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학교가 함께 만드는 축제를 그리며

김미진 울산형마을교육공동체 TF팀장 / 기사승인 : 2019-09-25 09: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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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시골 산 지 올해로 16년째다. 그 세월 동안 아이들을 시골 작은학교에 보내고,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고, 시골로 유학 온 도시 아이들을 자연의 품에서 함께 키웠다. 우리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는 학교를 벗어나 온 마을, 온 세상이 배움터라는 생각으로 탈학교도 했더랬다. 


남들 다니는 학교를 탈출해 학교 밖에서, 혹은 대안학교에서 아이를 키운 것은 공교육이 처한 현실, 즉 학벌사회의 경쟁 교육에 대한 나름대로의 저항이었다.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안교육이 현 공교육의 대안을 찾아가는,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깊이’의 교육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 아이들은 일반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러면 그들은? 뼛속까지 자리 잡은 경쟁주의에 노출된 채 살아가야 하는 대다수 아이들은? 그래도 그동안 진보교육감들이 속속 나오고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대안교육에서 해오던 교육적 실천들이 더 많은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고, 이러한 ‘넓이’의 교육이 주는 감동도 매우 벅찼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정말 혁신교육인가 묻고 싶은 적도 많다. 여전히 스카이캐슬사회는 그러한 실천들마저도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공격을 해대고 있고...


그러나 이제 우리 교육은 ‘넓이’와 ‘깊이’의 차원을 넘어선 ‘입체’의 교육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축이 ‘마을’이라고 본다. 공교육의 보편성과 대안교육의 실천에 ‘마을’의 삶이 결합돼 이루어지는 입체의 교육이 필요하다. 


가령 예를 들면 학교 축제 같은 것이다. 학교마다 축제를 한다. 학교의 한해살이를 서로 나누고 격려하는 자리가 학교 축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학교 축제가 학교 선생님들에겐 해치워야 할 숙제가 되고, 아이들도 자신들의 축제가 아니라 학교 행사일 뿐인 경우가 많다. 학부모나 지역주민은 아예 초대되지 않거나, 초대돼도 멀뚱멀뚱 손님도 아니고 주인도 아닌 어정쩡한 참여를 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상북중학교에서는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학교도 상북중학교만이 아니라 지역의 초등학교, 고등학교에도 제안해 축제추진단을 함께 꾸리자고 했다(올해는 제안이 좀 늦어져 상북중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지만 내년에는 학교 일정을 짜기 전에 제안해 정말 다함께 만드는 축제를 만들자는 논의를 했다). 학교 동창회, 주민자치위원회, 면사무소, 마을의 교육공동체들, 청년회, 체육회, 노인회 등에까지 함께 축제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지역에도 면 단위 축제가 있기는 했다. 청년회와 체육회가 중심이 돼 수 해 동안 치렀으나 지자체의 예산이 끊어지고 난 뒤 사라졌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아쉬운 점은 지역의 젊은 부모들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같은 지역에 살아도 마을은 마을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경로잔치는 경로잔치대로, 청년회에서 하는 어린이날 축제는 그것대로 제각각이다. 물론 각 축제의 취지가 있고 대상이 있으니 의미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주최 측 중심의 축제가 아니라 지역에 다 함께하는 축제가 있었으면 싶었다. 함께 모여서 축제를 하다 보면 오히려 각자 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으니 이래저래 좋은 점이 더 많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 축제는 학교에서 중심이 돼 판을 열지만, 결국에는 마을과 학교가 함께 만드는 축제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판이 커지면 학교 선생님들은 사실 일이 더 많아진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잔치라는 것이 결국 판이 커지면 거들 손도 많아지는 것이다. 물론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실무자의 몫은 남지만, 그래도 이 손 저 손 보태어져 함께 치르는 잔치야말로 진짜 잔치가 아닐까 싶다. 


상북중학교는 아이들이 원하는 축제의 그림을 알아보고자 교육공동체 다모임(대토론회)을 했다. 여기서 나온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축제의 그림을 축제추진단에서(물론 여기에도 학생 대표들이 들어간다) 행정적으로, 물질적으로 최대한 지원하고 함께 참여한다. 이러한 것이 마을교육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축제에 대한 논의를 해가며 어떤 갈등이 일어날지, 어떤 협동의 길을 찾을지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그러나 나침반은 분명하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마을이 손님이 아니고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준 학교가 있어 고맙다. 우리 지역의 아이들이 그동안 어떻게 컸는지 함께 지켜보고,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데 어떤 어른들이 학교에서, 마을에서 함께 해왔는지 서로 나누는 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너무나 중요한 교육과정이고 우리 삶의 한 페이지가 아닐까 싶다. 이런 것이 내가 생각하는 입체교육이다. 


김미진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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