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주민참여예산제도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09-19 09: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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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
▲ 왼쪽부터 박호 울산시참여예산위원, 박현미 시민기자, 김태근 울산시참여예산위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주민참여예산제도는 주민이 정책과정에 참여해 주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주민의 의견으로 예산을 사용하는 제도다. 우리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정책제안부터 예산편성, 예산집행, 예산결산과 평가까지 주민이 주인공이 돼 우리지역 예산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울산저널 시민포럼 11번째 시간으로 울산의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해 알아봤다.  


참여예산제는 지방자치제를 제대로 실현시키는 제도
요식행위에 그치지 말아야, 의견공유가 무엇보다 중요


박현미 시민기자(이하 사회)=주민참여예산 제도는 지방정부에서 결정해오던 예산 일부를 시민이 직접참여하고 결정하는 제도다. 따라서 참여예산제의 목적은 재정(예산)의 투명성 및 책임성을 높이고 재정 민주주의를 구현해 재정 배분의 사회정의와 재분배 강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져보고 울산의 현실은 어떤지 울산시 참여예산위원 김태근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과 박호 울산시 참여예산위원 두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먼저 참여예산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린다.


김태근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이하 김)=주민참여예산제도는 1989년도에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시에서 처음 도입됐다. 그동안에는 자치단체장의 일방적 결정에서 진행됐던 예산과정이었다고 한다면, 주민참여예산제도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예산과정에 대한 시민참여의 보장 측면에서 유엔이나 유네스코에서 권고했던 제도다. 이에 유럽 등 다른 나라들에 확장됐고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에 광주시 북구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울산에서는 2003년도에 울산시 동구가, 2004년에 울산 북구가 실제로 참여예산제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은 예산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들이 많았다. ‘굳이 이런 예산들이 이렇게 많을 필요가 있어?’ 등 그동안 이 문제들에 대해 언론이 다룰 때만 약간의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지방자치의 핵심이 주민참여인 만큼 주민의 목소리가 행정과정에 반영되는 것이라면, 참여예산이야말로 지방자치제를 제대로 실현시킬 수 있는 제도라고 본다. 이는 시민단체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2010년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의 변화가 있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개혁적인 민주당 출신들의 자치단체장이 나오면서 다양한 방식의 참여예산의 폭과 내용이 깊어지는 변화가 있었다. 울산은 2003년과 2004년 도입되긴 했지만 그 이후에 제도적인 혁신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2018년에 송철호 시장이 당선되면서 형식적으로 운영됐던 울산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개방적인 형태로 시민들을 모집하며(그동안은 시가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방식이었음) 분과도 늘리면서 다양한 형태로 시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도입 초기이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
 

사회=자치단체장의 참여예산제에 대한 실행의지가 중요한데 아직은 홈페이지나 홍보가 부족한 거 같다. 울산시에서는 얼마나 시민들을 모집했고 분과는 몇 개나 있는지?
 

김=송철호 시장의 모토가 ‘시민이 주인이다’고 했으니 시민연대 입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정책의 핵심키워드가 참여예산제를 확대하고 운영하는 것이라고 제안했었다. 그런데 2018년 연말에 울산시에서 느닷없이 주민참여예산위원을 공개모집으로 해 60명만 뽑아버린 거다. 결국 지난 2월 시의회 조례 개정 과정에서 100명으로 늘리자고 했고, 시의회가 이를 관철해 조례상으로는 100명으로 하고 7개 분과를 두겠다고 했다. 애초에 뽑혔던 60명의 분들로 4개 분과를 만들었는데, 이에 30여명 정도를 추가로 모집해서 분과를 1개정도 더 늘려 지금은 90명이 참여하고 있고 5개 분과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 참여예산제를 이해하기 위한 참여예산학교를 진행했고, 6월엔 각 분과별로 어떤 사업들이 분과에서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방문을 진행했다. 또 5월 말까지 울산시 차원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예산에 대해 시민들의 제안을 받은 것이 있었다. 이후 각 분과에서는 부서에서 평가했던 부분들이 맞는지를 결정하는 행위, 장기과제로 미룰 것들, 적합·부적합한지에 대한 결정을 7~8월에 진행했다. 9~10월에는 각 부서별로 편성했던 예산들을 논의하면서 신규예산이나 꼭 다뤘으면 하는 것들을 3~4회 정도 분과회의를 거쳐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회의를 한다. 이후 11월 11일 정도 되면 의회에 예산안이 제출 된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게 되는 것이 지금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계획이다.
 

사회=울산의 참여예산제는 분과회의 2회, 예산위원 워크숍만 예정 돼 있다. 광주의 경우 참여예산위원 정원 100명에 분과회의 5회, 전체회의 3회 예산위원 워크숍 및 별도의 예산학교를 운영하는데, 울산의 참여예산제도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말해달라.
 

