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백섬과 동백나무가 자생했던 지역의 전설(1)

정우규 (사)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이사장 겸 대표 / 기사승인 : 2019-11-29 10: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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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백 바로 알기

1. 들머리

이 글은 울산지역의 동백섬과 동백나무 관련 전설(傳說), 설화(說話), 제레 등을 수집하고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문헌에 수록돼있는 울산광역시 관내의 동백나무 자생지와 동백나무에 관련된 전설을 수집해 정리한 것이다. 


전설은 본래 어떤 성인(聖人)에 대한 이야기를 뜻했지만 일반적으로는 옛날부터 민간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마을의 이야기 향토사담(鄕土史談)을 뜻한다. 전설은 주로 구전되며 특정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 어떤 공동체의 내력이나 자연물의 유래, 이상한 체험 따위를 소재로 한다. 내용은 민담과 비슷하며 둘 다 초자연적인 존재, 신화적인 요소, 자연현상의 설명 등을 그 내용으로 다루지만, 전설은 특정한 장소나 인물에 관련되며 역사적인 사실로 이야기된다.


장자못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에는 옛날부터 장자(부자)가 날 만큼의 명당(明堂)이 부자가 날 만큼의 넓은 들과 농사를 지을 만큼의 수원 즉 못과 함께 있었다. 옛날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선녀의 전설에는 그 전설에 어울리는 운치와 폭포, 담소(潭沼), 계곡 등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다. 어떤 전설들은 실제로 특정한 장소, 인물과 전적으로 결부되는데, 예를 들면 조선 태조 이성계가 화살을 쏘아 처녀의 물동이에 구멍을 내고 다시 솜을 감은 화살을 쏘아 화살 구멍을 막아 물이 흐르지 않게 했다는 이야기나 홍의장군 곽재우가 의병을 일으키면서 북을 달았고 군사훈련을 시켰다는 현고수 은행나무 등이 그것이다. 서양에도 조지 워싱턴이 어린 시절 벚나무를 도끼로 잘랐다는 이야기 같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많은 특정 지방의 전설은 사실상 잘 알려진 민담들이 나중에 어떤 특별한 인물이나 장소와 결부되기도 한다. 


한국의 전설 가운데 인물에 관한 전설을 제외하고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장자못 전설, 산 이동 전설, 홍수 전설, 오누이 힘내기 전설, 아기장수 전설, 말 무덤 이야기, 쌀 나오는 구멍 이야기, 상사바위 전설, 인어 전설 등이 있다. 이 중 장자못 전설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구약성경의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에 비교된다. 인어 전설도 노르웨이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 아가씨’와 같이 여러 나라의 바닷가 마을에 전해지고 있다. 


한국 전설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사적 인물담이나 풍수담, 그리고 지명(地名)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전설의 주인공들은 신화나 민담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인간의 한계에서 비롯된 불행을 겪는 경우와 권선징악적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울산의 전설은 <삼국유사>, <삼국사기>, <세종장헌대왕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과 각종 읍지 등에 여러 지역의 전설이 실려 있다. 전설은 지역의 인물과 자연에 관련된 향토사적 내용이 많기 때문에 지역의 전설을 주제별로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은 지역 문화의 원류를 찾고 다른 문화와 결부시켜 새로운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이 글의 목적은 울산 관내에 소속한 지역에 남아 있는 동백나무 관련 전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 한 여름의 목도, 과거 목도는 울산시민들이 가장 즐겨찾던 유원지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출입이 통제되자 상록수림대가 울창하게 되살아 났다. ⓒ이동고 기자

2. 동백섬과 동백나무 자생지 관련 전설의 수집

울산지역 동백나무 관련 전설의 수집 자료는 <삼국유사>(일연, 1285), <태종대왕실록>(변계량 등, 1431), <신증동국여지승람>(이행 등, 1531), <울산광역시지>(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2002), <내 고장의 전설>(울산문화원, 1982), <울주군지>(울주군지편찬위원회, 2002), 그리고 <온산읍지>(온산읍지발간추진위원회, 2002) 등과 <점필재집>(김종직, 1493) 등 개인 문집이다. 이들 문헌에 수록된 동백섬과 동백나무가 자생했던 지역에 관한 전설을 수집하고 정리했다.

3. 동백섬과 동백나무 자생지 관련 전설

울산의 동백섬과 동백나무 관련 전설을 찾고 정리하기 위해서는 옛 지리지와 개인 문집 등 옛 문헌과 주민들에게 전승돼 오는 동백나무와 그 자생지에 관한 관련 전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문헌에 수록된 시기는 전설의 형성과 관련 문화의 시작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울산에서 과거에 동백나무가 자생했다고 전해지는 지역은 동백섬, 새섬(조암도), 제비섬(연자도), 명선도, 방도리, 처용리 등이다. 현재 동백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은 동백섬밖에 없다. 새섬(조암도), 제비섬(연자도), 명선도, 방도리, 처용리 등에 자생하던 동백나무는 1970년대 공단 개발과 1970~1980년대 정원수 재배와 분재가 유행하면서 뽑혀 나갔다고 한다. 1980년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동백섬의 동백나무까지 불법 채취해 분재 소재가 됐다. 


