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외동의 하우스콘서트, 음악이 있는 집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11-07 1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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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

 

▲ 경주 외동 말방리 하우스콘서트장

13년 전 주말주택 음악실로 꾸며

박현미 시민기자=14번째 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에서는 경주 외동 말방리 에 있는 박의일 씨의 하우스콘서트를 찾았다. 이곳은 음악인들에게 꽤 유명한 곳인데, 엔지니어인 박의일 씨가 직접 공간을 꾸미고 음악이 연주되기 전 최적의 습도와 온도를 맞춰 음악회에 오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공간을 어떻게 마련하게 됐는지?


박의일(음악이 있는집 주인장)=이 공간은 13년 전에 시골의 주말주택으로 지은 작은 집이다. 그 공간 중에서 10평 정도를 개인공간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실로 꾸며놓은 곳이다. 재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전문 연주가들을 모시고 콘서트장으로 열기 시작했다. 평소에 오디오를 듣고 음악을 어릴 때부터 좋아하다보니 음악에 대한 나름대로 철학이 있었다. 뭔가 시중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콘셉트로 콘서트를 주최하기 시작했다. 거의 50회 가까이 하고 있는데, 연주를 하는 중에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고 또 정숙을 유지하고, 연주가 끝난 다음에 차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는 형식으로 해오다 보니까 연주가들도 이런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고, 감상하러 오는 분들이 특별히 시중에 많이 볼 수 있는 카페 위주의 콘셉트보다는 좀 더 집중도가 있다고 생각해 상당히 좋아하는 거 같다.

관객들 숨소리까지 들리는 공연장

박현미 시민기자=피아노를 연주하는 연주가들은 이 공간에서 연주하는 게 어떤지?
 

허혜정 피아니스트=관객들과 가까이 있으니까 느끼는 것들이 있다. 보통 공연장에서 몇 미터 이상 관객들이 떨어져있는 것과는 조금 더 다른 것 같다. 여기는 좀 더 친밀하다. 리허설을 하면서 느낀 거는 여기에 특화된 점이지 싶은데, 무대 뒤에 스피커가 있어서 연주를 하면서 연주자 스스로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돼 있다. 오늘 비도 오고 피아노 건반도 어떤 상태일까 걱정하면서 왔는데, 굉장히 관리를 잘 하고 있어서 연주자들을 위해 신경 쓰셨다는 생각이 든다. 큰 공연장에서 연주할 때 관객들이 좀 멀다보니 관객들이 사실 내가 하는 연주에 대해서 어떻게 듣고 있는지 잘 모를 수 있지만 여긴 물리적으로 가깝다보니 관객들의 숨소리도 들린다. 조금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점이 장점인 거 같다. 단점이 있다면, 가까이 있으니까 연주할 때 관객들이 반쯤 시야에 들어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연주에 집중하는 데 좀 신경 쓰이는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불편한 점보다는 가까이에서 느끼는 친밀감이 더 큰 것 같다. 공연장이 너무 크면 음향이 밖으로 멀리 전달돼야 한다든지 그런 점에 신경 써야 한다. 실제 공연 당일 리허설을 하면서 개인연습실에서 할 때와는 다르게 어떻게 소리가 실제로 그만큼 전달이 되는지 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어서 ‘실제 멀리 서 있어보라’고 하며 리허설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는 조그만 공간이고 방 규모의 공간이니 그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하우스콘서트 성공 볼 수 있는 각별한 곳

류준하 음악애호가=이곳의 주인인 박의일 씨와는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로 맺어진 특별한 인연이다. 하우스콘서트는 3~4년 전부터 가끔씩 참석한 것 같다. 전국적으로 하우스 콘서트는 꽤 많은데 주로 수도권에 많다. 수도권에는 연주가들도 많고 청중들도 많기 때문에, 조금 준비가 잘 되면 운영이 잘 될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은 지방의 도시도 아니고 시골의 한적한 곳인데, 이런 곳에서 하는 하우스콘서트의 연주가와 청중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가끔씩 보면 굉장한 연주가들이 오고, 많은 청중들이 고정적으로 오는 걸 보면 평소에 우리 박의일 씨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느낄 수 있다. 이곳은 하우스콘서트의 성공을 볼 수 있는 각별한 장소인 것 같다. 오늘 연주자가 리허설하는 장면을 잠시 봤는데, 요한 스트라우스의 ‘박쥐’에 나오는 서곡을 연주했고, 특히 김연아가 이 곡에 맞춰 연기를 했던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연주했다. 두 곡 다 오케스트라 곡인데 오늘 연주는 두 분이 피아노에 앉아서 연주한 편곡 연주다. 늘 듣던 그런 오케스트라 왈츠가 아니라 네 손이 건반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니까 되게 독특하고 오케스트라에서 느낄 수 없는 음색, 그리고 그 네 손들이 엇갈리면서 연주되는 모습들이 음악 외에 또 다른 재미를 줬다. 어느 음악방송을 통해 들었던 얘기인데, 사회자가 연주자에게 물었던 질문이 이 프로그램이 청중을 위한 프로그램인지, 연주자를 위한 프로그램인지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연주자가 답하기를 ‘나를 위한 프로그램이다’라고 답한 걸 본적이 있다. 오늘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선곡됐는지 묻고 싶다.
 

