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홀로 울음 짓는 이들을 위하여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기사승인 : 2019-09-05 10: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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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작년 10월에 직업체험활동으로 경찰에 관심 있는 학생들 20명을 인솔해 남부 청소년 경찰학교를 방문했다. 학생들은 경찰에 대한 홍보 영상을 시청한 후 경찰복을 입어보고 여러 가지 기구들을 직접 만져 보며 재미있어 했다. 


체험 활동에서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역할극이었다. 연극 협회에서 나온 강사분의 지도에 따라 학생들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 역을 맡아 길지 않은 분량의 즉석 역할극을 했다. 가해자 역을 맡은 학생들은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며 차마 피해자 역을 맡은 학생들을 몰아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가해자 역에 몰입해 진짜 가해자처럼 말을 하고 행동했다. 피해자 역을 맡은 학생은 옆에 있는 방관자 역을 맡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외면하거나 따돌림을 했다.


극이 끝나자 강사는 피해자 역을 맡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신이 당하고 있을 때의 심정이 어땠는지를.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가해자의 폭력이 두려웠지만 도움 요청에 대한 방관자의 외면과 따돌림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과거 피해자였다가 시간이 지나 가해자로 변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폭력을 당하고 있을 때 옆에 있는 친구들이 외면하지 않았다면 가해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 이들은 어릴 때부터 무서운 폭력 앞에서 ‘방관하는 다수’는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으며 힘의 논리를 몸소 체득한 것이다. 


강사는 우리 대다수는 폭력을 보고도 자신이 피해를 당할까봐 못 본 척 지나치는데 최소한 신고라도 해야 피해자가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며 마무리했다.


최근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심지어 자진 사퇴하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을 열기로 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나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며 언론과 교육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우리들은 매일 쏟아지는 정보를 언론을 통해서 접한다. 그 언론이 제대로 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 사회구성원은 반목하고 사회는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정치권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정쟁을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이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밝히지 않고 특정 권력에 힘을 실어준다면 언론의 존재 이유를 의심 받게 된다. 나아가 기자가 제대로 된 탐사 보도를 하지 않고 관련 기관의 보도자료에 의존해 손쉽게 기사를 쓰려고 한다면 오보를 낼 수밖에 없고 진실이 가려질 수밖에 없다. 발로 뛰고 ‘정론직필(正論直筆)’하겠다는 바른 언론관을 지닌 기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언론은 잘못된 보도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국민들도 무소불위의 언론을 비판적 입장에서 감시하고 제대로 된 보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거짓, 허위, 과장 보도’로 다수가 현혹돼 있더라도 자기가 피해를 볼까봐 혹은 연루돼 피곤해질까봐 못 본 척하거나 그냥 침묵하는 ‘방관자’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피해자가 어둠 속에서 홀로 눈물 짓다가 결국 가해자가 되는 비극을 초래하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방관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방관자’가 본인과 타인, 나아가 이 사회에 얼마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도록 하고 ‘거짓, 허위, 과장’ 보도를 비판적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내 자신에게 속삭여 본다.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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