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두 기업, 그리고 사회적 책임

김재인 한국노총 울산본부 정책실장 / 기사승인 : 2019-06-12 1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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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ISO 26000.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0년 11월 발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국제표준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기업이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외에도 환경이나 고용 부문 등에 있어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들과 공생할 수 있도록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의식이다. 기업을 평가하는 글로벌 지표이자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흥망성쇠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최근 울산시민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묻고 있다. 롯데와 현대라는 두 기업 때문이다. 두 재벌 기업이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울산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수 많은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 희생이 있었다. 그렇게 성장한 울산의 기업들은 많은 공과에도 울산시민들에게는 향토기업 이상의 자부심을 가질 만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울산시민들에게 최근 이 두 재벌 기업의 행보와 행태는 여간 섭섭하고 괘씸한 게 아니다.

 
롯데가 석유화학사업에 진출하면서 지금에서야 울산에 몇 개 공장을 두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롯데는 울산에 백화점과 호텔이 전부였다. 롯데는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고향이 울산이라는 이유로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여기에 남구 삼산동 울산고속터미널은 물론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와 강동리조트 조성사업 참여 등 나름 특별한 혜택을 누려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 사업들을 지연하거나 축소하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기업과 지역의 발전을 함께 견인하겠다는 약속은 온데간데 없고 돈벌이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 언론의 해석이다.


현대 또한 울산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수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울산시민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중공업을 이야기할 때는 울산에 본사를 둔 세계적 향토기업으로 자랑할 만한 기업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31일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는 노동자들과 울산시민들을 한순간에 허탈감에 빠져 버리게 했다.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현대중공업의 주총 준비와 강행은 철두철미했다. 절차가 무시되고 소액주주들의 참여마저 봉쇄시킨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는지 모르겠다. 법인분할의 문제를 제기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되고 오히려 적으로 인식되어 버린 듯했다. 50년을 동고동락해 온 울산이라는 지역사회는 더 이상 공존의 대상이 아닌 듯했다. 날치기 주주총회의 법적 효력은 차치하더라고 이미 현대중공업이라는 기업은 노동자들에게는 배신감을, 울산시민들에게는 치욕감을 남겨 버렸다.


현대중공업은 1972년 첫 배를 건조한 이후 50년 동안 세계 제1의 조선·해양플랜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부터 촉발된 조선해양산업 위기로 4만여 명 가까운 원하청 노동자들이 생존의 터전을 잃었다. 그럼에도 조선해양 위기 극복을 위해 지역과 시민이 나서 어려움을 공유하고 고통을 나눈 게 불과 일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경영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구성원들이 함께 공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울산시민의 82%가 반대하는 법인분할과 본사 이전 문제였다. 노동자들의 문제를 넘어 울산시민이 한목소리로 궐기했고 울산시장과 울산시의회의장이 삭발까지 하면서 지역사회와 총분히 논의해 보자고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이라면 최소한 이러한 목소리를 받아안아야 했다. 울산시민들과 노동자들이 더 크게 분노하는 이유다. 지금도 울산시민들은 임시 주총의 무효 선언과 법인분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현대중공업이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현대중공업이라는 기업이 노사는 물론 지역에서 어떻게 공존해 나갈지 모르겠다. ISO 26000이 규정한 지역사회 구성원과 의사를 결정하고 공존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표준규범만이라도 되새겼으면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가치이자 기업 이윤 그 이상의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김재인 한국노총 울산본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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