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아래서> 울산 ‘커튼콜영화제’에서 빛나다

배문석 / 기사승인 : 2019-11-07 09: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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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인디밴드를 사랑한 장편 다큐멘터리

지난 달 26일 울산 남구의 작은 카페 ‘틈’에서 의미있는 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카페 틈에서는 지난 3년 동안 매월 정기적으로 다시 보고픈 영화를 골라 함께 보는 공동체상영회를 해왔다. 이번 상영회는 올해 울산청년센터에서 운영하는 ‘청년공공’ 교육공모사업과 함께 했다. 상영작은 2017년에 완성했지만 2년을 기다려 극장개봉을 한 장편 다큐멘터리 <불빛아래서>. 단편 독립영화 연출과 다수의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를 맡아왔던 조이예환 감독의 첫 장편 입봉작이다.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은 일반 관객들에겐 낯설 수 있는 인디 밴드인데 ‘로큰론 라디오’ ‘더 루스터스’ ‘웨이스티드 쟈니스’ 세 팀이다. 조이감독은 2012년부터 5년 동안 세 밴드를 영상에 담았다. 홍대클럽 공연부터 길거리 버스킹 그리고 록페스티벌과 방송 오디션, 해외 공연까지 매우 너르게 밴드 활동을 따라간다.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밴드였지만 속된 말로 ‘뜰’수 있을 것 같은 무지개를 좇아 달려온 시간이 누적되면서 생존의 푸념이 터진다. “난 입금되면 다 할 수 있어, 이게 우리 Job이니까”란 말을 던지면서 ‘그게 나쁘냐’고 되묻는 진솔한 목소리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관객의 환호성이 터지는 무대가 끝나고 돌아서는 길에 느끼는 허전함,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도 스민다. 

 


결국 공중파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좋은 성적은 거뒀지만 아주 반짝으로 끝난 한 밴드의 기타 연주자는 탈퇴를 결정했고, 가장 젊은 밴드는 구성원들의 견해차이로 어느 순간 해체를 결정한다. 또 페스티벌 포스터의 상단에 이름을 올렸던, 이제는 중견이 된 밴드는 여전히 쳇바퀴처럼 생활고를 걱정하며 다음 행보를 준비한다. <불빛아래서>는 그렇게 록스타를 꿈꾸거나 밴드 음악의 성공을 꿈꾸며 고군분투했던 세 밴드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줄거리만 보면 어딘가 우울함이 느껴지지만 의외로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유쾌한 흐름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인데도 TV 예능프로그램 같은 경쾌한 자막이 붙기도 하고, 날것같은 신선한 대화들이 아주 찰진 편집으로 이어지면서 웃음이 터질 자리를 여러 군데 만들었기 때문이다. 


감독은 젊음의 성지 홍대를 누비는 이들의 빛과 그림자를 적절히 담아냈다. 그런데 시선은 관찰자를 훨씬 뛰어넘는 동지애가 묻어난다. 절친한 친구이자 형, 동생 그리고 함께 청춘의 시간을 보내는 동료로 술잔을 기울일 만큼 넉넉한 애정이다. 결국 어디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맺을지만 남게 된다. 


독립 다큐는 <워낭소리>(2009)같은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극장 관객을 만나는 것 자체가 거대한 장벽이다. 독립영화 전용극장이 있는 도시는 그나마 극장개봉작을 만날 수 있지만 울산에서는 언감생심이다. 그런 독립 다큐가 인디 밴드를 품은 작품이기에 빛나는 청춘의 단맛 짠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리고 작품의 완성도를 따지기보다 격려와 응원이 더 먼저 나올 뿐이다. 

 


영화 상영후 관객들이 참여한 ‘감독과 대화’ 내용 중 일부를 전한다. 


-영화 상영을 위해 멀리 와줬다. 소감을 말해 달라. 

