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에너지 자립마을의 꿈

이승재 (주)나무와 에너지 대표 / 기사승인 : 2019-09-04 09: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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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에너지 이야기

얼마 전 산림청 산하 모 협회의 10주년 기념식장에 참석한 산림청 목재산업과 사무관은 정부의 바이오에너지 정책에 대해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산림청은 내년에 산림에너지 자립마을 4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산림에너지 자립마을은 선도산림경영단지처럼 원료의 공급이 원활한 지역의 마을에서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 등 산물을 수집해 목재칩을 생산하고 이를 전기와 열에너지로 활용하는 마을을 말한다. 산림에너지 자립마을에는 소형 열병합발전소가 설치돼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데, 이때 얻어지는 난방열은 마을에서 열배관을 설치해 중앙난방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생산한 전기는 판매해 경제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산림바이오매스 분산형에너지공급사업이다. 산림청은 이 사업에 총 2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모를 통해 산림에너지 자립마을이 선정되면 국비 50%와 지방비 50%가 지원되고, 선정되는 마을에는 지역의 산림바이오매스 자원을 전처리하는 바이오매스센터와 소형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서게 된다. 특히 산림청은 이들 시설을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에너지협동조합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한 운영비용은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한 수익으로 충당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산림청이 나무를 활용한 ‘에너지자립마을’을 계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산림청은 목재펠릿을 활용한 산촌마을 중앙난방을 계획하고 전국 공모를 통해 2개의 산림탄소순환마을을 지정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이 중 한 곳인 경북 봉화군 서벽리 마을은 가동 1년을 못 채우고 설비와 엔지니어링 부족으로 운영이 중단됐고, 강원도 화천군 느릅마을은 연료를 우드칩으로 바꾸고도 경제성이 떨어져 참여 가구가 줄어들었다. 원목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나무들을 에너지로 사용해 산촌마을 난방을 해결해 보겠다는 산림청의 계획은 10여 년 전에는 어려운 과제였던 것일까? 

 

우리나라는 목재자급률이 15% 정도에 머무는 나라다. 국토의 63%가 임야고 세계적으로도 조림이 잘된 나라로 손꼽히지만 해외에서 밀려오는 값싼 목재에 밀려 국산재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산에 자라는 나무를 써 볼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른바 산림경영이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방치된 숲을 살리려면 임도를 놓고 장비를 기계화해야 하고 간벌을 통해 숲을 가꿔야 하는데 원목의 부가가치가 낮아 여전히 문제가 된다. 임업계가 바이오매스산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버려지는 임업부산물을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 원목을 생산하고 버려지는 부산물인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의 양은 400만 입방미터에 이른다. 생산된 원목도 제재산업, 펼프산업 등을 거치면서 막대한 양의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남긴다. 임업의 각 단계별로 생산되는 부산물들은 모두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는 순수 목질계 자원이다. 따라서 이들 부산물들을 에너지로 사용하게 되면 생산한 나무를 대부분 사용하게 되므로 임업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 2011년 조성된 탄소순환마을 바이오매스센터. 강원도 화천군 느릅마을


산림에너지 자립마을은 환경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대안이다. 기본적으로 나무를 사용한 난방은 탄소중립으로 간주한다. 뿐만 아니라 중앙난방을 사용하므로 그간 최소한 수십 개의 굴뚝에서 배출되던 배출가스를 한 곳에서 관리하게 돼 굴뚝 없는 청정마을 만들기를 실현할 수 있다. 서유럽의 농산촌 마을들은 바이오매스 열공급 사업으로 한 개의 굴뚝을 집중 관리해 ‘공기 깨끗한 청정마을’로 만들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홍보한다. 


산림에너지 자립마을은 지역에서 연료를 생산하고 이를 지역에서 사용하게 된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지역에서 생산한 부가가치는 오롯이 지역에 머문다.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과 설비를 운영하는 일 등 마을에 생기는 좋은 일자리도 기대할 만하다. 앞서 칼럼을 통해 소개한 것처럼 독일의 아헨탈, 일본의 가와바촌 등은 바이오매스센터와 제재소 등으로 마을에 수십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냈고 마을의 재생에너지는 좋은 생태관광거리가 되어 전 세계의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 정부는 미이용되는 나무들을 모으고 사용할 방법을 모색한다.


산림청의 산림탄소순환마을이 실패한 지 10년이 지났다. 우리는 다시 산촌마을의 에너지자립을 꿈꾼다. 모 보일러업체가 ‘아버님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 겠다’고 전국에 가스보일러를 광고하던 시절이 30년 전의 일이다. 세상은 5G라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발전시켜 가는 경쟁시대지만 여전히 우리는 농산촌 마을 난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 미이용 나무들을 기반으로 마을 단위 중앙난방을 효과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마을이 에너지를 갖게 되고, 지역 단위 탄소배출 저감이 실현되고 국가 재생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산림에너지 자립마을을 꿈꾼다.


이승재 ㈜나무와에너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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