박호 울산시 참여예산위원(이하 박)=5월에 예산학교 참여했을 때, 주민참여예산제를 처음 접해봤다. 그땐 어떤 내용인지 잘 몰랐지만 예산학교에 참여하면서 조금이나마 참여예산에 대해 알았던 계기가 됐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 6월에 현장방문을 했는데, 수소충전 인프라를 봤는데 ‘굳이 우리가 가서 구경을 해야 하나’할 정도로 단순히 구경하는 것이었다. 충전소 한번 보고 설명 듣는 식이었다.(빨리 끝내자는 식으로) 또 경제산업분과의 경우는 소위원회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운영위도 잘 안 되고 있는 거 같다. 그런 내용들이 밴드나 카톡을 통해 공유가 됨에도 전체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단톡방이 없다. 그래서 밴드를 통해 내용을 공유해야 했는데 이를 통한 의견공유는 사실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일방적으로 ‘며칠에 했으면 좋겠냐’고 하면 투표를 해서 진행한다. 그런데 6~7월을 거치면서 올라오는 예산을 울산시로부터 제출받으면 불과 열흘 밖에 안남은 시간에 그걸 봐야 한다. 짧은 시간에 80개 안건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힘든 부분이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소위원회의 횟수를 정하지 않고 필요에 의하면 계속해서 만나야 하는 것이 맞다. 시간되는 사람들끼리도 계속 모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자신이 알 수 없는 분야도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진행할 수 있는 거다. 단순히 ‘8월 1일에 결정 났으니 모이세요’라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의견 공유하는 부분이 원활한 분과들도 있는 반면에 원활하지 않는 분과들도 있다. 나부터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서 사전에 검토도 해야 한다. 최대한 자주 모여 의견을 나누지 않는다면 주민참여예산제는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나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연구회 필요
예산위원들이 중복해서 맡고 있는 경우 많아


김=일단 주민참여예산제는 처음 시행하는 제도고, 이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관이 1명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주무관이 다른 업무도 하고 있다. 애초에 이 제도를 만들 때 제안했던 핵심이 다양하게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연구회(전문가나 시민사회도 참여하는)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거는 죽어도 안 만들겠다고 한다(조례에 담겨있지 않다). 그럼 이걸 대체하는 것이 각 분과위원장과 부위원장, 전체 위원장으로 이뤄진 운영위원회 정도에서만 ‘어떻게 공무원들과 얘기해서 운영할지’에 대해 얘기하는 정도다. 따라서 분과위원장이 누가 되는지에 의해 정보공개 정도가 차이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 일반행정분과는 5월까지 제안됐던 주민들의 내년 예산안 요구 15개 안에 대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당장 내년에 시행할지 아니면 장기과제로 미룰지에 대한 평가를 했다. 회의를 하면서 장기과제로 미뤘던 사안을 위로 올려놓기도 했는데 사실 2시간도 부족했다. 다른 분과는 80개정도 되는데 이걸 2시간에 하겠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것이다. 그 과정들에 대해서는 담당부서의 주무관들이 배석하기에 충분히 질의응답시간을 가질 수 있고 질의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 무슨 문제가 발생하느냐. 예산이 없다고 한다. 참여예산이 활동하면 일정한 활동비를 받는데 예산이 없기 때문에 내일 또 회의를 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위원들의 입장에서는 애초에 활동비 보고 참여했던 게 아니기에 활동비와 상관없이 참여하겠다고 하면 연장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서울시 은평구는 주민총회의 숙의성 강화를 위해 2017년 일반총회에서 일반주민 600명이 참가하는 원탁토론회의 방식을 도입했다. 반면 울산시는 주무관 1명이 주업무 외에 참여예산제도를 함께 하는 걸로 안다. 울산시의 참여예산제의 현재 모습과 개선점에 대해서 말씀부탁드린다.
 

김=처음 시행하는 것이기에 공무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것은 인정한다. 이것에 점수를 매기면 100점부터 0점까지 다 있다. 그만큼 이제도는 누가 어떻게 설계하고 참여하는가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이것을 먼저 시행했던 서울시는 주민참여예산위원이 300명 규모다. 울산은 광역시라는 점을 봤을 때 서울에 비해 좀 부족한 것 같지만 울산시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연말까지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평가(시민위원들과 담당공무원들의)들을 통해 내년엔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예산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박=예산위원들이 중복해서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 교육청, 구청 3개를 한꺼번에 맡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데?
 

김=그만큼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전문성은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다. 문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더 많이 개입할 것인가가 참여예산제의 본령이다. 서울 성북구는 아예 투표도 했고 3만 명이 참여했다. 울산시는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2년에 한해 1년 연임할 수 있다. 수도권은 1년에 1년 연임으로 제한돼 있다. 수도권지역은 평생교육에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참여예산제 학교가 있고, 이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에 한해 참여예산 위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그 기회조차도 많은 사람들이 신청해서 제비뽑기로 결정할 정도다. 1년으로 줄였다는 건 그만큼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지가 충만하다는 것이다. 울산시도 그런 과정을 만들어갈 때 전문성이나 개방성 문제를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제도가 훌륭하다 그렇지 않다’의 기준은 여기에 누가 참여하고 있고 이 참여한 사람들이 어떤 태도와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가에 따라 그 제도의 형태가 갈린다고 본다. 매년 브라질에서 시작됐던 것들이 유럽으로 넘어가면서 다른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다. 울산시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도 다른 형태일 수도 있고 따라서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 자신들이 꼭 필요한 예산들을 제안하고 이것이 실제 예산에 반영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기 위한 제도로서 울산시가 함께 고민해줬으면 한다. 또한 각 구군별로 참여예산제가 진행되는데, 울산시에서 진행하는 참여예산제와의 연계방안은 없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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