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기사승인 : 2019-06-21 09: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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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매일 아침이나 저녁에 들르는 곳이 있다. 동네 편의점이다. 딱히 무엇을 사러 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간다. 때론 커피 한 잔을 위해서 때론 담배 한 갑을 위해 들른다. 아이를 학교까지 태워주고 차를 돌려 편의점으로 향한다. 물론 바쁠 땐 남부순환도로로 편의점을 들르지 않고 바로 출근하기도 한다. 아침에 들르지 않은 날은 귀갓길에 들러 사장님이랑 몇 마디 나누고 집으로 간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초로의 사장님은 인자하면서도 딱 부러지는 성격을 지녔다.


학원가라 편의점에는 학생들이 많다. 학원 쉬는 시간에는 컵라면이 불티나게 팔린다. 할아버지는 뒷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학생이 있으면 꼭 주의를 주고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불같은 성격을 아는지 순한 양처럼 깔끔하게 쓰레기를 치운다.


얼마 전 우리 학교 학생이 편의점에 학생증을 놔두고 간 일이 있었다. 사진을 보니 평소 인사성이 좋고 예의가 바른 2학년 학생이었다. 자주 들른 학생인지 사장님은 학생을 칭찬하며 학생증을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고 전해주라고 했다. 평소 내가 잘 아는 학생이라 학생증이 편의점에 있다는 걸 알리고 간수 잘 하라고 말해 주었다.


사장님은 울산이 고향으로 가는 곳마다 아는 사람들이다. 손재주도 좋아 편의점 의자가 고장 나면 손수 용접해서 고친다. 이뿐만 아니라 전기, 수도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에 대해서도 잘 안다.


학교 역도실이 이전한 본관 지하 1층에 무한상상실이 설치되는 걸로 확정됐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앞으로 목공예 등 생활용품을 자체 디자인해 손수 만드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무한상상실 설치를 주도한 부장 선생님께 이 사장님을 강사로 모셔서 학생들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고 건의했다. 부장 선생님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었다.


무한상상실의 미래를 생각하면 누워 있어도 신이 난다. 아이들의 창의적 생각이 반영된, 다양한 생활용품이 제작되는 지역민과 어우러진 공간, 그로 말미암아 지역과 학교가 상생하리라 생각한다. 지역과 학교가 상생하는 걸 생각하면 즐겁기 그지없다.


‘마을 공동체’, 얼마든지 생각이 어우러지면 티격태격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물론 학생들의 안전과 학업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무한상상실을 바탕으로 지역과 학교가 함께 발전하는 앞날을 기대해 본다.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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