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그러나’ 바이러스의 위험성

이인호 시인 / 기사승인 : 2020-02-13 09: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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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보는 세상

신종 ‘그러나’ 바이러스가 대유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변형인 이 바이러스는 많은 사람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위험성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비교해 월등히 높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오한 발열의 증상에서 폐렴으로 발전하지만, 그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혐오와 배제에 휩싸여 이성을 상실한다. 대체로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범위에 반비례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어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미 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나섰다. 


전 세계로 퍼진 이 바이러스는 서구에서 동양인을 향한 차별과 모욕의 형태로 우선 드러났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동양인을 잠재적 코로나바이러스 보균자로 취급하며 멀리 떨어지는가 하면, 심한 곳에서는 동양인이 가게에 출입하는 것도 막는다고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잠깐 발현려고 했다가 사그라들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카롤린 엠케는 <혐오사회>라는 책에서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에 따른 혐오와 배제를 예견이라도 한 듯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구조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전체라는 동질적 단위를 만들어 내고, 사회를 하나의 신체로 상상한다고 한다. 그렇게 연상된 ‘몸이란 확정되고 완결된 것이며, 그 경계를 설정하는 피부로 둘러싸여 있다. 몸은 병균과 박테리아로 유발되는 질병에 취약하다. 몸은 건강해야 하고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혐오사회> 중에서, 카롤린 엠케 저, 다산초당)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양인들에 대한 혐오는 바로 이런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와 다른 것들은 단순히 다른 것이 아니라 국가라는 신체를 감염시키는 병균이라는 것. 그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본질이자 위험성이다. 


‘국가적 표준이라고 정의된 것과 조금이라도 이질적이거나 차이가 있는 것은 문화적 또는 종교적 비말감염을 통해 전염병처럼 퍼져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것’(위와 같은 책 중에서)은 그래서 더욱 사람들에게 공포를 조장하고 사회의 건강함을 마비시킨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그러나의 사전적 의미는 ‘앞 내용과 다른 내용을 말할 때 쓰여 앞뒤 문장을 이어 주는 말’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앞 내용의 사회적 정의를 부정하면서 쓰이면 어떻게 될까?


최근에 트랜스젠더의 여자대학 입학과정과 국방부에서 벌어진 일을 예로 들어보자. 언론 기사에 달린 입에 담기 힘든 저질스런 댓글을 단 이들은 괴물들에 가깝다. 그러나 수많은 혐오 가운데 정말 무서운 것은 괴물처럼 댓글을 단 사람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차별에 반대한다. 그러나 성소수자는 예외다’라며 혐오와 배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교묘한 말로 사회적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 그러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약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공정과 정의를 부정하는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이 그러나 바이러스의 사용 예는 너무 많기만 하다. 그러니 이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그러나 바이러스가 우리 주변을 감염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이인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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