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기사승인 : 2019-11-07 09: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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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얼마 전 고향에 가서 고향에 있는 아버지의 일기장을 몽땅 가져왔다. 아버지의 일생을 한 번쯤 정리하고 싶어서였다. 아버지의 일기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날짜와 요일, 그 날의 날씨와 더불어 최저 기온과 최고 기온까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 하지만 특별한 내용은 없다. 단지 하루하루 있었던 일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어릴 때 뒷동산에서 놀다가 발을 헛디뎌 며칠 동안 제대로 걷지 못한 적이 있었다. 결국 아버지가 타는 자전거 뒷좌석에 앉아 4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면소재지에 있는 병원에 갔다. 아버지의 따뜻한 등을 뒤에서 끌어안고서. 이날의 기록을 아버지의 일기장 속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대구로 전학 갔다. 그때는 어릴 때 유학 가는 것이 붐이었다. 사촌 형님 집에서 학교에 다녔는데 매일 시골에 있는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 그리고 방학이 되면 고향을 다녀왔다. 아버지의 일기장에는 내가 고향에 다녀갔다는 것과 어머니가 무엇을 챙겨주어 보냈다는 내용 등이 기록돼 있었다.


아버지의 일기장 속에 나오는 ‘나’와 아버지를 보며 지금의 ‘나’와 아들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아들은 올해 수험생으로서 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는 내가 고3일 때 어떤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지금의 나처럼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계셨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어갈수록 삶이 팍팍하고 힘이 들 때면 아버지를 떠올린다. 내 나이 아버지는 자식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아버지의 일기장을 빨리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바쁜 일상 속에서 아직 몇 페이지밖에 정리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일기장 속에는 아버지를 둘러싼 가족들과 주변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한 사실의 기록이지만 내겐 아버지를 이해하는 소중한 자료다. 사실의 기록 속에서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살아생전에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선물을 꼭 해 드리고 싶다. 


11월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일까? ‘수능’이 다가올수록 초조하고 불안해진다. 이 땅의 수험생 부모 마음이 마찬가지이리라. 수시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수능 최저 등급이 필요하지 않은 전형도 있어 ‘수능’이 예전보다 영향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수능’은 ‘수능’이다. 수험생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결과는 하늘의 명을 기다렸으면 좋겠다. 인생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하니까.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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