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상사태, 기후위기 문제 정부나 지자체에만 맡겨둘 수 없어”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0-11-19 09: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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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전 세계가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올해 시베리아의 기온이 7월이 되기도 전에 30도를 넘어서고 세계 각지에서는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태풍, 홍수, 지진 등 재앙들도 급속히 증가하는 등 더 이상 지구의 기후위기를 그냥 놔둘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울산에서도 이런 취지에 동감해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준)’이 매주 금요일마다 대 시민 캠페인을 전개해 오다 지난 13일 울산시청 앞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은 울산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종교계, 제 정당, 생활협동조합 등 수 많은 단체가 참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울산의 대표적인 기후위기 대응 시민운동 조직으로 구성됐다. 과거 노조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노동자신문을 창간해 5년간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았던 경험, 이후 시의원과 단체장 활동, 퇴직지원 교육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면서 닦은 행정실무, 마라톤과 산행으로 단련된 체력 등 환경운동을 하기에 최적화된 체력과 정신력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그에게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이 앞으로 어떠한 일들을 계획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울산저널 이기암 기자(이하 이 기자)=먼저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이 출범한 것을 축하드린다. 기후위기, 지구 온난화로 인해 태풍, 홍수 등 재앙이 끊이지 않고 있다. EU와 미국을 비롯 각 나라들은 위기를 느끼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시대로 가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울산에서도 정치인, 각계각층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더 이상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 하에 13일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이 공식 출범했다. 현재 지구의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간단히 설명 부탁드린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하 이 처장)=기후위기의 심각성은 방송과 신문을 통해서 매일 접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를 팬데믹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도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올해 우리나라를 덮친 긴 장마와 역대급 태풍도 기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어린 시절 겨울이면 논이나 하천에서 썰매 타고 놀던 추억이 있을 텐데 지금은 아예 얼지 않는다. 춥지 않고,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겨울이 돼버렸다. 이런 기후변화는 동식물 생태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 앞으로 100년 안에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림이 사라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지 못하면 인류 대멸종이 올 것이라는 것이 기상학자들의 경고다.
 

이 기자=말로만 들어도 무섭게 느껴진다. 이에 울산에서도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이 출범, 울산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종교계, 제 정당, 생활협동조합 등이 참여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간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이 출범하게 된 준비과정과 노력들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 처장=지난 13일 창립총회까지 76개 단체(개인 포함)가 가입했다. 놀라운 참여율이다. 언론의 관심이 높았고 근래에 한 행사 중 역대급 참여율을 보였다. 시청 앞에서의 집중 캠페인과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에는 참석인원이 너무 많아서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띄우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러한 열기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누구나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상사태라고 할 만큼 심각한 기후위기 문제를 정부나 지자체에만 맡겨둘 수가 없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다. 

 

사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울산은 기후위기비상행동 출범이 좀 늦은 편이다. 울산지역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가 6월까지 월성핵발전소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고 추가건설 반대 북구주민투표를 진행하느라 여력이 없었고 9월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늦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지난 7월부터 매주 금요일 거리 캠페인을 실시해 왔고 준비위원회를 구성해서 창립총회 및 참가 조직을 꾸준히 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한다.
 

이 기자=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 처장=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은 정당 구분 없이 들어올 수 있으며 재정적 부담도 크게 없는 활동을 추구하기에 단체가 없거나 단체에 속한 사람일 경우(단체가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경우)엔 개인의 이름으로도 활동이 가능하다. 출범식 때도 채식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했고 당시 입었던 조끼도 재활용으로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과 단체가 활동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저변 확대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 기자=앞으로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이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가 있다면?
 

이 처장=준비위원회 과정에서 사업계획을 검토해 왔다. 창립총회에서 확정한 사업계획이 있는데 이를 몇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 우리 스스로 먼저 실천하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홍보 및 캠페인이 있다. 앞으로 매주 금요일 지속적으로 실시하면서 실시 지역과 참여를 늘려갈 것이다. 둘째,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교육과 강연회를 올해도 일부 진행했지만 내년부터는 더욱 짜임새 있게 진행할 계획이다. 셋째, 정책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앞으로 울산시와 의회를 상대로 정책간담회를 통해서 정책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여러 가지 정책대안 아이디어를 이미 검토한 바 있는데 예산을 지원하는 축제의 경우 일회용품을 안 쓰도록 점진적으로 바꿔 가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자생단체의 경우도 지원금을 연계하도록 조례와 규정을 제안할 계획이다. 지면 관계상 다 소개드리지 못하지만 우리 활동들을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이 기자=이번엔 울산의 질문을 좀 드리겠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현재 울산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몇 가지 말한다면?
 

