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시범운영 자치경찰제, 경찰 내부에선 이원화 목소리도 나와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1-01-14 10: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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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찰 입장 반영 못한 탓에 경찰은 혼란
찬반 의견 분분, 주민밀착형 서비스는 장점
▲ 경찰내부에서는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 것도 탐탁치 않은 상황에서 이원화 모델도 아닌 일원화 모델로 가야하는 것에 많은 비판이 일고 있다.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각 지방의 시도지사에게 좀 더 치안에 대한 권한을 주는 자치경찰제가 올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현장 경찰 내부에서는 자치경찰제가 이왕 시행된다면 2019년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발의한 이원화 모델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했던 자치경찰제 이원화 모델에서 경찰사무와 지휘·감독 권한만 분리하는 일원화 모델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 강한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원화 모델이 법안 통과가 됐다면 2022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반면 일선 지방경찰청장들은 ‘일원화’ 모델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일원화하기 위한 경찰법 전부개정안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제주에는 2개의 자치경찰 조직이 동시에 가동되는데 하나는 경찰법 전부개정안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에 신설되는 자치경찰 부서이며 다른 하나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2006년에 출범한 제주도자치경찰단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고 있는 제주도는 자치경찰단장을 제주지사가 임명하고, 제주경찰청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교통행정을 자치경찰로 일원화함에 따라 교통사망사고의 획기적 감소로 이어졌고 ‘민식이법’ 선제 대응, 제주형 어린이 통학로 안전관리 체계 구축 등도 긍정적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운영과 전국 최초 통합유실물센터 구축, 유실물 반환율 대폭 향상 등도 제주자치경찰의 성공적 시범운영을 보여주는 예가 됐다.
 

이원화 모델은 자치경찰의 소속이나 신분은 시도지사 소속의 지방직 공무원으로 예산은 시도가 국가보다 좀 더 부담한다. 또 시도지사, 시도경찰위원회 산하에 자치경찰본부장이나 단장, 대장 등을 두고 여기서 자치경찰의 임용, 인사, 감찰, 감사, 징계를 담당한다. 자치경찰본부, 자치경찰단 등 별도의 자치경찰청사를 두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원화 모델로 선회한 이유가 경찰의 지방직화는 시대역행이라는 여론 의식, 그리고 국가가 예산을 좀 더 부담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의 분주한 상황 역시 일원화 자치경찰제로 급선회한 이유로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 것도 탐탁치 않은 상황에서 이원화 모델도 아닌 일원화 모델로 가야 하는 것에 많은 비판이 일고 있다. 일원화 모델에 반발하는 이유로는 청사 경비와 지역축제 경비, 재난대비 업무, 동물사체 처리 등 경찰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 뻔하고 시도경찰위원회의 위원 구성에서 국가경찰위원회 2명을 제외한 시도의회 2명, 위원 추천위원회 2명, 시도지사 지명 1명 등으로 한 것은 전부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도경찰위원회는 자치경찰사무 경찰관의 임용, 평가, 인사, 감사, 감찰, 징계 요구권을 갖게 된다. 시도경찰청장 임명 시에도 시도경찰위원회 위원장이 경찰청장과 사전 협의하기로 돼 있는데 이는 경찰의 중립성 보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경찰서장의 자치사무 수행평가, 자치경찰사무 관련 규칙 제정도 시도경찰위에서 관장하게 된다.
 

또 일원화 모델은 동일한 지구대, 파출소에 국가경찰관과 자치경찰관이 공존하게 되며 국가사무와 자치사무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상관인 지구대장, 파출소장이 자치경찰관이면 국가사무 보다 자치사무를 먼저 처리하려고 할 것이라는 것이다. 상관이 어느 소속이냐에 따라 국민안전에 영향이 큰 민생치안 범죄대처가 소홀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원화 모델은 자치경찰에 대한 특전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 경찰들은 일원화 모델로 갈 경우 승진이나 보수 인상, 근무여건 개선 등의 기대감이 사라질 것이라 보고 있다. 특전이 전혀 없는데 누가 지방의 자치경찰로 가겠냐는 것이다. 현재 업무도 과중한데 자치사무까지 부가되면 자치경찰 기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원화 모델은 무늬만 국가직이지만 향후엔 정말로 지방직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자치경찰제, 지방특색 치안서비스 등 장점도 있어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소속이지만 시도지사 산하에 시도경찰위원회라는 독립적 합의제 행정기관을 두기 때문에 경찰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도지사의 감독을 받지 않고 합의제 기관인 시도경찰위원회에서 자치경찰을 감독하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는 얘기다.
 

