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하기 어려워진 시대, 다시 ‘교사 교육권’을 생각한다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19-09-20 09: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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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아동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는 해석의 여지가 넓고 피해자 판단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 받은 당사자는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기기 쉽고, 가해자가 아님을 입증할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다. 공소시효 기간도 아동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정지돼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간이 대폭 연장됐다. 성인들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동복지법의 강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나 이로 인한 역기능도 만만찮다.


아동복지법의 강화로 학교에서는 애먼 교사들이 아동학대죄로 몰려 곤혹을 치르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최근 광주교육청 소속 H중학교에서는 ‘억압당하는 다수’란 저명한 독립영화를 성교육 자료로 활용했다가 아동복지법 ‘성비위’ 혐의로 학생들에 의해 신고돼 직위해제되고 경찰조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됐다고 한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인권단체, 시민단체는 학생이 피해자라며 피해자 중심주의에 서서 원칙대로 교사를 처벌하라는 측과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성비위 혐의로 몰아 성급하게 직위를 해제한 광주교육청이 교권을 침해했다는 측으로 나뉘어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이 사건은 아동복지법과 관련한 현재의 학교교육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다. 아동복지법 제정 이후 교사들은 학생들을 교육할 권리가 제약 당하고 있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한다. 학생인권 보호, 학부모의 학교 참여 보장 등을 위해 노력해 온 교사들도 교육하기 어려워진 수업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광주 H중 사건은 교사들로 하여금 아동복지법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검열의 수위를 한층 높이도록 할 것이고 결국 인격적 만남을 통한 교육보다는 관리 차원으로 학교교육의 무게중심을 이동하게 할 것이다.


오랜 교육 경력과 교육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이들도 요즘 아이들을 교육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사회 기준을 내면화하지 않은 아이들, 잘못 내면화한 아이들을 바로잡기는 무척 힘들다. 예전엔 이들을 강제해서라도 규율을 익히고 습관을 길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속적인 대화와 바람직한 학급, 학교 문화 만들기 외에는 이들을 바로잡기는 무척 어렵다. 그런데 바람직한 학급, 학교 문화를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 해 한 해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단기처방과 장기대책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수없이 이야기하고 점검해도 과제를 해오지 않는 아이들, 모든 문제를 다른 아이들 때문이라며 늘 불만인 아이들, 운동부족으로 비만인 아이들, 학습결손으로 수업이 어려운 아이들... 이 아이들을 기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로 이끌어야 하는 현실에 교사들은 갇혔다. 어찌할 것인가? 


고전적인 의미에서 교권은 ‘교육할 권리’를 말한다. 교권은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권을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학부모 다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학부모 스스로가 부여해 준 권리였다. 삼권분립처럼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은 분리 정립돼 서로의 권리를 보장해주도록 했었다. 하지만 학교가 점점 커지고 관료화, 권위화되면서 교사의 권위가 학습권을 침해하는 상황까지 나아가게 되고, 심지어 강제적인 온갖 수단들이 교육이란 이름으로 통용되고 견제 받지 못한 권력이 부패하는 것처럼 학교도 본연의 모습에서 기형적인 모습으로 나아가게 되자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방지법을 제정해 교사의 교육권을 제약하게 된 것이다.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 다수 아동의 학습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때론 문제 아동을 제약해야 하는 권한마저 교사에게서 뺏어가자 아이들은 자칫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관리만 되는 상황에 빠지게 됐다. 기존의 방식으론 교육하기 어려워졌다. 


다시 ‘교육이란 무엇인가?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고 발달하는가? 학교교육에 우리는 어느 부분까지 권한을 위임할 것인가?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는 문화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한 교사 교육권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시도해야 될 때가 왔다. 


그러나 답이 간단치가 않다. “여기가 로두스 섬이다. 여기서 뛰어 보라.”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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