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하루

손주희 / 기사승인 : 2019-11-07 09:25:41
  • -
  • +
  • 인쇄
청년 공감

고단하다. 하루를 시작할 때 드는 느낌은 늘 고단하다. 오늘은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생각하니 눈을 뜬 그 순간부터 고단했다. 아침에 정신없이 출근하기 위해 씻고 물건을 챙기고 바쁘지만 굶는 걸 싫어하는 난 식사도 하다. 식사하고 또 양치질을 한다. 그러면 어느덧 출근시간이 가깝게 다가오고 엘리베이터는 늘 똑같이 움직이는데 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느려. 하여간 이 엘리베이터... 바쁠 때 안 도와줘!”하고 혼잣말을 하며 엘리베이터에 타고 차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차에 시동을 걸고 급하게 사이드를 내리고 기어를 바꿔서 출발한다. 어른들이 서두르지 말고 다니라고 하셨는데 평소에 난폭하게 운전하는 편은 아닌데 아침 출근만큼은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아마 이 마음이 나 말고 다른 운전자들도 그러하겠지.


그렇게 일터에 나가면 여유 없이 바로 일을 시작한다.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없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돌아오려면 요즘은 낮이 짧고 밤이 길어 괜스레 일을 더 한 기분이 든다. 늘 마음속에 오늘 저녁은 가치 있게 써야지, 의미 있게 지내야지라는 다짐을 하루에 여러 번 일을 할 때 생각하지만 어두운 저녁을 보면 그 마음이 사라지곤 한다. 아마 이런 다짐과 포기를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직장인들이 많을 것 같다. 물론 개인에 따라선 바쁜 회사업무를 마치고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지만 대부분은 의지 부족으로만 돌리기엔 안타까운 부분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주 52시간 시행에 대해서도 말이 많지만 사실 주 52시간은 하루 8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이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줄였다고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한다. 저녁이 있는 삶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외침이다. 생각해보자. 한 인간이 태어나서 일만 하다가 생을 마감하기엔 인생이 얼마나 아쉬운가. 내가 심리상담가를 만났을 때 릴렉스하는 시간 속에 무수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하셨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인간에게 릴렉스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은 한 직장인이 그 직장에서 롱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며 저녁이 있는 삶은 사람에게 만족도를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주변을 돌아보면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이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나부터도 그렇다. 다들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직장에 몸과 마음이 지쳐서 위로를 받는 곳이라고는 술뿐이다. 얼마 전 친구가 “오늘 술 한 잔 할래?”하고 연락이 와 “왜 무슨 일 있나?”라고 나는 물어보았다. “아니, 하~ 요즘 좀 힘드네.” “뭐? 일?”하니 작은 목소리로 “응”이라고 이야기했다. 친구와 다음날 약속을 잡았다. 그렇지만 친구는 직장 일이 바빠서 다음날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롭게 펼쳐질 또 하나의 오늘이 고단할 거라는 짐작으로 기쁘지 않다면 이것이 얼마나 불행한 것인가 생각해봤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하루, 나에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즐거울 것일까? 아니면 오늘 하루도 눈을 떠서 고단한 하루를 생각할까? 나는 왠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전 세대가 눈을 뜨면서 후자를 생각할 것 같다. 


나는 요즘 책 <90년생이 온다>를 보고 있다. 아직은 앞부분을 오랫동안 보고 있어서 내용을 잘 알 수 없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직장을 다닐 초년생이 될 누군가가, ‘취직만 한다면’이라고 바라는 누군가가 아침에 눈을 뜰 때 하루가 즐겁기보다는 후자를 생각한다면 마음이 고단해진다. 


손주희 회사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