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구조조정과 5.31 주주총회 저지투쟁(4)

박근태 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 / 기사승인 : 2020-04-08 09: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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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사회연대

주주총회가 열리던 날 5월 31일, 어제 밤 함께했던 모든 노동자들의 뜨거운 동지애를 키우고 투쟁 열기를 불사르며, 긴장된 밤이 회사가 고용한 용역들의 침탈 없이 지나갔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주총이 열린다. 사측의 주총꾼과 사장이 주변에 있다는 제보들이 들어온다. 조합원들은 반드시 막아낸다는 의지로 불타올랐다. 


회사 앞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긴급히 주총장이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은 예상됐지만 가능성이 있는 곳 모두를 지키고, 막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한마음회관 쪽은 내부 점거 조합원과 연대투쟁에 함께 했던 활동가들이 사수하고, 외곽을 지키고 있던 조합원은 긴급히 회사 본관이나 체육관, 현대호텔에서 주주총회 장소를 바꿔 열 것에 대비해 정문으로 배치해 이동시켰다.


회사가 주주들을 이송하겠다며 현대호텔 주변에 배치했던 전세버스는 조합원이 주주임에도 주총장으로 간다는 조합원 탑승을 거부했다. 사측이 분명히 꼼수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한마음회관 앞 주차타워에 주주총회가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됐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사측이 고용한 변호사도 주총장이 변경됐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은 급히 오토바이를 타고 울산대학교로 이동했다.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학교까지는 20킬로미터가 넘는 만만치 않은 거리다. 방송사도 실시간으로 방송해줬다. 그 많은 오토바이가 한꺼번에 도심을 질러 쏜살같이 달려갔다. 선두에 선 조합원은 뒤따르는 조합원들이 무사히 신호에 걸리지 않도록 차량을 통제하며, 사전에 훈련이나 한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이동했다. 차량의 어느 시민은 교차로를 본인이 막아줄 테니 빨리 가라고 교통을 통제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한마음회관에서 장소 변경을 알린 그 시간은 울산대학교 체육관까지 아무리 빨리 가도 도착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기자들도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도 변경된 장소까지 갈 수 없는 시간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경찰과 짝짜꿍이 돼 사전에 대주주와 위임받은 자들을 빼돌려 실질 주주가 참석하는 것을 원천봉쇄한 채 주주총회를 치르려 한 것이다. 나는 직접 울산대학교에 가보지 못했지만 이미 경찰들이 울산대학교 체육관 주변을 에워싸고 조합원이 주주임에도 주총장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봉쇄해 버렸다. 


조합원들은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체육관에 들어가려 했으나 경찰이 막아서는 바람에 경찰과 충돌이 일어나 한 조합원이 경찰의 방패에 맞아 대퇴부를 크게 다치는 일까지 일어났다. 그 사이 주총 장소인 울산대학교 체육관도 아수라장이 되고, 주주총회는 3분여 만에 끝났다. 그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총장을 점거하며 지켜왔던 조합원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긴급히 조합원을 한마음회관으로 집결시켰다. 주주총회는 끝났어도 이후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연대했던 노동자들과 함께 법적 대응과 무효화 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을 약속하며, 4박 5일간의 점거 투쟁을 마무리지었다. 


점거를 마치고 돌아간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자리가 만들어졌는데 일산해수욕장 주변이 울음바다가 됐다는 얘기가 전해져 왔다. 얼마나 분하고 원통했으면 술자리에서 울음바다가 됐을까 충분히 이해됐다.


박근태 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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