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는 유튜브에만 있지 않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19-08-21 1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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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휴가를 다녀오니 사무실 테이블 위에 신문들이 쌓여있다. 사실 휴가 전에도 그랬다. 며칠이 지나도록 배달된 상태 그대로 접혀진 채 아무도 들춰본 흔적 없이 쌓여 있던 날도 많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신문을 통해서 세상일을 접하지 않는다. 포털사이트에서 선정한 그날의 주요 뉴스를 온라인을 통해 접하고 소비하는 것이 일상이다. 스마트폰 등으로 뉴스를 보는 독자들이 급증하면서 종이신문 정기구독자가 20년 사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 한국언론연감’과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가정에서 종이신문을 정기 구독하는지 조사한 결과, ‘그렇다’는 응답자가 14.3%로 집계됐다. 각자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그렇게 포털사이트에서 선별해준 뉴스는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내가 보고 싶은 뉴스를 선별해서 소비하는 시대로 넘어갔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더욱 자세히 지속적으로 뉴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문제는 공급처의 다양성만큼 뉴스의 내용도, 질도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진실과 거짓이 넘나들고 있지만, 누구도 무엇이 진실인지 체크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방식과 내용으로 뉴스 소비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물론 나는 여전히 신문을 읽고 있지만 말이다.


며칠 전 지인과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평소에 뉴스를 보지 않는다던 지인은 조국 교수가 이영훈 교수의 글에 대해 저열한 험담을 했다든지, 서울대 동문들이 뽑은 ‘가장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올랐다든지 등등의 소식을 전하며 법무부장관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열을 올렸다. 어디서 소식을 접했는지는 모르지만 최근 소식을 속속들이 읊어 됐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논리를 구성하기 위한 그럴듯한 소스를 제공하면 그만이다. 그저 신기했다.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유튜브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유튜브를 통해서 확산되는 가짜뉴스가 어떻게 혐오와 차별의 언어로, 범죄적 행동으로 발전하는지다. 누구도 진실여부를 확인해주지 않는 이러한 인터넷상의 뉴스들이 누구에 의해 생산되고 전파되며, 무엇을 위해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인권을 부정하고 배척하는 근거로 악용되는지 말이다.


진실보도를 지향했던 언론이 부재한 시대,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저들의 의도를 피해가며 뉴스를 소비할 책임은 온전히 개인에게 주어져 있다. 가짜뉴스의 폐해는 누구를 탓할 것인가?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울산지역에서 지역언론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위한 시민단체가 어렵사리 발족했다고 한다. 울산언론발전을위한시민모임(울산언발모)의 역할에 기대를 해본다. 


가짜뉴스의 소비자는 개인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 재생산되고 유통된다. 사실 이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상반기 울산지역에서 논란이 됐던 이른바 청소년 3대 조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청소년의회조례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지역 언론의 행태는 어땠는가? 언론의 기계적 중립을 앞세워 혐오세력의 입장을 증폭시키고 불필요한 논란을 쏟아냈다.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확인하고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짜뉴스를 사실 또는 논쟁거리로 증폭시키는 일에 앞다퉈 나섰다. 실정법을 무시하며 실력행사를 자행한 명백한 위법행위조차 양비론으로 퉁치고, 위법행위를 저지른 세력을 옹호하는 듯한 보도를 지속했다. 이쯤 되면 지역의 보수정치세력과 함께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하나의 장치로 지역언론이 메신저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이 의심된다. 보수기득권 세력의 부활을 꿈꾸는 이들과 일부 지역언론의 이해가 맞닿아 있다고 추정된다.


가짜뉴스는 유튜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보수정치세력에 기생하는 지역언론을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울산저널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짜뉴스에 맞서 진실을 확인하고 전파하는 진보언론으로 자리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확산되는 혐오 표현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가짜뉴스를 근거로 끊임없이 생성될 혐오선동에 맞서는 제도가 있다면 조금은 나은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싶다. 경기도에서 준비 중인 ‘혐오표현금지조례’나 혐오와 증오 연설시 3회를 위반하면 벌금 500만 원을 부여하고 있는 일본 가와사키시의 ‘혐오예방조례’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누가 가짜뉴스를 검증할 것인가? 누가 지역언론의 행태를 고발할 것인가? 누가 가짜뉴스에 편승해서 사회를 양분하려고 하는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 거대한 규모의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때 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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