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돌아와 산촌살이 선택한 청년들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8-19 09: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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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공동기획

제3회 거버넌스 살롱 ‘청년 산촌살이’
▲ 13일 울주군청 문수홀에서 제3회 거버넌스 살롱 ‘청년 산촌살이’가 열렸다. 지역에서 산촌살이를 시작한 청년들이 지역살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나눴다. ⓒ이종호 기자

 

청년들이 산촌살이를 시작했다. 지역살이를 선택한 청년들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이야기 마당이 13일 오후 울주군청 문수홀에서 열렸다. 노사발전재단과 울주군청이 주최하고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한 제3회 거버넌스 살롱 ‘청년 산촌살이’ 이야기다. 소호청년문화공동체 ‘님’의 바투카타 공연에 이어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 축하인사를 건넨 이선호 울주군수는 청년참여예산제를 기획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개인이 잘 살 수 있게 해야”

첫 발표에 나선 박주로 사회혁신기업 로모 대표는 3년 전 시작한 청년들의 울릉살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울릉도에 도착한 11명의 청년들이 한 달 동안 한 일은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역에 남을지 말지 선택하는 건 결국 개인이기 때문에 ‘개인성’에 집중했다. 그 결과 5명이 울릉도에 남아 정착했다. 박주로 대표는 “지역에서 개인의 힘으로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로모의 목표라고 했다. 


박 대표는 지역소멸과 도시집중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도시와 지역의 불균형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에 남는 청년이 그만큼 귀하기 때문에 잘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뭔가를 하다는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과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는 것.


홍콩의 도시농업공동체 HK FARM, 네덜란드의 옛 조선소 건물과 버려진 선박, 크레인을 호텔과 식당, 카페, 장터로 재생시킨 NDSM, 버려진 보트를 1유로에 구매해 친환경 보트하우스를 일궈 세계적 명소가 된 드퀴블 사례도 소개했다. 박주로 대표는 “드퀴블이 성공한 이유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준비하는 기간과 모든 권한을 조건 없이 이양했기 때문”이라며 “공공사업이지만 개인의 자발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이나 하나의 기업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작은 100명의 개인성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청년에게 선택권과 기획비를 주자”

장성혜 순천시 도시재생 저전동 현장지원센터 사무국장은 2018년부터 시작한 숲틈시장 사례를 들려줬다. 순천시 석현동 향림사 앞 작은숲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숲틈시장은 일회용품 없고 이야기가 있는 지역 대표 생태문화 장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셀러만 105팀이고 한 번 장터에 1000여 명이 온다. 장 사무국장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생태문화의 시작”이라며 “작은 변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장터에 온다”고 말했다. 보증금 내고 그릇 빌려가기, 음식물쓰레기 줄이는 배고픈 가방, 처치 곤란 아이스팩 재활용, 틈새 강연과 공연, 전시, 생태 알리미, 쓰레기디자인연구소 같은 아이디어들이 장터에서 실행됐다. 


장성혜 사무국장은 청년이 정착하는 순천 만들기(일거리 만들기), 청년 셰어하우스(살자리), 일방통행길 창업 상상대학(일자리), 공동체실험 등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행정의 칸막이를 허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전동 청년 셰어하우스를 기획하면서 건물 먼저 짓고 운영자를 모집하는 게 아니라 운영자를 먼저 모집하고 리모델링하는 것, 청년들이 집을 ‘배정’받는 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집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기획할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기획비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셰어하우스 포럼과 공간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했다. 장 사무국장은 “똑똑한 몇몇 청년의 성공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청년이 삶의 주체로서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울주를 삶의 전환, 숲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김대성 마을활동가도 ‘청년들이 지역 안에서 어떻게 새로운 삶을 모색할 수 있을까?’를 화두로 던졌다. 장생포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을 주민과 밥 먹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었다. “한 없이 먹었다”고 했다. 그렇게 관계를 맺고 신뢰가 쌓였다. 신뢰가 생기는 사업이 이어졌다. 신진여인숙, 장생포 아트스테이, 1986마을기록관, 할머니쉐프 유랑단, 마을카페, 마을길, 골목정원, 마을이야기, 마을여행지도와 동화 만들기 사업들을 주민과 함께 하나씩 일궈왔다. 


김대성 활동가는 “새로운 삶을 모색하며 울주로 모여드는 청년,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을 어떻게 품어낼 수 있는가?”라며 “다양한 삶을 품을 수 있는 ‘삶의 전환, 숲 라이프스타일 도시’ 울주를 상상해보자”고 말했다. “숲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 활동이 사람을 남기고 사람과 숲이 함께 성장하는, 숲으로 삶과 문화를 이어내는 도시 울주”를 위해 김대성 활동가는 울주삼일살이, 한그루 전환학교, 더불어숲 순환학교, 영남산무리융합연구소, 전환네트워크 같은 사업들을 제안했다.

“산촌살이, 재미있고 지속가능해야”

주현우 청년문화예술공동체 ‘님’ 대표는 소호마을에 사는 청년들의 ‘찐’ 산촌살이를 소개했다. 산촌에서 살려면 도시에서와 달리 먹고 자고 입는 걸 웬만큼은 자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집 텃밭 꾸미기부터 자기 옷 지어 입기, 테이블과 의자, 청과 피클 만들기를 하며 적응해갔다. 마을에서 일자리도 얻었다. 야생차를 만드는 소호산촌협동조합, 절인배추 작목반에서 일했고, 모판 만들기, 고사리와 쑥 채취, 감자 수확 같은 마을 품앗이도 함께했다. 감말랭이를 만들어 나누기도 했다. 마을 치유의 숲 시설물을 손보는 작업도 했다. 


시래기와 무말랭이를 만들어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라는 상표로 판매했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라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바투카타 공연과 학교 방과후수업 마을교사로 바디퍼커션 수업도 했다. 공연은 매월 울주군에서 거리공연을 하는 등 제법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 날라갔다.” 주현우 대표는 “청년들의 산촌살이가 가능하려면 재미있고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필요한 사람은 미친 공무원”

이어진 토론에서는 “가장 필요한 사람은 미친 공무원”이라며 “행정의 칸막이를 없애고 공공의 수용성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청년들에게 실험할 수 있는 시간과 ‘증빙 없는 사업’을 많이 만들어주고 청년들이 동네에서 살아갈 구멍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도 강조됐다. 장성해 사무국장은 “서로 기대어 사는 게 자립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삶의 무게를 알고 기대지 않으면 다 같이 쓰러진다”면서 “사회적 자아를 좀더 키울 수 있는 곳이 공동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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