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사람이 있다, 울산 숲에는 파랑새가 산다

이인세 산림일자리발전소장 / 기사승인 : 2020-05-15 09: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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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숲 포럼

울산과 인연이 시작되다

산림일자리발전소는 산림분야 사회적경제를 이끌기 위해 현장밀착형 중간지원조직 형태로 한국임업진흥원 내 조직으로 2018년 4월 출범했다. 산림일자리발전소는 지역주민이 스스로 지역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기반으로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소득을 창출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아주 새로운 지원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산림일자리발전소가 첫발을 디디면서 산림과 사람 자원이 융합돼 산림일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과 잠재력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울산 울주, 강원 인제, 경북 영주, 전북 완주, 서울지역을 설정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2018년에는 울산 울주, 2019년에는 울산 북구에서 그루경영체 활동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십여 차례 울산을 오가며 인연을 쌓기 시작했다.
 

▲ 숲에서 새 희망과 일자리를 찾는 그루경영체가 참여하는 워크숍과 교육은 늘 생동감이 넘친다.


울산엔 그루경영체가 있다.

그루경영체는 퇴직 후 남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노후 준비가 부족해서 일거리가 절실히 필요한 조기 은퇴자들, 찌든 도시생활을 버리고 산촌에서 새 희망을 찾으려는 귀산촌인들, 열심히 아이들을 양육하고 보니 새로운 일자리 시장에는 적응이 어려운 경력단절 여성들, 공동화되고 있는 산촌을 지키면서 건강한 삶을 살고 있으나 적은 소득으로 생활을 지탱하기 어려운 산촌 주민들, 신선한 아이디어와 패기로 뭉쳐 숲에서 희망과 미래를 찾겠다는 젊은이들처럼 수많은 이력과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공동체가 모였다. 

 

▲ 산림일자리발전소 그루경영체 지원사업으로 6주간의 산림기능사 양성교육과정이 진행됐다. 울산산촌임업희망단.

울산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루경영체들은 지역의 사회적 문제 해결과 산림자원 대한 활용을 시도하며 역시 아주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울산 울주지역 그루경영체는 마을에 자생하는 돌배나무 자생지를 보호하고 지키면서 돌배가공품을 생산하는 ‘배내골사람들’, 조선업 퇴직자들이 산림분야 기술전환교육을 통해 제2의 삶의 대안을 찾아가는 ‘울산산촌임업희망단’, 영남알프스 둘레길을 기반으로 문화자원을 연계해 숲길 프로그램을 통한 산림관광을 펼쳐가는 ‘영남알프스숲길’, 국내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독산림경영주민협업체로 명맥을 이어갈 ‘내와리산림경영협업체’, 조선업 종사자와 적정기술 강사들이 모여 생동감 넘치는 현장교육을 펼치는 ‘조선업태양열교육협동조합’, 산림부산물을 활용해 캠핑용 장작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울산장작협동조합’, 그리고 울산 북구 그루경영체는 산촌에서 빈집 활용과 산촌체험을 기반으로 산림플랫폼 개발을 꿈꾸는 청년들의 경영체 ‘청춘포레스트’, 도시 엄마가 산림텃밭에서 직접 기른 산림작물을 건강하게 나누고 싶은 ‘자연그대로’, 영상제작 교육과 숲 문화 주제로 장착한 임산물 유통을 준비 중인 ‘숲딜리버리’, 나무들을 타고 올라가 생존을 위협하는 칡을 제거하고 이를 가공해 도시민들에게 건강식품으로 판매도 하고자 하는, 숲도 지키고 소득도 창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칡칡폭폭포레스트’, 산림텃밭에서 자라는 다양한 임산물을 이용해 건강하게 발효된 산골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접근을 하고 있는 ‘산골음식공동부엌’이 함께 하고 있다. 


그루매니저들의 노력으로 발굴된 울산지역 11개 그루경영체들은 숲에서 새 희망을 찾고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누구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 울주숲을 찾은 그루매니저들. 함께 꾸는 꿈이 아름다운 자원 연결자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울산에서 사람을 만나다

울산 울주는 산림분야 사회적경제 활동과 공동체운동의 수많은 도전과 실험이 이뤄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 활동을 펼치는 그루매니저들의 현장워크숍 개최 장소로 매년 울주 소호마을 탐방은 필수 코스가 됐다. 울산의 숨은 이야기를 자주 듣다 보니 점차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게 됐다. 


