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는 진실들

김루 시인 / 기사승인 : 2019-07-24 09: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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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보는 세상

출근하는 월요일이 화창하다. ‘태풍 다나스는 언제 지나갔지?’하는 얼굴들이다. 긴장했던 하늘은 맑고 여유롭다. 어수선했던 거리의 표정들도 조용하다. 이건 순전히 내 기분 탓이다. 여름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나 보다. 태양의 입김이 예사롭지 않은 7월. 태풍의 길을 잘 견뎌 준 가로수의 초록이 새삼 고마운 아침이다.


토요일, 그러니까 태풍 다마스가 오던 날이었다. ‘울산옥외광고협회’ 회원들은 긴장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나스는 이날(20일) 오전 6시 기준 전라남도 목포 남남서쪽 약 140km 부근 해상까지 접근해 낮 12시에는 목포 남쪽 약 20km 부근 육상까지 접근한단다. 오후 3시쯤에는 광주 인근으로 오르다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광고협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거리의 간판들이 바람에 날려 혹 사고가 나진 않을까, 각 지부 지부장들은 빗방울이 창을 들이칠 때마다 입술이 바싹 타들어갔다. 매번 간판 안전교육도 실시하고 법령에 의한 시공 작업을 행할 때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위험이란 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하기에 회원들은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노후 된 간판이 위험할 수도 있고 볼트가 풀어져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부장들은 각 회원사에 협조문을 요청해 두었다. 특히 남구지부 같은 경우에는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결속력으로 신속 정확하게 거리의 상황들을 알려주었다. 오전 11시쯤 비바람이 가장 세차게 몰아칠 때 사고 신고가 접수됐다. 접수된 곳은 현대해상사거리였다. 2층의 간판이 바람의 힘을 견디지 못해 덜렁거리고 있다는 신고였다. 회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장비를 챙겨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 간판은 자연재해다. 지나가는 사람이 다칠 수도 있고 차량에 떨어져 유리 파편들과 함께 더 큰 사고를 유발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긴장감이 맴돌았다. 지부장의 협조요청이 떨어지자마자 스릴러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그들은 움직였다.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허나 모두는 침묵하며 웃는다. 웃는 것이 그들을 위한 최선의 마음이기에 “홧팅, 응원합니다.” 이 말 한마디로 모든 걸 대신할 수밖에 없다. 


작업을 완료한 사진이 올라왔다. 우린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뭉클함으로 수고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접수된 것들은 몇 건 더 있었지만 사소한 건수들이라 마음이 놓였다. 예전 같으면 119에서 나와 작업할 일이었지만 요즘은 각 관공서와 협회가 아름다운 거리 조성을 위해 많이 노력하는 상황이라 협회에서도 도시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무분별한 간판 설치가 안전을 위협하지나 않을까, 매월 회의 때마다 “도시의 아름다움을 훼손하는 주범이 간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를 강조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긍지를 갖고 ‘그대의 감정을 신뢰하라.’ 오늘도 각자 자신의 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고 있을 그대들이여, 흔쾌한 감정에 기꺼이 몰입하시길. 그러면 이 무더위도 지나가리라. 태풍 다나스가 지나간 아침, 모두를 응원합니다. 


김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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