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건 ‘카메오’ 뿐 <걸캅스>

배문석 / 기사승인 : 2019-05-15 09: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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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성(性)을 둘러싼 최근 이슈는 빼곡하지만...

 

‘여경이 아니라 경찰이다’라는 말은 맞다. 주인공 박미영(라미란)은 첫 등장부터 여자와 남자의 구분이 필요 없을 만큼 출중한 배짱으로 강력범들을 검거한다. 1990년대 여자형사기동대의 에이스라는 수식에 고개 끄덕일만한 액션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수년이 지난 후라는 자막과 시작되는 현재의 이야기는 전혀 딴판으로 흐른다.


이제 그녀는 백수 남편과 어린아이를 모두 책임지는 ‘워킹맘’이 됐다. 경찰서 속 직책도 왕년 전설의 형사에서 친절로 무장한 민원실 담당 주무관으로 바뀌었다. ‘친절한 서비스직’. 미영과 시누이 올케 사이인 강력반 형사 조지혜(이성경)가 징계받는 기간 민원실에 일하러 왔을 때 건넨 충고에서 변화를 실감케 한다. 그런데 둘이 티격태격할 때 불안한 모습으로 신고를 하러 찾아온 여성의 핸드폰 때문에 미영과 지혜는 정의구현을 위한 찰떡 파트너가 된다.

 


제목에서 풍기듯 <투캅스>(1993)와 같은 형사 콤비. 다른 것은 여성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 최근 사회 흐름을 적절히 반영한 코믹 영화다. 그러나 문제는 이야기 구성과 전개의 완성도가 매우 부실하다는 실망감이다.


민원실에 왔다가 황급히 되돌아간 여대생이 차도에 뛰어들어 의식을 잃은 뒤 드러난 전말은 ‘디지털 성범죄’에 마약과 성폭행 그리고 불법 몰카까지 최근 드러난 ‘버닝썬’ 클럽 사건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사건 수사에 관심 있는 것은 경찰서 내에 딱 세 명뿐. 미영과 지혜 그리고 해킹 능력을 지닌 민원실 동료 장미(최수영), 모두 여성들이다. 성범죄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연이은 20대 여성들의 자살이 뉴스에 보도돼도 경찰 내의 복잡한 절차와 인력 부족으로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 세 명이 팀을 꾸려 강력범죄를 해결한다는 설정이 작동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이야기도 견고함을 잃고 모래성처럼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전직 베테랑 형사와 현직 풋내기 형사의 조합은 얼핏 그럴 듯한 조합이지만 담아내는 그릇이 엉성하다. 잠복과 위장 수사 그리고 맨몸 격투와 자동차 추격까지 범죄 수사 영화의 기본 요소는 모두 나오지만 세밀함이 떨어진다. 그리고 중요 순간마다 성차별과 성 이슈를 품은 대사를 쏟아냈지만 과잉된 어설픈 연기가 공감을 방해한다.


웃음은 간간이 터진다. 매우 적은 확률이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뒤로 갈수록 코믹 요소도 제 기능을 잃는다. 단, 카메오 연기자들의 등장은 효과적이다. 하정우, 안재홍, 성동일 등 예상치 못한 등장과 적적한 애드립이 가장 눈에 띄니까 말이다.

  


미리 예견한 듯 때를 맞춘 것 같은 좋은 소재임에도 진부한 구성이 망친 것은 어쩔 수 없다. 웃음과 사회 메시지를 동시에 담는 것은 특유의 감감과 내공이 필요한 법. 남성 액션이 대부분인 영화판에 드물게 나온 여성 주인공 영화지만 박수를 받기에 아쉬움이 좀 더 짙다. 그래도 여성 형사 콤비물의 가능성은 열어놨으니 그걸로 위안받을 순 있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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