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찾아 들어간 박물관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시민 / 기사승인 : 2019-12-04 09:29:21
  • -
  • +
  • 인쇄
기억과 기록

지난 4월부터 울산박물관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울산박물관과 함께하는 역사대장정’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에서 하는 교육은 “당연히” 박물관에서 진행한다. 울산박물관의 경우 ‘어린이 1일 박물관학교’, ‘알라딘 램프 속 울산박물관’ 등의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인기도 많다. 이와는 다르게 ‘역사대장정’은 교육강사들이 직접 초등학교로 찾아가서 울산의 역사를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눠 설명을 한 뒤, 유물모형 6종을 직접 만져보게 하고 블록으로 유물모형을 만들어보는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박물관과 같은 기관은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활동과 행사를 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과감하게도 그것을 포기하고 지역의 미래이자 미래의 관람객을 위해 그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이 프로그램에 보조강사로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동안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연령층을 만나봤지만, 대부분이 성인 대상 프로그램이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독서지도를 한 적도 있지만, 아주 적은 인원으로 했고 역사가 아닌 단순 독서지도였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긴장됐고 내가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부족했다. 그렇게 시작한지 어느덧 8개월이 됐고 이제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1, 2학기 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직접 찾아서 들어간 학교현장은 내가 오래 전에 경험했던,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주로 성인들을 상대로 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썼던 단어들이 어린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었다. 또, 수업이나 활동 중 어린이들을 대할 때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인터넷 등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여린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생각보다도 훨씬 역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도 훨씬 울산 지역사는 잘 알지 못했다. 잘 아는 것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나 대중매체에서 자주 나오는 역사였다. 하지만 울산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역사들이 있었다는 점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역사를 배워보거나 접할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정 역사적 사건을 알고 있더라도 그것을 울산과 연결하진 못했다. 임진왜란이나 3.1운동의 경우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잘 알지만 지역에서는 어떻게 일어났는지, 심지어 지역에서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강의시간만 놓고 보면 40분(1교시)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지역의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접하게 해줄 수 있었고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호응도 훨씬 좋았다. 


울산 지역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내가 공부하고 있는 것을 지역주민들에게 어떻게 공유하고 알릴지에 대한 부분이다. 대부분이 일회성 강의나 답사에 한정돼 있고 그런 프로그램의 경우 대부분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심이 있음에도 이런 프로그램의 존재를 몰라서 찾아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처럼 박물관 같은 기관에서 교육청 내지는 학교 현장과 연계해서 이루어지는 이런 적극적인 형태의 프로그램이 반가웠고 그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역사대장정’ 이후에 신청을 해서 박물관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교도 있었다. 그때 나를 알아본 담임선생님이 ‘역사대장정’의 만족도가 아주 높았고, 아이들의 호응도 좋아서 찾아왔다고 했다. 몇몇 아이들은 ‘역사대장정’ 수업 때 배웠던 실제 유물을 보자 “어! 나 이거 아는데”라고 소리를 질렀다. 지역박물관과 학교가 연계되면서 지역사가 확장성을 가지는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길 희망한다. 비록 지금은 초등학교 4학년 프로그램에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는 5, 6학년뿐만 아니라 청소년으로까지 확대돼 지역사에 대한 이해와 관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것이 성인대상 프로그램과 이어지면 지역사 연구자들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역량까지도 커질 수 있다고 본다. 1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희망을 보았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제법 거창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역사문화도시로 가는 길의 시작이 아닐까.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시민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