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 불충족과 신체증상

송영주 심리상담사/미술치료사 / 기사승인 : 2020-09-10 09: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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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쏭샘의 심리로 마음 들여다보기

한 남자 친구가 상담실을 방문해서 호감이 있던 여자와의 관계에 대해 얘기한다. 결과적으로 그 여자와는 잘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신은 이성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상대에게 원하는 것 즉 자신의 의견이나 욕구가 생기면 상대가 불편해진다고 한다.


가족 관계를 탐색해보니 위로 누나가 둘이고 적성은 인문계 쪽임에도 부모님의 바람대로 공대에 진학하게 됐다고 한다. 조언을 해주는 큰 누나와 무관심인 작은 누나가 있었다. 이 친구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뒤로 한 채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그리고 누나의 조언대로 살아왔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 즉 자신의 욕구나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상담실에서 호소한 문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이 생기면 불편해진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 관계에서 해왔던 것처럼 이 친구는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의 욕구와 의견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살아왔고 자신의 욕구를 표현한 적도 없었다. 대인관계에서도 자신의 의견이나 욕구를 인식하기가 어려웠고, 자신의 욕구를 알게 되더라도 표현할 방법도 모르겠고 그저 힘들었던 것이다. 자신의 욕구가 작았을 때는 그저 그렇게 넘길 수 있었던 그 친구가, 난생 처음 원하는 것이 생긴 상대에게는 자신도 모를 의견과 욕구가 넘쳐흘렀을 듯하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이 친구는 자신의 욕구를 누르기만 했고, 더 이상 관계도 지속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생긴 증상이 머릿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고, 머리 옆과 뒤쪽이 뻐근해지는 증상이었다. 그 증상을 겪게 되면서 상담실을 찾게 된 것이다.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외면했을 때 심리적인 증상이 신체적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심리적인 현상이 신체적인 현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우울한 시간과 상태가 점점 늘어나면서 움직이는 시간과 상태가 점차 적어지고 무기력해지다가 관계를 단절하게 되고, 잠자고, 먹고, 씻고, 정리하는 일상의 규칙들이 깨어지게 된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더 자책하게 되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증상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에만 빠져 더 이상의 현실적인 행동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우울의 근본 원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환경에 대한 통제 욕구와 연결되는데, 자신이 원하는 통제가 이뤄지지 않을 때 자신의 외부 환경을 내면으로 가져와 외부와 똑같이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안의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보이는 자신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것 같다. 자신이 한 행동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타인에게 보여 오해나 의심을 많이 받을 경우 즉 자신의 원래 모습이나 의도, 목적대로 상대가 받아들여주지 않을 때 생겨나는 것이 불안이다. 불안이 심해지면 공포가 되는데, 공포는 자신에 대한 평가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타인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다.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그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관계를 단절하거나, 자신의 불안을 상대에게 옮겨 상대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즉 자신의 내면의 불안을 상대에게 옮겨 상대 또한 불안하게 만들고 예민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불안은 갈등과 다툼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불안으로 상대의 불안을 자극시키면 상대는 불안을 느끼지 않기 위해 반작용 즉 반항을 하게 되는데, 그때 일어나는 것이 갈등과 다툼이 된다. 불안을 전달하려는 자와 불안을 받지 않으려는 자의 대결이 되는 것이다. 혹시 자신이 최근 관계에서 갈등과 다툼이 많다면 불안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반면에 우울은 상대에게 전달되면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한 동안 축 처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상대와 갈등이 생기거나 다툼이 생기지는 않는다. 우울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상황에 대한 통제력 유무 즉 내적 자기에 대한 갈등과 평가이고, 불안은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외부의 평가와 인정 즉 외적 자기 평가에 대한 갈등과 평가이기 때문이다. 우울의 방향은 자신을 향하는 것이고, 불안의 방향을 타인을 향하는 것이기에 그런 것 같다. 신체 증상도 우울은 자신을 무기력하게 하고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으로, 불안은 타인을 무기력하게 하고 타인을 돌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혹시 이런 증상을 요즘 갖고 있다면, 스스로 자신의 우울과 불안 수준을 탐색해 자기 자신과 환경에 대한 욕구가 무엇이며, 현재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송영주 심리상담사/미술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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