 시민의식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는 결과에 공감하고 있다. 이는 일상적인 삶의 불편함을 뒤로하고 감염병의 확산을 하루빨리 끝내려는 모두의 바람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시민 의식의 배경에는 중국에서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미리 예방대책을 준비한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산업재해 예방대책도 마찬가지다. 회사 경영진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생산제일주의를 버리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것 이상으로 예방대책을 선제적으로 대처했을 때, 이 신뢰를 바탕으로 전체 노동자들의 안전의식이 작동돼 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습경영에 몰두해 기업을 쪼개고, 돈 되는 계열사는 지주사에 붙여 막대한 현금배당을 하면서 이윤착취에 열을 올리는 기업주에게 이런 기대를 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 ‘기업살인처벌법’ 같은 법을 만들어서 기업주가 재해예방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징벌적인 손해배상을 치르도록 하는 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 2017년 5월 1일 노동절 날 삼성중공업에서 한꺼번에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 뒤에도,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된 이후에도 근본적인 재해예방을 위한 선제적인 제도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 왜 정부가 연간 20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어가는데도 이토록 미온적으로 대처하는지를 더 강력하게 물어야 할 때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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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균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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