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던 민선 7기 1년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 사무처장 / 기사승인 : 2019-06-12 1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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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

“안 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다.” 얼마 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정권이 바뀌고 심지어 지방정부까지 모두 바뀐 구조 속에서 수십 년간 권력을 독점해 온 저들만의 구조가 뭔가 크게 바뀔 거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지만 지방정부가 바뀐 1년을 맞이하는 지금, 생각만큼 피부로 와 닿는 변화가 없는 데서 오는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그건 마치, 지금의 북미 관계를 보는 듯한 답답함과 비슷하다. 뭐가 풀릴 듯하면서도 풀리지 않고, 꼬이는 것 같으면서도 다행히 꼬이지 않으면서 굴러가는 모습. 하지만,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있으며 상황은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울산시 역시 마찬가지다. 울산시가 산업구조 재편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고 있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지만 실은 쇠락과 부흥의 사이클 안에서 울산의 주력산업이 쇠퇴하는 데 따른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다. 내연기관의 몰락은 예정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수많은 전장산업 역시 도태되리라는 건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문제는 울산의 조선산업이 아니라 자동차산업이라고, 앞으로 10년 안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만 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퇴직할 것이고 신규 채용은 없을 것이라는 건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 우리는 마치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처럼 자본을 가진 재벌의 처분만 기다려야 할까? 영화 ‘대단한 유혹’에 나오는 것처럼 온 주민이 일치단결해 공장을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한 사기극이라도 벌여야 할까?

 
문제는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이 너무 심하다(인구의 절반이 서울과 경기에 몰려 살고 있는 나라라니 참…)는 데 있고, 문화나 의료 등 삶을 윤택하게 하는 많은 구성 요소들 또한 여기에 집중되어 있는 게 지방 몰락의 이유다. 마치 가진 자는 더 많이 갖게 되고, 못 가진 자는 끝없이 못 갖게 되는 것처럼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가 우리나라의 도시구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방정부는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몰락을 피할 수 없다.
지역의 문제를 갖고 중앙정부와 대결을 피할 수 없다면 해야 하고, 그건 지역의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연대해서 싸워나가야 할 문제다. 누가 지방분권을 실현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균형 있게 살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는가가 또한 총선의 최대 이슈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외과적 수술은 될 수 있을지언정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눈을 좀 돌려보자. 더 잘 살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 수 있도록 고민을 해보자는 것이다. 작지만 소중한 지역의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역사와 예술을 고민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함께 살 수 있는가를 찾아내는 일을 하는 것. 정말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이나 사업들에 대해 주민을 직접적인 주체로 세워나가는 일 말이다.


어쩌면 지방정부 1년간 느꼈던 그 “안 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다”의 실체는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적인 일에만 집중한 것은 아닌지, 장기적인 안목으로 주민을 주인으로 내세우는 일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일정 부분 지역의 주민들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폐쇄적인 관료사회의 벽에 부딪히면서 그게 실제 사업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 7기 울산시정 목표는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이다. 뛰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에 방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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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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