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 민원실엔 왜 항상 여성 공무원이 많아야 하나?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 사무처장 / 기사승인 : 2019-03-13 1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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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

얼마 전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다른 곳에 기고한 글에서 밝힌 바 있지만, 과거 87년 민주화 운동이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으로 이어졌다면, 촛불혁명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바로 그동안 억압받았던 여성들의 권리에 대해 우리 사회가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권리가 얼마나 향상되었는가를 따지고 들어가면 각종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은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멀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공직사회에선 여전히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하게 남아 있다.


얼마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는 전국 광역시도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각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민원실에 근무하는 남성과 여성 공무원의 성비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조사였다. 조사 결과를 보고 우리 역시 깜짝 놀랐다.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민원실 근무자 14명이 100% 모두 여성인 경우도 있었으며, 여성 비율이 70~80%에 이르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새로 채용된 여성 공무원 비율은 59.8%→50.9%→51.9%→47.4%→51.1%로 나타났다. 게다가 직렬별 채용 인원은 한 성의 비율이 70%를 넘길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각 지방정부에서 이처럼 성비 균형에도 맞지 않도록 여성 공무원을 민원실에 많이 배치한 이유는 무엇인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민원실에선 공무원들에 대한 폭행과 폭언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심지어 지난 2008년에는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여성 공무원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흉기를 휘둘러 여성 공무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선에서 주민과 맞부딪히는 일이 다반사인 민원실이 여성 공무원이 주로 가야 하는 곳이라는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성역할 고정관념은 아직도 그대로다.


여성 공무원들의 유리천장을 탓할 것도 없다. 이번 조사에서 일부 자치단체는 민원실에 여성 공무원들의 비율이 높은데 대해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 공무원들이 민원실을 선호한다.’는 변명을 했다. 왜 여성 공무원들이 일과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인식도 없는 대답이다. 일선 공무원들의 보직경로만 보더라도 항상 낮은 평정을 받는 민원업무를 전담한 공무원은 들어올 때부터 보직경로가 민원업무방향으로 정해지기 마련이다. 읍면 민원실에 근무하다 군청 민원실로 올라가거나 민원업무 담당 혹은 복지부서로 가고 그도 아니면 잡일에 시달리는 서무업무를 보게 된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지만, 그게 여성들로 한정지워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며, 이렇게 업무를 익힌 여성 공무원들에게는 다시 업무처리능력이 떨어진다는 굴레를 씌우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리천장을 뚫고 승진을 하기 위해서 남성들보다 두세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리천장을 뚫고 승진한 여성들에게 남성들은 또 한마디를 보탠다. ‘독한 여자’라고.


우리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여자들은 그래서 ‘독한 여자’ 프레임을 쓰고 살아가야 하고, 남성들은 성공한 남자로 인정받는다. 아무리 공직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별이 점점 허물어진다고 해도 그 공고한 관행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쉽사리 바뀔 것 같지 않다. 남성과 여성 모두 노력하지 않는 한 말이다.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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