지방특색에 맞는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가 제공되는 점도 자치경찰의 장점이다. 자치경찰의 경우 토착생활을 하려는 경향이 많아 공복으로서 주민에 대해 비교적 친절하며 무책임한 행동이 적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치경찰로 가면 경찰관들의 안정적 가정생활도 보장받게 된다. 국가경찰제인 현 제도에서는 1년 6개월의 순환근무가 있는데 자치경찰이 되면 순환근무가 사라져 불필요한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특히 고위직의 경우는 타 시도로 자주 옮기게 되는데 자치경찰로 되면 대부분 같은 광역자치단체 안에서만 보직이 이뤄지게 된다.
 

또한 지방의 범죄율이 향후 지자체장의 평가요인이 되고 선거에도 직·간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치안유지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도 긍정적 효과다. 물론 이전 국가경찰제도에서도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에 있어서 범죄율의 높고 낮음이 평가대상이 되므로 눈치를 보긴 했지만 이때는 국가 전체가 평가대상이었다. 시민들에게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자치경찰제보다는 신경이 덜 갔다는 것이다.

지방토호세력과 유착문제 해결해야
빈부격차 따른 치안서비스도 차이


하지만, 이런 장점들에도 여전히 경찰 내부에서는 자치경찰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가장 큰 문제로 지방토호세력들과 자치경찰의 유착 위험성을 들고 있는데 국가경찰제도에서도 경찰이 대통령과 여당 등 중앙권력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지만 자치경찰제도 안에서는 광역지자체장에게 경찰의 인사권이나 예산집행권이 있으므로 지자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방토호나 지자체 정치인(시·도의원)들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앙권력과의 유착성은 떨어지는 반면 지방세력과의 유착은 여전히 문제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자치경찰사무의 책임이 자치단체장에게 이양되는 만큼 자치단체장은 시민이 원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경찰력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들 역시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가 강화되는 만큼 자치경찰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갖고 감시와 견제를 충분히 한다면 자치경찰과 지방세력의 유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자치경찰이 시행되면 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고 봉급과 수당 등 자치경찰 인건비 지급이 힘들어질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 자치경찰로 전환 시 총 인원의 약 19%인 8100명이 자치경찰로 전환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7555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이 금액은 과태료와 범칙금으로는 충당하기 부족하며 결국 지자체의 예산으로 메꿔야 한다는 얘기다. 경찰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월급과 시간외 수당, 장비 보급 등 처우가 열악해질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소방직 공무원은 작년 4월 47년 만에 5만여 명이 국가직으로 전환됐는데 이전에는 시간외 수당이 제때 지급 안 돼 소송도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한다.

경찰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 분분

실제 일부 현장 경찰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 인원의 87%가 국가경찰로 남겠다고 했고 13% 정도만이 자치경찰로 가겠다는 통계도 나왔다. 경찰 내부에서도 무조건 국가직으로 남기보다는 여러 가지 변화 상황을 살펴보고 장단점을 고려해 자치경찰 선호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경과자와 고위직은 국가경찰로 남길 희망하는데 자치경찰제 도입이 본격 논의된 작년의 경우 지역별 편차가 있겠지만 수사경과시험 응시자가 150% 이상 급증했으며 고위직의 경우 향후 경찰의 지방공무원화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고 한다.


전직 경찰관계자 A씨는 “수사경과를 희망하는 것과는 달리 비수사경과자는 자치경찰로 전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특전 기대(1계급 전환승진, 국가경찰보다 빠른 승진 기대감, 보수인상과 근무여건 개선)로 1계급 승진전환이 된다면 자치경찰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씨는 “자치경찰로 갈 경우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국가경찰보다는 승진이 더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으며 실제 제주자치경찰 시행 당시에는 1계급 승진 제도가 있었고 이로 인해 육상경찰이 제주자치경찰로 지원해 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본청으로 옮긴 B경사는 “자치경찰제의 성패는 국가경찰과의 명확하고 효율적인 역할분담을 통해 업무중복을 피하면서 치안사각지대를 얼마나 없앨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업무조정위원회를 만들어 업무에 혼선이 올 경우엔 위원회에서 정해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경사는 “자치경찰제가 시행될 줄 알았으면 지구대 근무할 때 수사경과를 미리 따 놓았을 것”이라며 “늦은 나이에 경찰에 입문한 이들의 경우 승진적체가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는 자치경찰제 시행을 반기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자치경찰에 관한 많은 내용이 대통령령으로 돼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자치경찰과 관련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일선 경찰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올 상반기 시범운영 여부에 따라 자치경찰 도입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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