양정은 피아니스트=일단 청중들은 자기들이 아는 음악을 하고, 조금 들어봤던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무래도 훨씬 집중도 있게 듣기 때문에 그 부분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도 음악을 연주했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곡이면 훨씬 더 전달력이 강하다. 이 두 가지를 같이 합해서 조율해 선곡했다. 클래식은 보통 자주 접하지 않은 사람들은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배려하는 입장이랄까.
 

허혜정 피아니스트=한 대의 피아노에 앉아 두 명이 같이 연주하는 것과 연주자는 두 사람인데 각자의 피아노에 앉아 호흡을 맞추는 연주 양식(듀오)이 독주 피아노곡에 비해서는 원래 그 곡이 작곡이나 편곡될 때부터 약간 오락성과 유희를 염두에 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독주는 자기 스스로 레파토리 곡에 완성도라든지 여러 가지 조건이 일단은 만족스러워야 한다. 그건 사실 투 피아노든 포 핸즈든 동일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듀오는 솔로보다 관객들을 조금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오락성이 작·편곡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게 솔로곡을 선택할 때와 다른 점이다. 기본적으로 독주곡이나 듀오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인 부분은 연주자 본인이 그 곡의 레퍼토리를 비롯해서 그 곡의 준비된 완성도가 만족스러워야 관객한테도 즐거움과 만족을 줄 수 있다. 본인이 일차적으로 자기한테 만족을 못하는데 ‘관객은 만족했다’든지 하는 경우는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일차적으로 연주자 본인이 만족하면서 동시에 연주를 해야 그 기쁨을 그대로 관객한테 고스란히 전달해 줄 수 있는 것 같다.
 

류준하 음악애호가=음악이 베토벤처럼 인간의 깊은 내면이나 철학을 꼭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락 또는 유희 이런 부분들은 음악의 다른 부분이 아니라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본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때로는 아카데미컬한 이런 면도 생각하면서 만드는지?
 

허혜정 피아니스트=물론이다. 들었을 때 조금 즐거운 곡, 또 관객들이 귀에 익숙한 곡들을 레퍼토리 위주로 선택한다. 하지만 연주자들 본인이, 예를 들어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굉장히 유명한 곡인데 그 곡을 치는 것이 연주자 입장에서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치자. 그러면 그 연주를 하면 내가 학구적으로 접근할 거리가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가지고 온 프로그램을 보면 (박쥐의 서곡,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생상의 죽음의 무도 등) 관객들에게 굉장히 익숙하고 즐겁고, 자주 듣고 싶어하는 콜이 많은 레퍼토리지만, 사실은 테크닉 쪽으로 굉장히 어렵고 난해한 곡에 속하는 편이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예를 들어서 좀 그렇지만, 학구적으로 더 이상 연구할 거리가 없는 곡으로만 준비하면 또 우리한테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걸 동시에 만족시키고자 하니까 프로그램을 구성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연주는 우리가 제일 알짜배기 곡들만 모아서 전체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이다.

비결은 음악을 향한 순수함

류준하 음악애호가=음악이 있는 집은 연주자나 청중들 모두에게 음향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하우스콘서트가 성공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연주자들의 수준 내지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고정관객, 이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하우스콘서트를 이끌어 온 박의일 씨의 연주자들과 고정관객을 확보하는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는지?


