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쓴 독후감

김민우 취업준비생 / 기사승인 : 2019-09-05 09: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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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고등학생 때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어 보니 ‘이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롭게 느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란 말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말을 실감한 적은 처음이다. 고등학생 때는 보이지 않던 게 많이 보였다.


정의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답을 내려줄 것 같은 책 제목과는 달리, 샌델은 무엇이 정의인지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 책을 읽는 내내 독자에게 무엇이 정의인지 생각하게 하며 생각의 도구로서 세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첫 번째 관점은 공리주의고 두 번째 관점은 자유주의, 세 번째 관점은 공동체주의다(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자신이 공동체주의의 입장에 있다는 걸 밝힌다).


정의에 관한 세 관점은 최근 가장 핫한 주제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관한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다른 문제들은 아직 관련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후보자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 법무부장관 부적격 사유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만 생각해봤다. 


먼저 공리주의의 관점이다. 후보자는 국내 최고라고 평가받는 로스쿨 교수로서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가 가진 능력으로 검찰개혁을 완료해서 국민의 이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그의 임명은 정의에 부합할 것이다. 또한, 말과 행동이 달랐다고 하나, 후보자의 해명에 따르면 그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을 한 적이 없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명됐다.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의 임명은 정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공동체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후보자의 임명은 정의롭지 못하다. 법무부장관이라는 자리는 능력과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임명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무부장관은 대한민국의 고위공직이며, 법 집행의 가장 선두에 있는 자리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후보자는 정의로운 사회는 어떤 사회여야 하는지와 관련해 많은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할 때는 오히려 반대로 행동했다. 도덕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의가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고 여러 관점에서 문제를 검토하는 이 책의 전개방식이 좋았다. 어떤 관점이 더 좋은지에 대한 평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고 사안마다 적용되는 관점의 비중도 다를 수 있겠지만, 정의에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여러 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에서 “아이에게 망치를 쥐여 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망치가 아닌 공구통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읽은 기억이 있다. 나는 이 말이 정말 좋다. 그리고 나에게 샌델의 책은 망치가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한 공구를 꺼내 쓸 수 있는 공구통이다. 


정말 오랜만에 써 보는 독후감이다. 200만 부가 넘게 팔린 책이라서 많은 사람이 읽어봤겠지만 읽어 보지 않았다면 정말 권하고 싶다.


김민우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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