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 인문강좌] 1년 동안 니체…<우상의 황혼>(1)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 기사승인 : 2020-09-04 09: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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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TV 지상중계
루나와 리브의 니체 썰전
책을 좋아하는 루나와 철학을 가르치는 리브가 벌이는 흥겨운 철학 수다

 

루나: 오늘은 니체의 <우상의 황혼>을 풀어 나가보도록 하겠다. 준비되셨나?


리브: 응, 준비됐어.

Q. <우상의 황혼>은 어떤 책이야?

루나: <우상의 황혼>은 어떤 책이야?


리브: <우상의 황혼>은 니체의 후기작이고, 니체가 거의 마지막으로 남긴 철학의 야심작이지. 니체 철학의 모든 것이 집대성된 최후의 걸작이지. 


루나: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렵기도 하지만, 니체의 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어려웠던 점은 니체의 모든 게 다 들어있다는 것이야.

Q. <우상의 황혼>을 쓸 당시 니체 상황은?

리브: 니체가 이 책을 쓸 때 당시의 상황부터 한 번 얘기해 볼까?


루나: 내가 알기로는 니체가 광기에 사로잡히기 일 년 전에 쓴 책이었고, 이 책이 출판될 당시에는 니체는 이 책이 출판됐음을 인지하지도 못했다고 들었어. 그 때 니체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 얘기해줘.


리브: 참 안타까운 일이지. <우상의 황혼>이 1888년에 출간되고 니체의 정신의 붕괴가 1889년에 일어나거든. 주목해야 할 점은 1888년에 이미 니체의 정신에 이상이 있다는 징후들이 발견돼. 1888년에 니체의 어머니나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과대망상의 흔적을 볼 수 있어. 자신을 과하게 (예수로) 본다든지, 주위 사람들이 좋은 표정으로 자기를 바라봐 준다든지, 자신이 굉장한 과업을 하고 있다든지.


루나: 자아의 굉장한 확대 아닌가?


리브: 그렇지. 이제 과대망상이 보이기 시작하거든. 그러다가 1889년 몇 월 달인 줄 알아? 정신이 붕괴된 것이?


루나: 토리노. 맞는 말을 부여잡고… 그 때가 몇 월일까?


리브: 1월이야.


루나: 맞다. 추운 날.


리브: 니체가 이탈리아 토리노 알베르토 광장 근처에서 숙박을 했던 모양이야.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서 알베트로 광장에 도착했는데, 그 때 마부가 말을 채찍질 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니체가 울부짖으며 말을 끌어안고 쓰러져. 그때가 1889년 1월 3일이지. 


루나: 니체의 인생에서 말과 채찍이라는 상징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


리브: 그거는 잘 모르겠어. 


루나: 니체가 군대에 가서 말에 떨어져서 부상을 당해 제대를 하게 되고, 니체가 친구와 살로메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면 채찍을 들고 있고.


리브: 연관성을 찾자면, 그 당시 교통수단이 말이었고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문제는 니체가 쓰러지고 나서 숙박집 주인이 니체를 옮겼는데 니체가 발작하기 시작했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등 난동을 부려서 주인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상황이 됐어. 그 다음 날인 1월 4일부터 니체는 편지를 쓰기 시작해.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는데, 내용이 기가 막혀. 페터 가스트라는 주치의이자 친구에게 1월 4일에 보낸 편지를 읽어 줄게, 이것은 3줄 밖에 되지 않아. 아주 간단해.
새로운 노래를 나에게 불러주렴,/ 세계가 빛나고 있어./ 모든 하늘이 즐거워하고 있어.
더 기가 막힌 것은 보낸 이가 누구냐면 ‘십자가에 못 박힌 자’야.


루나: 예수란 얘기네?


리브: 모르지. 이런 편지를 친구가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친구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루나: 당황했을 것 같아.


리브: 당황했을 거야. 얘가 장난치는 건가? 아니면 주치의 입장에서 봤을 때 심상치 않다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후에 니체의 정신은 회복되지 못한 채로 10년 정도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다가 비극적인 삶을 마감하게 되지. 


루나: 니체가 그 10년 사이에 스타가 되는 거잖아? 광기에 휩싸여 있을 때. 니체가 그토록 원했던 자기의 독자들은 니체가 만나지 못하잖아,


리브: 그렇지. 인지하지 못하지. 


루나: 내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니체가 쓰러지기 전에 앓았던 병세들이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병들이야. 주 증상이 마비를 일으킬만한 극심한 두통, 극심한 어지러움, 어지러움으로 인한 메스꺼움과 구토, 식욕감퇴, 음식에 대한 혐오, 고열, 잘 때 나는 땀, 온몸의 근육이 마비될 것 같은 심한 피로였어. 부수적으로 병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이 정확히 117일, 200일은 경미한 두통, 눈의 통증, 위통과 메스꺼움 등으로 고통을 받고. 2주 동안 몸 상태가 양호했던 적이 없고. 이 증상이 10년 동안 지속돼 왔으며 조울증이 왔고 조증이 심했다. 이것들이 니체가 쓰러지기 직전까지의 몸 상태였거든. 이 상태에서 글을 적는다는 것 자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 같으면 못 했을 것 같은 상황이거든. 