박의일=특별한 건 없다. 회사에 입사해서 85년도에 음악동호회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울산 집 공간에서 음악회를 간헐적으로 했다. 그땐 음반, 영상 등 아마추어 대학 후배들을 불러서 재미있게 했다. 재작년에 퇴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전문 연주가들을 모시게 됐다. 그간에 알아왔던 음악동호인들이 수없이 많다. 그 분들 4분의 3 정도는 실제 콘서트장을 미리 예약해서 콘서트를 듣고 하는 분들이 아니다. 집에서 오디오로만 만족하고 오디오의 수준 높은 음악을 기준으로 약간 배타적인 면을 보이는 동호인들을 어떻게 끌어오느냐. 그건 노하우라고 볼 수는 없고 자연스럽게 내가 음악생활을 해왔던 귀결이라고 볼 수 있다. 보시다시피 음향적으로 크게 문제가 안 될 정도의 최대 공간이 10평이다. 이 공간에서 오랫동안 오디오를 갖추고 있었고 그랜드피아노를 들여놓고 재작년에 음악회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음향적으로 다듬어 나가게 되니까 오디오로만 빠져 있던 분들이 하나둘씩 궁금해서 이곳을 와 본다. 와보면 오디오로 듣는 것보다 음향적으로 훨씬 완벽하면서 음악적으로 실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두 가지 요소가 그 분들에게 놀랄만한 일이 되는 거다. 그러다보니 안 오던 분들이 하나둘씩 오시는 거다. 느리지만 계속 그렇게 발전해왔고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음향적으로 만족을 줘야 편협돼 있는 오디오 매니아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게 이곳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박현미 시민기자=박의일 씨의 콘서트장에 오면 우선 사람이 있다. 그리고 연주가 있고, 음악이 끝나면 대화를 하고, 뭔가 음악에 대한 갈증을 막 풀어주는 카타르시스가 분명히 있다. 여기는 음악과 사람과 이야기가 함께 공존하는 곳인 것 같다.
 

류준하 음악애호가=중요한 것은 음악을 향한 순수함, 이런 것이 큰 비결이 아니겠나 생각한다. 다만 개인적인 바람으로 이 공간을 운영하는 데 어쩔 수 없이 소요되는 경비 부분들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 다음 연주자 네 분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이 네 분이 어떻게 모였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연주를 진행해 나갈지 궁금하다.
 

정영주 피아니스트=귀국해서 솔로로 연주도 하고 학교생활도 하다가 허혜정 선생님이랑은 연주를 몇 번 해봤는데 다른 분들은 처음 호흡을 맞춰봤다. 연령대가 비슷하다보니 이렇게 모이게 됐다. 솔로곡만 하다가 투 피아노나 포 핸즈 곡을 유학하면서도 많이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서 우리 앙상블을 만들게 됐다.
 

이수진 피아니스트=네 명 선생님들이 다 같이 모이면서 멋진 이름을 하나 지었다. 퀸즈 플러스라고. 같이 마음이 하나가 돼 연주하기로 했는데, 이번 첫 연주를 하우스콘서트에서 열게 돼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우리가 이걸 시작으로 많은 레퍼토리도 선보이고, 멋진 팀 조합을 보일 예정이다. 조금 기대를 해주셔도 될 것 같다. 이곳도 기회가 닿는 대로 자주 올 예정이다.
 

허혜정 피아니스트=우리가 사십대 중반인데, 프린세스라고 하기엔 나이가 좀 있고, 중년여성의 의미로 퀸들이 모였다고 해서 이름을 ‘퀸즈플러스’라고 지은 것이다. 플러스라고 한 것은 공연하다보면 길게는 몇 개씩 준비를 하다 보니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다. 음악적으로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투 피아노와 플러스 퍼커션이 들어갈 수 있고, 또 싱어가 들어갈 수도 있고, 원 피아노에서 네 명이 붙어서 연주할 수도 있다. 즉 정형화된 무엇이 아니라 문을 오픈해 놓는다는 뜻에서 ‘퀸즈플러스’라고 지었다. 또 우리가 솔로로 활동하다가 이름으로 단체에 대한 소속감을 주고, 관객들 입장에서도 단체 이름이 있으면 우리를 기억하기도 쉽고 다음에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박의일=음악이 있는 집은 시골 마을에 있다 보니 대중교통으로 오긴 좀 복잡하다. 가장 편하게 올 수 있는 방법은 남경주 인터체인지에서 나오면 바로 건너편이다. 음악이 있는 집에 대한 콘서트 소식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블로그를 통해 수시로 홍보를 한다. 요즘 들어 연주가들이 연락이 많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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