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임경빈 군을 누가 죽였는가?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 사무처장 / 기사승인 : 2019-11-20 1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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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

얼마 전 지역에 있는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의 공유오피스를 방문했다. 마침 그 날은 우리 지역에서도 세월호를 기억하고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하자고 추모리본을 만드는 날이었다. 삐걱거리며 잘 열리지 않는 방충망을 겨우 끼워 맞출 때마다 그거 잘 맞춰야 여기 들어올 수 있다는 핀잔을 들으며 마루에 올라섰을 때 낯선 분들이 함께 있었다. 행사를 공지한 사람들도 놀랐다며 소개를 해준 분들은 다름 아닌 세월호 희생자의 어머니였고,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분. 울산의 시골마을에서 세월호 추모리본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한 걸음에 내려오셨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조금 울컥했다. 굳이 가을이 깊어지는 비가 와서도 아니었는데, 얼마 전 그 분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그만 내내 가슴 한 켠이 저리도록 무겁고 아파온다. 


그날 울주군 시골마을까지 내려온 분은 바로 맥박이 있는 상태에서 구조됐지만 끝내 숨진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였다. 얼마 전 세월호 특조위는 맥박이 뜀에도 당시 해경청장 등이 헬기를 이용하는 바람에 병원 이송이 지연된 사실을 확인해 당시 김석현 해경청장, 김수현 서해해경청장 등 4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의뢰를 했다.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긴 했지만,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꼭 5년이 넘은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월호에 대한 진실은 제대로 밝혀지고 있지 않다. 


지난 5년간 무수히 진상규명을 외쳤고,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요원하기만 하던 진실규명이 특수단 설치로 과연 풀릴 수 있을까? ‘살인 지시를 한 자, 지시를 따른 자 모두 살인자입니다.’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는 유가족들의 피켓에 쓰인 문구다. 나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는 것보다 의전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그 누군가가 말이다. 


한나 아렌트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두고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 것은 다름 아니라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고, 옳고 그름을 사유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그 악의 평범성에 가장 쉽게 속하게 될 집단은 다름 아닌 공무원이다. 사회 일반의 정의와 배치되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 공무원만큼 제대로 된 판단을 해야 하는 집단은 없다. 그 판단이 바로 공공의 이익에 직결되기 때문이며, 이 지점이 바로 공무원이 공공의 선에 대해 고민하고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살면 안 되는 이유다.


생각해보면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날 상관의 지시를 어기고 경빈이를 응급헬기에 태우고자 하는 경찰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바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이유임을 알 수 있다. 상관의 지시에 복종해야 하는 것이 공무원의 기본자세이지만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의 경우 복종의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선과 악에 대한 판단 없이 지시를 그대로 따른 데 대해서 책임을 묻는 것, 그것이 세월호가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교훈이어야 한다. 책임자 및 위법한 지시를 따른 자를 처벌하고,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법적인 지시의 범위에 대해 고민하고, 무작정 지시만 따르는 공직사회에 공공의 이익을 판단해 지시를 따를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그래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상이 규명돼야 할 이유고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가장 근본적인 출발지점이 될 것이다.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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