리브: 우선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니체가 광기로 쓰러졌다고 하지만 정확한 병명은 알지 못해. 쓰러진 원인을 잘 몰라. 왜냐면 당시에는 병을 세분화할 수 있는 개념이 없었고,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현상을 보면 뭔지 모르거든. 기록을 남길 수조차 없어. 기록을 남긴다는 건 먼저 알고 있는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없으니 당황스러운 거야. 우리가 지금 여러 가지로 추측하는데, 건강이 정말 안 좋은 상태였다는 것이지. 그래서 자기가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글도 대신 타자를 쳐주는 방식으로 힘겹게 써 나갔지.


루나: 글의 문체하고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 글의 문체가 굉장히 짧고, 상징적이고 비유적이면서, 짧은 경구로 돼 있어.


리브: 그것이 건강의 문제와도 연관이 있을 수 있겠지. 임마누엘 칸트와 니체의 문체를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나거든. 칸트의 글은 길고 꼼꼼한 스타일인데 니체는 짧지만 경쾌한데, 이것이 건강 때문만이 아니라 니체는 이런 문체를 추구하지. 춤추듯이, 걸음도 춤추듯이 걷고, 글도 춤추듯이 쓰겠다. 이것은 정신이 그만큼 가볍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생각했어.

Q. 영원한 우상이 무엇이지?

루나: 니체는 사람들이 이상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모두 우상이라고 규정하고 있거든? 서문에서 보면 ‘이 작은 책은 중대한 선전포고다.’ ‘비밀이 캐어져야 할 대상들은 이번에는 한 시대의 우상들이 아닌 영원한 우상들이다.’ ‘여기에 쇠망치를 갖다 댈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어. 결국 영원한 우상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건데, 여기서 영원한 우상이란 것은 무엇일까?


리브: <우상의 황혼>이라는 제목과 연관이 되는 내용이겠지. Goetzendaemmerung oder wie man mit dem hammer philosophiert(<우상의 황혼> 혹은 어떻게 망치로 철학을 할 것인가). 그러니 제목이 두 개야. <우상의 황혼> 혹은 어떻게 망치로 철학을 할 것인가. 


루나: 뭔가를 두드려 패겠다는 거네. 


리브: 그렇지. 우상을 패겠단 얘기지.


루나: 그 우상이 어떤 우상이냐고?


리브: 우상이라고 하는 것은 니체가 등장하기 200년 전에 활동했던 프랜시스 베이컨이 사용한 개념이야. <신기관>에서 베이컨은 사람들이 진리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오류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4가지 오류를 들고 나오지. 


루나: 아~ 동물의 우상, 극장의 우상, 시장의 우상. 하나는 뭐지?


리브: 종족의 우상. 내가 깜짝 질문을 했는데 이걸 다 아네? 


루나: 이게 주입식 교육의 장점이야. 


리브: 이것을 우상이라고 베이컨이 표현했는데, 니체가 우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베이컨을 염두에 두고 썼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니체가 말하는 우상은 결국 사람들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망치로 두드렸을 때 부서질만한 허술한 것인지를 진단하겠다는 거야. 두드려서 허약한 것은 망치로 깨부수겠다는 제목이고 저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


루나: 그럼 구체적으로 그 우상들이 무엇인지 설명해 줘.


리브: 니체가 공격하려고 하는 우상은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 형이상학 철학이야. 전통 사상의 핵심은 첫째,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는 믿음, 둘째,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다는 믿음, 셋째, 인간이 의식을 가진 존재라는 믿음, 넷째, 우리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믿음. 


루나: 지금 말한 네 가지가 서양철학의 핵심 아냐?


리브: 이런 식의 생각이 서양사상의 주류가 됐지.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국가의 사상적 뿌리가 됐어.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야. 이것은 교육의 문제, 법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리는 이성적 존재이고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이고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존재라는 믿음. 니체는 이것을 공격하는 것이야. 


루나: 그 믿음이 없다면, 범죄자에 대해서 처벌할 근거가 없잖아. 범죄자를 처벌할 기본 가정은 자유의지를 가진 개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거잖아,


리브: 그렇지, 니체가 부수고자 하는 우상의 정체가 뭐냐면 주류 철학의 뿌리이자 기둥이야. 우리의 문명을 만든, 떠받치고 있는 기둥을 부수려고 하는 거지. 그러니 이게 어떤 싸움의 구도인지 알겠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고 할까?


루나: 광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을 만한 이유도 거기에 있네?
리브: 그렇지. 


루나: 그런데 그 기준은 있을 것 같아. 니체가 문명의 기둥을 흔들겠다고 했을 때는 기준이 있었을 것 같아. 어떤 기준으로 흔들 거냐. 두들겨서 부서지는 것, 부서지지 않는 것의 기준은 있을 거 아니야. 그 기준이 뭘까? 


리브: 그렇지. 삶의 의지라고 하는 니체의 독특한 존재론적인 이론이 있지. 이 얘기는 책 내용을 다루며 좀 더 언급하도록 할게. <우상의 황혼>의 우상은 바로 서구 사상뿐만 아니라 문명을 떠받치고 있는 근본 주장들이야. 이것을 공격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야. 다만, 니체가 등장했지만 이런 사상은 여전히 주류로 남아있어. 그만큼 영향력이 깊고 크다는 거지. 니체 한 사람으로 어떻게 해보기 힘든 싸움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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