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우리는 미우나 고우나 이웃사촌

최병문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7-10 09: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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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지난 7월 4일 자정을 기해 아베 총리의 일본 정부는 한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소재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은 강제징용 피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한다. 규제 대상은 모두 반도체나 LCD를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필수 소재 세 종류로서, 일본 기업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70~90% 정도나 된다. 한국의 반도체 관련 산업체는 상당히 위험해졌다. 반도체와 LCD의 핵심 소재는 일본이 세계 시장의 70~90%를 장악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당장 대체품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의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 일본무역 적자는 매년 약 250억 달러 정도다. 1965년 6월 한일수교 이후 2018년까지 54년간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총 6046억 달러(약 708조 원)로 집계됐다. 매년 엄청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부품과 소재에서 일본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도 LCD 완제품 하나를 만들면 매출의 40%를 일본에 갖다 바친다. 


한국은 소재산업에서 일본을 따라잡지 못했다. 특정 산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보호무역이 필수적인데, 세계 자유무역 체제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일본 정부의 이번 수출 규제는 한국이 소재 분야에서 탈 일본과 국산화의 꿈을 이룰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가령 삼성전자가 있는 경기도는 일본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반도체 부품과 소재 관련 기술 국산화를 추진할 관련 기업이 경기도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10% 내에서 현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경기도 내 부지 무상 제공 등 파격적인 지원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를 반도체 산업의 공정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수출 규제 조치는 일본 중심의 독과점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일본 스스로 열어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는 수십 년 째 최강자 자리를 지켰던 일본 소재산업을 죽이는 ‘자해적 무역 전쟁’이 될 게 뻔한데 이를 강행한 아베 총리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우용 교수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형식은 ‘경제 공격’이지만 실제로는 ‘정치 공격’이며 일차적으로는 한국 보수 야당과 족벌언론의 힘을 빌려 한국 정부의 자주 외교를 흔들고, 궁극적으로는 일본에 굴종적인 박근혜 후계 정권을 세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TBS방송 김어준 앵커는 “일본의 극우가 아스팔트에서 ‘한국인은 떠나라’고 했을 때, 우리 극우는 아스팔트에서 일장기를 들고 나타났다. 그게 우리 보수의 정체”라고 한탄했다. 또 “일본의 보수 언론들조차 일제히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내놓고 있는 데 반해 우리 보수 언론들은 아베 비판이 아니라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은 청와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한국 정부’, ‘큰 소리쳤지만 허를 찔린 정부’, ‘반일은 북한만 이롭게 한다’ 이런 기사를 내놓고 있다”고 질타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적인 주류 언론은 이번 분쟁의 근본 원인을 ‘한국 정부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조치’ 탓으로 돌리며, “일본의 경제 제재는 좌파 반일 정권의 압력을 받은 한국 대법원의 불합리한 판결 때문이다. 일본과 사이가 나빠지면 경제가 어려워지고 안보도 위험해지므로 좌파 반일 정권을 몰아내야 나라가 산다”고 주장한다. 일본 내의 뿌리 깊은 ‘혐한세력’과 한국의 ‘일본 우파 추종 세력’이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항해 ‘일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3.1운동 이후 벌어진 ‘조선물산장려운동’과 같은 분위기다. 7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잠재한 ‘혐한의식’을 자극해 자민당 지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이런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그의 노림수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일본인 일반에 대한 혐오는 경계해야 한다. 일본인 개개인을 공격하거나 모욕할 이유가 없다. ‘타민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해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본의 비양심적 정치세력을 타깃으로 삼아 전투를 벌여야 한다. 그들은 자신과 꼭 닮은 한국 내 소위 ‘토착왜구’들과 연합해 문재인 정권을 흔들고 궁극에는 ‘친일 정권’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에 주목하자. 한일 양국의 양심적 시민들은 그들의 반인류적 만행을 쳐부수는 정의로운 싸움을 함께 할 동지가 되어야 한다. 일본과 우리는 미우나 고우나 이웃사촌이다.


최병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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