“영화는 2017년에 완성했지만 극장 개봉은 이번에 하게 됐다. 오늘이 마침 서울에서 극장 상영 종영일이다. 이게 끝나면 공허하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울산에서 초대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하다. 


-홍대 씬에 밴드들이 많을 텐데 이 세 밴드를 다룬 이유는?
“좋아하는 밴드는 사실 많다. 밴드를 다룬 다큐가 아예 없진 않다. 하도 오래 찍다 보니 그 와중에도 몇 작품이 나왔다. 그래서 차별화를 생각하면서 뮤지션 이야기지만 친구 같은 마음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으로 뮤지션을 다루고 싶어서 삶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보통 록 음악하는 뮤지션이 세다고 생각할 테지만 영화를 봐도 알겠지만 우리 주변 사람들처럼 친근한 친구들이다.”

 


-작품을 보면 해외공연이나 록페스티벌 촬영을 할 때 감독이 고생보다 즐거워 보인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록 밴드 공연 관람이다. 어릴 때부터 록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촬영하는 내내 스스로 즐거운 작업이었다. 물론 영화만으로 먹고 살기 어렵게 때문에 여러 아르바이트하면서 작업을 해야 했지만 해외 촬영이든 공연 촬영이든 기쁜 마음으로 갔다. 물론 록페스티벌을 촬영할 때는 공연 초대진에게 주는 스텝 입장권을 받는 혜택도 있었다. 어릴 때부터 돈을 내고 가서 보던 공연을 이 촬영 기간 동안 내내 공짜로 본 것은 맞다.” (웃음)


-해체한 밴드가 보이고 길게 찍으면서 예상 밖 일들이 많지 않았나?
“그것보다는 오히려 예상했던 바다. 밴드가 망해서 없어지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내가 찍는 밴드가 그런 경우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찍으면서 해체를 안 하는 것이 신기했는데 그 이유는 소위 ‘뽕’을 맞듯이 포기하지 못할 성장이라 여겼다. 그런데 영화 속 밴드는 예상외의 시점에 뒤늦게 해체했다. 음악적 견해차이도 있었고 군대를 가야할 젊은 나이도 있었다. 나도 해체 결정 후에 이야기를 들어서 그 과정을 촬영 못한 것은 있지만 크게 놀랍지 않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여긴다.”

 


-영화를 어떻게 끝낼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5년 동안 촬영하면서 어떻게 끝낼까, 완성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차라리 세 밴드 중에 하나가 ‘떴다’라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거기에 맺음할 수도 있었다. 영화 속 밴드 중에도 근접한 경우에 머물고 말았다. 사실 인디밴드가 뜨는 것은 1년에 한 밴드 정도다. 그 기회를 잡기는 참 어렵다. 운도 있어야 한다. 인디밴드는 ‘신인’이라는 이미지도 함께 있기 때문에 기회를 놓쳐서 활동경력이 늘면 더 멀어진다. 결국 뜨는 밴드로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은 접게 됐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요사이 청춘들이 성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즐기며 버티는 진짜 삶을 보여주는 마무리를 고민하게 됐다.”


-영화 속 가장 맘에 드는 대사는 뭔가?
“행복하다 말하는 게 쉽지 않다. ‘난 돈 빼곤 행복해’라는 말을 하는 보컬이 영화에도 나온다. 그 말은 사실 돈이 없어 불행하다는 뜻도 있는데 그걸 ‘행복’으로 포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밴드에서 탈퇴하는 친구의 솔직한 말이 내겐 가장 고마웠다. 그 친구처럼 홍대 씬이나 밴드 활동의 어려움에 대해 진솔하게 전해주긴 어려울 것 같다.”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나?
“이 영화는 오랫동안 하고 싶었고 또 해야 했던 숙제였다. 가장 굵직했던 일을 끝낸 거라 앞으로 무슨 작업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게임’이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을 차치하고, 넘을 수 없는 강 같은 경계를 풀어보고 싶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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