중공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울산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조기 퇴직과 일자리 문제로 도시의 위기를 겪는 모습을 보게 됐고, 1970년대부터 대단지 조림지역으로 지정돼 나무를 심고 키워오면서 숨은 공로자들의 땀과 노력으로 지금의 아주 매력적으로 변화된 울산 울주숲을 보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아낌없이 주는 숲에은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슬기롭게 나누면 더욱 가치롭게 될 것이라는 확신도 갖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자원 중에 으뜸 자원은 바로 ‘사람‘이었다. 특히 울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주 기억에 남는다.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마을 도서관이 하나 사라진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사람책, 임업기술훈련원장을 지낸 김종관 님, 민둥산 울주 산야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역사를 품고 소나무와 대나무를 이름에 담고 계신 내와리 어르신 우송죽 님, 울산숲의 매력과 가능성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산림기획가인 서울어린이대공원장을 지낸 이강오 님, 현란한 백 마디 말과 흩어진 구슬을 엮어 보배를 만들어가는 활동가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한새롬 사무국장, 5시간 진행되는 위크숍에 참석해 진행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직접 기사를 작성해 독자에게 전달하던 울산저널 기자였던 이동고 님, 조선업 노동자에서 목수로 변신해 처음 가보는 멀고 험한 길에서 고군분투하는 울산산촌임업희망단 정병모 대표, 자신의 마을을 진정 사랑하고 주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는 노력파 이장 배내골사람들 안정호 대표, 이 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를 걱정하며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면서 적정기술을 적용한 난로를 만들고 불 때고 커피 볶는 모습이 멋진 진일주 님, 늘 진지한 모습으로 교육문제를 고민하며 산촌유학에 대한 영감을 전수해 주셔서 감사한 소호 느티나무와 닮아가는 교육공동체를 꿈꾸는 호미댁 김미진 님, 재주 많고 제대로 놀 줄 아는 흥이 넘치고 밝은 김혜진 님, 6주간의 산림기능인 양성과정을 현장체험기와 그루경영체 견학기로 아주 꼼꼼하게 작성해 기록으로 남긴 정리의 달인 자랑스러운 울산 젊은이 진한솔 님, 진중하게 늘 열심히 참석하고 자유분방한 그루매니저 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하면서 슬기롭게 일을 조절하는 울주군 이영 팀장, 찾을 때마다 지역에 자라고 거둔 간식과 차를 준비해 주시던 따스한 손길의 소호마을 사무장 신수복 님, 그루매니저 워크숍 강의에서 울산 노거수를 찾아서 가치를 부여하고 역사를 담아 온 집념의 숲 운동가의 삶으로 감동시킨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이었던 윤석 님, 소호마을에서 야생차 만들기부터 산촌유학과 소호마을센터까지 이어지는 산촌공동체의 큰 기둥 유영순 님, 초보 교육생을 숲에서 일할 수 있는 임업인으로 변신하도록 도와주는 일 처리가 깔끔한 임업기술훈련원 김권율 과장, 이 모든 사람을 모일 수 있도록 판을 깔고 자리를 만드는 군불때기 선수, 취권 독수리타법이 일품인 손이 많이 가는 할배 울주 김수환 그루매니저, 그리고 울산 청년과 장년들의 일자리의 희망을 같이 품고 꿈길을 걸으면서도 현실 속에서는 그루경영체가 정성껏 캐낸 칡즙을 한 박스라도 더 팔려고 마음쓰는 드림서포터즈(Dream Supporters) 울산북구 박세진 그루매니저가 울산에 함께하고 있다. 이들을 보고 있자면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 소호마을 노거수 느티나무처럼 울주를 찾아오면 늘 그 자리에 만날 수 있는 할배, 김수환 그루매니저


울산은 희망이다

정부 조직에서는 그동안 집중된 행정력이 투여되는 ‘자원중심’ 산림일자리 정책을 펼쳐왔으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산림정책도 진화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면한 실업과 일자리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자원과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에서 필요한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사람을 중심에 두고 지역 문제를 풀어가는 혁신적인 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시도와 도전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울산이다. 


비슷한 꿈을 꾸는 수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 산림일자리발전소가 곁에 있는 이유일 것이다. 혼자 가면 멀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더욱 멀리 갈 수 있다. 그런데 혼자 가면 빨리 갈 수는 있어도 외롭지 않을까? 좋은 친구와 함께 가면 즐겁게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울산엔 숲을 사랑하는 좋은 친구가 많다. 

 

▲ 전국에서 활동하는 그루매니저들은 매년 울산 울주를 방문해 현장워크숍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시민들의 활동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소통의 장이 있어 울산엔 희망이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현장을 발로 뛰며 쓰는 기사와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언제나 듬뿍 담기는 ‘울산저널’이 있어 너무나도 반갑고 고맙다. 울산저널이 점차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지역신문으로 지켜가기가 점점 더 힘겨워지겠지만 울산에서 꿈꾸는 백년숲 프로젝트와 함께 백 년 동안 파랑새가 살고 있는 숲 이야기를 전해주기를 응원하고 기원한다.  


이인세 산림일자리발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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