동백섬의 상록수림은 적어도 조선 건국 이전부터 동백섬으로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섬을 찾아와 관람하면서 전설을 만들고, 시를 쓰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이 섬에 대한 전설, 시, 노래 등이 전하고 있다. 그리고 좀 떨어진 새섬(鳥岩島), 제비섬(燕子島) 등에도 인어 전설 등이 전해지고 있다. 이들 섬에 대한 전설은 다음과 같다.

가. 동백섬 기생 익사 사건과 대사(大蛇) 전설

동백섬에 관한 기록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최초의 기록은 조선 <태종실록>에 수록된 동백섬 기생 익사 사건이다. <태종실록> 제21권에 따르면 태종 11년(1411) 신묘년 6월 9일 “지울주사(知蔚州事) 이복례(李復禮)를 선주(善州)로 귀양보냈다(流知蔚州事李復禮于善州).” 울산의 좌도 염장관 강유(强愉)가 과객인 전감무 김양보(金陽普)를 청해 기생 5명과 종 5명을 거느리고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올 때 풍파를 만나 배와 함께 물에 빠져 죽은 사건이 일어났는데 사건을 은폐한 책임을 물어 지울주사 이복례를 선산으로 귀양 보낸 기록이다. 주민들은 이 섬에서 뱀을 죽였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는 전설이다. 이 사건은 <태종실록>에 다음과 같이 수록돼있다.


“임금이 노하여 말하기를 ‘기생 5명이 함께 배를 탔다면 어찌하여 수령이 알지 못하고 강유만이 행락하였겠느냐? 수령도 실상 참여하고 거짓 모르는 체한 것이니, 말을 꾸며대고 속인 그 죄는 더할 나위 없다’하였다. 또 탄식하여 말하기를, ‘수령이 음탕한 까닭에 죄 없는 백성이 또 죽었으니, 강유와 김양보는 그들이 자취(自取)한 것이거니와, 수종한 사람들이 불쌍하구나! 또 감사(監司)도 엄한 영(令)을 내리지 못하였으니,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하였다. 좌우에서 아뢰기를, ‘신(臣) 등이 들은 바로는 그뿐만이 아니라, 죽은 자가 매우 많은데도 수령이 숨기고 보고한 것이라 합니다’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내 생각에도 거짓이라 짐작하였다. 이복례를 붙잡아 가쇄(枷鎖)하여 데려오고, 도망하지 못하도록 하라’하였다. 이복례가 이르자, 순금사에 내려 국문하니 이복례가 자백하기를, ‘김양보가 강유와 더불어 만호 정사빈(鄭思賓)을 섬으로 불러놓고, 기생과 풍악으로 종일 술을 마셨는데, 저는 정사빈과 함께 어선을 타고 돌아왔고, 김양보와 강유는 기생과 종을 거느리고 작은 배를 타고 오다가 배가 뒤집혀서 물에 빠져 죽은 자가 모두 10명이었습니다’하였다.”


이복례의 죄가 율(律)에 정조(政條)가 없었기 때문에 임금이 명하기를 과오로 인명을 살상한 죄로 속(贖)하게 하라 해 귀양 보낸 것이었다. 이 일은 당시에 상당히 큰 사건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태종실록> 권21 ‘태종 11년 6월 무술’에까지 기록됐다. 이 사건의 내용은 이행 등(1530)이 쓴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나온다. 안등(安騰)의 시에 “말을 놓아 오산 산 아래 길을 가니(信馬鰲山山下路), 벽파정가에 풀만 무성하구나. 거리 위 붉은 단장은 모두 새로 보는 낯이요, 강 위에 맑은 바람은 옛과 같네”라고 했다. 등(騰)의 시에 “일찍이 고을을 다스리는 이씨(이복례를 말함)가 있어 손과 함께 기생을 데리고 동백도(冬柏島)에 가서 놀다가 배가 깨져서 기생이 모두 빠져 죽었으므로, 등(謄)의 시(詩)는 대개 이것을 마음 아파한 것이다”라고 했다고 소개돼 있다. 후대 김종직의 시 동백섬(冬柏島)에도 시 구절로 남아 있다. 


김양보가 사또 일행과 동백섬에서 놀이를 하고 있는데 어디서 (커다란) 뱀이 유흥에 젖어 있는 놀이객들 앞에 나타났고 여흥에 취해 있던 일행은 이 뱀을 안 좋게 여겨 죽였다. 일행이 술에 취해 돌아오다가 배가 뒤집혀 물에 빠져 죽었는데 주민들은 그 원인을 일행들이 (섬 지킴이) 뱀을 죽였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했다. 이 전설은 동백섬 대사(大蛇) 전설로 김종직의 <점필재집>에 전하고 있다.