이 처장=내가 생각하는 환경 현안은 많은데 몇 가지만 꼽자면 핵발전소로 인한 문제가 가장 심각하면서도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도시공원일몰제로 해제된 야음근린공원 부지를 공공임대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것도 정말 심각한 문제다. 석유화학단지 안에 남아있는 숲을 밀어서 공단으로 조성하는 사업도 기후위기 상황에 역행하는 개발정책이라고 본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건설은 지역사회에서 찬반논란을 20년째 끌어 온 사안인데 지방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재연되니까 착잡한 심정이다. 태화강 수질을 개선시켰고 지천을 생태하천으로 되살렸다고 홍보하는데 막상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야 할 폐수 수준의 물이 태화강과 울산공단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대규모로 숲을 파괴하는 골프장 건설과 관광단지 개발 추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끝이 없다.
 

이 기자=들어보니 울산에 산적해 있는 환경문제가 참으로 많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이 처장=정책결정권자들의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당일 때는 반대하던 사람들이 집권당이 되고 나서 태도를 바꿨다. 후보 시절 약속한 것도 당선되고 나서는 바꿔버렸다.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꾸면서 내놓는 단골 메뉴가 뭐냐면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인데 국가산단 안의 녹지를 공단으로 조성하는 것, 영남알프스와 대왕암에 케이블카 추진, 도시공원일몰제를 핑계로 야음근린공원 개발, 관광단지 개발을 앞세운 강동골프장 건설, 삼동면에 울산관광단지 추진 등이 그렇다. 

 

경제와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은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다. 그러니까 이런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단체장과 고위 공무원, 그리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이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서 심판하고 교체해야 한다. 시민환경단체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강제할 권한도 없고 힘이 약하다. 시민들은 당장 먹고 살기 바쁘니까 지역의 환경문제에 관심 갖고 참여할 여유가 없지만 그럼에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는 중요하다. 또 지역의 환경현안에 대해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 기자=이번엔 야음근린공원에 대해 간단히 질문 드리겠다. 지난 7월 공원시설에서 해제된 야음근린공원 개발 논란과 관련 ‘시민공론화’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미래발전위원회가 ‘울산의 제1호 공론화’로 올리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알고 있고 미래발전위는 공론화를 논의할 별도 민간협의체도 꾸리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울산시를 설득할지 얘기해 달라.
 

이 처장=이제라도 공론화를 적극 검토한다니까 다행스럽고 환영할 일이다. 부디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시민들이 납득하고 승복할 수 있는 결정을 하기 바란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물론 야음근린공원부지 개발에 반대하고 공해차단녹지 기능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공원으로의 존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공론화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된다면 그 결과에 승복할 것이다. 또 울산시를 설득한다기보다는 원점에서부터 같이 검토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삼고 싶다. 공론화는 개발 찬성과 반대 단체에서 공론화위원으로 선임된 시민들을 상대로 당위성을 설명해 공감과 지지를 많이 받는 게임과 같다. 

 

물론 공정한 룰과 심판이 필요하다. 우리 주장이 반드시 옳다고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울산시민들에게 야음근린공원 부지가 갖는 지리적 중요성과 공해차단녹지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알린다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결정하면 만약 개발이 아닌 존치 결정이 나더라도 울산시가 입장을 바꾸는 데 정치적 부담이 없는 출구전략이 되면서 이후 지방채를 발행하더라도 중앙부처나 의회를 설득할 명분도 만들어질 것이다.
 

이 기자=환경운동 뿐 아니라 울산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또 이 같은 사회활동을 하게 된 첫 계기가 무엇인지?
 

이 처장=솔직히 매일 처리해야 할 일이 끝이 없다. 밀린 일을 줄여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더 쌓여나가는 실정이다. 주위에서는 일 좀 줄이라고 하는데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울산의 환경현안이 얼마나 많고 범위가 넓은가? 상근활동가 세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도저히 역부족인데 그러다 보니까 휴일이나 퇴근 시간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하게 됐다. 그럼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에 매진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는 일에 대해서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보람을 느낀다. 체력적으로나 사무처리 과정이 벅차기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훈련된 과정이 마치 이런 일을 맡기 위해서였던 것처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환경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노조활동을 하면서 초창기와 달리 어느 순간 대공장 노조가 너무 이기적이고 패권적인 활동으로 흐르고 있다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했다. 노동조합도 지역사회의 문제 즉 90년대 당시 심각했던 주거 교통 교육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서 시민단체와 환경연합에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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