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임업장비 시연전시회에서

이승재 (주)나무와 에너지 대표 / 기사승인 : 2019-09-26 09: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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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에너지 이야기

필자는 3주간 독일에 출장 중이다. 이번 출장기간 동안 필자는 독일 남서부의 검은숲 북부지역과 남동부 뮌헨 인근의 도시숲, 그리고 북서부 노드라인베스트팔렌주(NRW)의 둘레길을 돌아 볼 수 있었다. 마침 우리나라의 추석기간이라 명절을 타국에서 쓸쓸하게 맞았지만 맑은 가을 날씨 속에 완만한 독일의 도시숲을 트레킹해볼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다. 독일의 평균 임목축적량은 헥타르당 약 350입방미터로 우리나라의 2.2배가량 되고 특히 이번에 돌아다닌 지역은 평균 임목축적을 훨씬 상회하는 지역이라서 숲으로 걸어 들어가면 대자연의 위엄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잘 가꾸어진 독일의 숲들이 이번에 들여다보니 피해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소나무재선충과 비슷한 병해충 때문이다. 올해 나무좀류의 피해를 입은 숲은 독일 전체의 1퍼센트 수준이지만 매년 피해가 계속되고 있고 특히 여름가뭄이 극심했던 지난해와 올해는 숲에서 잘라낸 피해목이 7000만 입방미터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매년 생산하는 원목의 양이 500만 입방미터이므로 2년 사이에 우리나라 연간 원목생산량의 무려 10배가 넘는 나무들이 숲에서 사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독일은 제재소마다 원목이 넘쳐나고 제재소로 가지 못하는 나무들이 숲 입구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나무가격이 폭락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보통 1입방미터당 90유로(약 12만 원)를 하던 독일가문비나무 가격은 2019년 9월 현재 입방미터당 35유로(약 5만 원)를 밑돈다. 

 

▲ 다공정 임목수확장비인 하베스터는 작업속도뿐 아니라 숲 작업의 안전과 정확도를 높인다.


개체가 밀집한 독일 숲엔 다양한 해충들이 존재하지만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나무좀류’다. 이른바 수피 딱정벌레(Borkenkäfer)로 불리는 벌레들로 이 중 독일 숲에 가장 큰 피해를 남기는 종은 여섯가시나무좀(Pityogenes chalcogra phus)과 여섯가시큰나무좀(Ips typographus)이다. 이들은 특히 돌풍으로 피해를 입은 숲이나 폭설과 오염으로 약해진 나무의 껍질에 알을 낳거나 수목부를 파고들어 나무를 죽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좀류가 가장 많이 찾는 서식지는 침엽수인 독일가문비나무이고 이에 따라 피해도 커져 숲 입구마다 쌓여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가문비다. 잘 자라고 쓰임새도 많아 경제수종으로 집중적으로 키워낸 독일의 가문비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해 돌풍에 쓰러지고 병해충에 약해 독일 산주들의 고심이 어느 해보다 큰 한 해였다. 


처리해야 하는 나무가 많아지자 독일농업협회(Deutsche Landwirtschafts-Gesellschaft)가 2년마다 여는 임업장비시연전시회(DLG Waldtage 2019) 행사장에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DLG시연전은 임업장비업체들을 숲에 배치해 실제 장비가 숲에서 작업하는 것을 방문자들이 확인해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행사로 올해는 NRW주 리히테나우(Lichtenau)의 숲에서 열렸다. DLG는 우리나라의 농협 같은 조직으로 조합원 중 상당수가 산주로 구성돼있어 시연전시회에서 농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시연전에서 눈길을 끄는 장비는 당연 하베스터다. 원목을 수확하는 기계인 하베스터는 나무를 자르고, 가지를 정리하고, 일정한 크기로 잘라낸 뒤 운송차량에 옮겨 싣는 작업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다공정 임목수확장비다. 하베스터는 10~15미터에 이르는 긴 팔을 가지고 있는데 끝부분에 헤더가 장착돼 있다. 이 헤더에는 나무를 잡고 미는 롤러와 유압으로 작동하는 기계톱이 세트를 이루고 있고 헤더에는 센서가 장착돼 작업량이 실시간으로 작업자의 컴퓨터에 전송된다. 하베스터는 흉고 70~80센티미터짜리 원목까지 작업할 수 있고 경사로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므로 인력이 기계톱으로 나무를 베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업량이 많다. 독일의 경우 이미 40% 가까운 원목수확작업을 하베스터에 의지하고 있는데 하베스터를 이용하면 작업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그간 기계톱 때문에 발생했던 안전사고를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게다가 더 현대적인 장비들을 사용하면 벌채작업에 따른 숲의 훼손도 막을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농임업장비 전문제조업체인 존디어(John Deere)사가 제공하는 하베스터는 GPS를 활용한 자체 소프트웨어 팀버메니저(Timber Manager)를 장착하고 있는데, 업체에 따르면 이 소프트웨어로 계획적이고 안전한 임목수확작업이 가능하고 깊은 숲에서도 정확한 지점에서 정확한 목표를 수확해 낼 수 있어 원목수확의 효율을 증가시킨다. 


DLG 임업장비시연전에 참여한 업체 중엔 바이오매스 관련 분야가 유독 많다. 독일 숲에 병충해 피해목이 많아지면서 당분간 바이오매스 사용이 급증할 것이고 목재의 가격이 하락해 장작 우드칩 등의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연전에 출품된 이동식 파쇄기들은 대형 트럭에 드럼식 파쇄기를 장착해 원목이 발생하는 현장에서 직접 파쇄하는 장비들이다. 시간당 작업량이 200톤에 이르는 대형 우드칩 파쇄기는 작업자가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며 파쇄를 할 수 있도록 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 숲에 마련된 임업장비시연전시회에서 노는 아이들. 모형 원목운반장비의 작동 개념을 배운다.


시연전 한 켠엔 우드칩을 깔아 둔 어린이 숲속 놀이터가 마련됐다. 임업장비시연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관람을 온 가족들이 많이 눈에 띄는 것도 낯선 풍경이지만 아이들에게 임목수확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어린이용 포워더를 만들어 배치한 배려심도 눈여겨볼만하다. 도심의 경쟁 속에 자란 아이들과 숲을 체험하며 자라는 아이들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배려라고 봐야 할까? 


이승재 ㈜나무와에너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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