<점필재집> 제4권에는 “옛날 선산 사람 김양보가 고을 사또와 함께 (동백섬에) 놀러 갔다가 술이 얼큰히 취해 돌아가려고 배를 탔는데 그 배가 뒤집혀 기생 30여 명과 함께 모두 빠져 죽었다. 이 지방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 섬 안에 뱀이 많았는데 김양보가 놀고 있을 때 뱀 한 마리가 나온 것을 죽여 이 같은 변을 당했다고 한다(昔善山人 金陽普與邑宰遊此島 酣醉將運船覆 與妓三十輿人俱溺 土人云 島中多蛇 陽普之遊也 一蛇出 殺之 値此變)”고 기록돼 있다. 이 내용은 현대 송수환(1999)의 <태화강에 배 띄우고-울산 경승과 한시 선집>, 온산읍지발간추진위원회(2002)의 <온산읍지>, 성범종(2005)의 <한문학 속에 남아 있는 울산지역의 풍광과 풍류> 등에도 수록돼 있다. 김종직은 이 익사 사건을 그의 동백섬(冬柏島)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애석해하고 있다. 애석해하는 부분만 옳기면 다음과 같다. 


“전용이 이를 시기하여(錢龍故多猜) / 대낮에도 요사한 기운을 불러왔구나(白日驅妖氛) / 노 젓던 뱃사공의 잠깐 실수에(蘭穘忽失手) / 아리따운 여인들을 고기 배 속에 장사지내니(魚復埋紅裙) / 해마다 꽃구경 오는 시절이 되면(年年看花節) / 공연히 명복 비는 소지를 올린다네(空將冥紙梵) / 울산에서 두고두고 한이 되는 것은(鶴城千載恨) / 미인들이 몽땅 함께 빠져 죽은 일이라네(漂盡南威群)”(온산읍지발간추진위원회, 2002)

나. 동백나무 숲 기원 전설

울산에는 동백섬 상록수림을 이룬 동백나무의 기원에 관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 전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경북 울릉도에 살던 동백나무의 가지(씨라고도 함)가 살기 좋은 따뜻한 남쪽 나라를 그리워해 바닷물의 흐름을 따고 여러 날을 걸려 떠내려오다가 마침내 온산읍 목스미(목도) 마을 앞에 이르러 작은 섬을 하나 발견하고 이 섬을 살펴보니 살기에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여행을 계속하지 않고 바닷가로 올라가 자리를 잡은 곳이 목섬이었다. 이 목섬에 자리를 잡고 살면서 자손을 퍼트려 숲을 만든 것이 오늘날의 동백섬 목도상록수림이다.” 


이 전설은 말 그대로 전설일 뿐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 전설이다. 전설에서와 같이 울릉도의 동백나무 가지가 해류에 떠내려 울산의 동백섬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첫째, 동백나무는 난대성 상록활엽수로 이 종의 자생 중심지는 울릉도의 기온보다 더 따뜻한 한국의 남해, 서해 해안과 섬 지방 그리고 일본의 해안과 섬들의 바닷가다. 때문에 동백나무의 가지나 씨는 제주도 등 남해의 섬들 포함해 기온이 울릉도보다 높은 지역에서 울릉도로 옮겨 갔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동백나무의 열매는 10월에 익고 열매가 익으면 열매껍질이 벌어져 씨가 땅으로 떨어진다. 땅에 떨어진 씨는 부엽토나 낙엽 속에서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5~6월에 싹이 나서 자란다. 동백나무 열매가 익어서 씨가 땅에 떨어지고 이 씨의 배가 마르기 전에 해류를 따라 울산으로 떠오기는 무엇보다 해류의 방향이 반대라 어렵다. 그래서 울릉도의 동백나무 씨앗이 울산으로 떠왔을 가능성보다 울산의 동백나무에서 떨어진 씨가 쿠로시오 난류의 한 가지인 대한 난류를 타고 울릉도로 옮겨 갔을 가능성이 훨씬 많다. 셋째, 동백나무의 가지나 씨가 해류를 따라 이동할 때 바닷물에 여러 날을 견디고 또 파도에 바닷가로 밀려와 뿌리를 내려서 정착할 수 있느냐다. 동백나무가 내염성이 있다고 하지만 씨는 몰라도 가지가 떠내려 바닷가에서 뿌리를 내리고 정착했을 가능성은 없다. 실제로 2011년 대구지방환경청이 이선주 등을 참여시킨 ‘2010 독도 생태계 조사’에서 사철나무의 유전자(DNA)를 분석한 결과 독도와 일본(대마도)에 자생하는 사철나무가 제주도와 전남 여수에서 전파 확산됐다고 밝혔다. 을릉도의 동백나무도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해류에 의해 울릉도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우규 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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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규 (사)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이사장 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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