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을 맹글다. 중구 맹글다마을

박현미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19-09-06 09:55:55
  • -
  • +
  • 인쇄
행복한 울산 마을공동체 탐방기

8월 28일 가을과 여름의 어느 즈음에 있는 날, 중구 옥교2길 41번지 맹글다 공동체 조합원들은 우산을 쓰고 하나둘씩 모였다. 이날은 울산MBC 라디오 ‘마실갑니데이’에서도 취재를 나왔다. 인터뷰가 부담스러웠다는 박미나 대표에게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부터 물었다.

 

▲ 8월 28일 맹글다마을에서 넵킨 아트 수업을 받으며 조합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박현미 시민기자


“처음에는 동생 때문에 동사무소 프로그램을 자비로 신청해서 천연화장품이나 비누 만들기를 배웠어요. 동생의 피부가 악건성이었거든요. 만들기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했지만, 막상 자격증까지 따는 과정에서 재료비와 수강료 등이 만만치 않았어요. 얼추 백만 원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제가 배운 것들을 공동체와 함께 나누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런데 처음에 조합원을 만들어서 울산마을만들기공동체지원센터에 서류를 냈는데요, 동네 주민분으로 70%를 구성해야 한다고 해서 근처 슈퍼 앞을 거점으로 삼아서 주민분들을 다시 모았어요.”


울산의 원도심 옥교동은 큰애기야시장, 문화의거리 등 울산의 중심지인 성남동을 서쪽에 두고 있지만, 근처 주택가는 장년층과 젊은층의 인구유출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민이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게 공동체 관련 규정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이 공간이 생기고 나서는 차 마시고 맛있는 걸 싸 들고 와서 같이 먹으면서 고민 상담이나 애기 키우는 얘기도 하고 그래요. 이젠 서로 보기만 해도 좋아요.”


“그전에는 갈 데가 없었는데 이런 공간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여기서 직접 만든 천연화장품을 사용하니 피부도 좋아졌고요. 저번에 양초를 만들어서 집에 켜놓았는데 집안에 은은한 향기가 배었어요. 제가 불면증이 있다고 하니 대표님이 라벤더 향기를 첨가하라고 하더라고요.” 


오늘 수업은 냅킨 만들기였는데 다들 만들어서 가족이나 지인에게 선물해야겠다며 열심히 했다. 본인이 만든 걸 자신이 안 쓰고 주위에 선물할 것부터 생각하는 데에서 이분들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판매를 못 하게 돼 있으니 전시를 하고 작품은 각자가 가져가니 이제는 집에 가면 대화거리가 생겼다고 했다. 오늘은 무엇을 만들었고 다음 주에는 무엇을 만드니 한 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나서 서로 친목도 다지고 손을 움직여서 만들기를 하니 훨씬 생동감이 생겼다고 한다.


“조합원은 10인 이상으로 금방 모이더라고요. 처음에는 과연 모일까 걱정스러웠는데 모임이 진행될수록 잘 돼요, 여기서 만들어서 써보신 분들도 재료가 좋으니까 비누, 향초, 천연화장품 등 모두 돈을 주고 사서 써야만 하는 줄 알았다가 직접 만들어서 쓸 수 있으니 더욱 호응이 좋아요.” 박미나 대표와 이은주 총무는 안 하던 서류를 챙기고 하는 일이 턱없이 많아졌지만, 보람이 더욱 크다고 한다.


오늘 수업엔 모두 일곱 명이 왔다. 워낙 호응이 좋고 열심이라 공동체 모임이 끝나는 11월 5일까지 일정이 빽빽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꼭꼭 수업하고 또 만들어놓은 작품은 벽면 진열대에 전시도 해놓았다.
난 눈치 없이 바로 물었다.


“이 공간은 대표님 자택이잖아요. 그런데 탁자를 들여놓고 전시대를 만들고 집안이 너무 좁아졌는데요. 옆에 웃음을 지으며 이것저것 심부름을 해주시는 분이 아드님이죠?”


“네, 공동체 사업을 하느라 제일 고생을 하는 게 아들이에요. 수업을 위해 재료를 사다가 수업을 하고 남는 재료들을 보관하느라 아들 방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박현미 시민기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현미 시민기자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