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의 짧은 편지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19-11-28 09: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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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옛사람들은 가까운 벗과 짧은 편지를 나눴다. 짧은데 한없이 깊고 넓다. 노래가 있고 속담이 있고, 아이가 나오고 삼정승이 나온다. 도끼가 등장하고 바늘이 뒤따른다. 겉보다 속을 돌보고, 힘보다 지혜를, 남에 의지하기보다 자신을 믿으라고 간곡하게 일러준다. 벗이란 이런 사이라고 말해 준다. 철학의 개념어가 없는 평소 주고받는 편지로 최상의 철학을 하고 있다. 철학은 존재 일반에 관한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논란이다.

중일에게 보내는 세 번째 편지

아이들 노래에 “도끼를 휘둘러 허공을 치는 것이 바늘을 가지고 눈동자를 겨누는 것만 못하네”하였고, 또 속담에 “정승을 사귀려 하지 말고 네 몸가짐부터 신중히 하라”하였으니, 그대는 아무쪼록 명심하시오. 차라리 겉으로 약해 보여도 마음이 굳센 편이 낫고, 거센 척 나서다가 뒤꽁무니를 빼면 아니 되오. 하물며 남의 권세를 믿는 것은 절대 아니 되오.

원문읽기
與中一之三(여중일지삼)이라
孺子謠曰(유자요왈)
揮斧擊空(휘부격공)이
不如持鍼擬瞳(불여지침의동)이라하고
且里諺有之(차이언유지)에
无交三公(무교삼공)하고
淑愼爾躬(숙신이궁)하라하니
足下其志之(족하기지지)하오
寧爲弱固(녕위약고)온
不可勇脆(불가용취)하라
而况外勢之不可恃者乎(이황외세지불가시자호)인저!

해석공부
與‘中一’之三(여‘중일’지삼) : ‘중일’에게 보내는 세 번째 편지
孺子謠曰(유자요왈) : 아이들 노래(謠)에 말하기를
揮斧擊空(휘부격공) : (남을 위협할 때는) “도끼를 휘둘러 허공을 치는 것이
不如持鍼擬瞳(불여지침의동) : 바늘을 가지고 눈동자(瞳)를 겨누는(擬) 것만 못하다.”하고, (不如: -만 못하다)
且里諺有之(차리언유지) : 또 속담(里諺)에 이르기를
无交三公(무교삼공) : “삼정승을 사귀려 하지 말고, (三公:삼정승)
淑愼爾躬(숙신이궁) : 네 몸(爾躬)을 착하고(淑) 신중하게(愼) 하여라.”하니
足下其志之(족하기지지) : 그대는(足下) 그 말(其)에 뜻을 두시오(志之). 그대는 이 말을 명심하시오. (足下:편지에서 같은 또래에게 쓰는 존칭어)
寧爲弱固(녕위약고) : 차라리(寧) 약하면서(弱) 심지가 굳은 것(固)이 좋지
不可勇脆(불가용취) : 먼저는 용감하게(勇) 굴다가 나중에 물러 터져서는(脆) 아니 되오.
而况外勢之不可恃者乎(이황외세지불가시자호) : 하물며(况) 타인의 권세(外勢)를 믿는(恃) 것은 절대 아니 될 것이오. <不可恃外勢(불가시외세)>

音訓(음훈) : 소리와 뜻
與 줄 여, 孺 젖먹이 유, 어릴 유, 謠 노래 요, 揮 휘두를 휘, 斧 도끼 부, 擊 칠 격, 空 빌 공, 持 가질 지, 鍼 바늘 침, 擬 향할 의, 瞳 눈동자 동, 且 또 차, 里 마을 리, 諺 속담 언, 无 말 무, 交 사귈 교, 公 귀한 사람 공, 淑 맑을 숙, 착할 숙, 愼 삼갈 신, 爾 너 이, 躬 몸 궁, 志 뜻 지, 寧 차라리 녕, 弱 약할 약, 固 굳을 고, 勇 용감할 용, 脆 무를 취, 而 말이을 이, 况 하물며 황, 勢 기세 세, 恃 믿을 시, 者 것 자, 乎 감탄사 호.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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