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이 부유식 해상풍력을 만나면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0 09:24:22
  • -
  • +
  • 인쇄
<기획취재: 위기의 울산, 바닷바람이 살릴까-부유식 해상풍력>

<기획취재: 위기의 울산, 바닷바람이 살릴까-부유식 해상풍력>
1. ‘똥바다’ 위에 세운 청정에너지의 꿈
2. 한국 해상풍력산업의 현주소
3. 타이완 포모사 해상풍력
4. 세계 최고의 해상풍력국가 영국
-세계 첫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하이윈드
-서섹스의 꽃 람피온 해상풍력단지
-2050년 탄소 제로에 도전하는 영국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상업적 규모로 개발해야”
-“공급사슬 국제 규모로 작동...한국-영국 협력해야”
5. 바닷바람이 부유식 해상풍력을 만나면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울산 동구 직격탄
2016년~2018년 노동자 2만2000명 떠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세계 조선시장은 구조 불황에 접어들었다. 2012년 633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였던 세계 조선 건조능력은 2018년 4100만CGT로 35퍼센트(%) 줄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계속됐던 국내 조선업 호황도 2008년을 정점으로 곤두박질쳤다. 2007년 30개였던 중형 조선업체들은 5개로 줄어들었다. 2008년 102억9000만 달러였던 중형조선의 수주액은 지난해 말 12억1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중형 조선소들의 수주액 비중도 2008년 19.1%에서 2018년 4.5%로 크게 줄었다. 중형 조선업체들의 잇따른 퇴출은 국내 조선기자재산업을 위축시켰다. 2010년 14조 원이었던 기자재업체들의 공급액은 2017년 8조1730억 원으로 축소됐다. 조선기자재 인력도 2008년 6만9891명에서 2017년 5만3375명으로 감소했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조선산업의 위기로 기자재업체의 매출이 줄고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한국 조선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중소조선 붕괴에 이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조선 3사의 매출도 줄었다. 수익도 격감해 2009년 이후 약 10조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대형조선의 구조조정으로 2015년 이후 약 1만6000명의 정규직이 감원됐다. 하청 고용은 2015년 13만516명에서 2017년 5만7440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으로 매각될 경우 주력선종 중복으로 설비 축소가 불가피하고 20~30%의 원하청 추가 감원이 예상된다. 2015년 20만4635명이던 국내 조선산업 노동력은 2018년 10만2895명으로 반토막났다. 


현대중공업 정규직은 2015년 1월 2만6158명에서 2019년 5월 1만8061명으로 4년 5개월 동안 8097명이 감원됐다. 전체 정규직의 31%가 줄어든 셈이다. 사내하청도 2015년 1월 4만836명에서 2019년 5월 1만3028명으로 2만7808명이 줄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업체가 밀집한 울산 동구는 2016년 6월 648개였던 조선업체가 지난해 8월 487개로 161개가 줄었고, 조선 피보험자 수는 2016년 6월 5만829명에서 2018년 8월 2만9279명으로 2만1550명이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임금수준도 크게 떨어졌다. 임금수준 미스매치 때문에 2018년 하반기 조선업종 미충원율은 13.6%나 됐다. 2016년 10%였던 울산 동구지역 원룸 공실률은 지난해 30%로 급증했고, 2015년 1월 107.9였던 주택매매가격지수도 지난해 9월 92.5로 뚝 떨어졌다. 동구지역의 구조조정 여파로 울산지역 실업률이 급등했다. 2019년 1분기 울산지역 실업자는 3만1000명으로 전년대비 8000명이 늘었다.


최근 LNG선을 중심으로 수주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반토막난 국내 조선산업 일자리를 회복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조조정으로 울산 동구를 떠난 조선해양 숙련노동자들이 다시 돌아올 대안은 없을까? 허민영 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교수는 “3만여 명에 달하는 조선 실업자들의 생존과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일자리 유지를 위주로 한 단기 실업대책과 더불어 해상풍력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는 “정부는 거품이 잔뜩 끼고 레드오션이며 고용효과도 높지 않은 4차 산업의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며 “조선산업의 핵심 역량을 통해 시장 확대가 확실시되는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얻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풍에 뜯겨진 국산 해상풍력 블레이드
혈세 쏟은 터빈 국산화, 이대로 괜찮나

지난 9월 22일 태풍 ‘타파’가 한반도 남부를 휩쓸고 지나갔다. 이날 경남 거제시의 일강수량은 262.5밀리미터(mm)였고, 같은 날 오후 6시 28분 전남 여수시에서 순간최대풍속 초속 42.2미터(m/s)를 기록했다. 태풍 ‘타파’로 공식 준공을 앞둔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 발전기 한 대의 블레이드(날개)가 뜯겨졌다. 블레이드 끝부분이 부러져 날아갔고 나머지 섬유 표면도 바람에 할퀸 듯 벗겨졌다. 두산중공업이 조립해 공급한 3메가와트(MW) 국산 풍력발전기의 이 블레이드는 극한풍속 59.5m/s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됐지만 태풍에 속수무책이었다.

 

▲ 지난 9월 태풍 ‘타파’에 뜯겨나간 서남해해상풍력 3MW 발전기 블레이드.


풍력업계 관계자는 “극한풍속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는 됐지만 제작상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블레이드는 협력회사에서 제작해 두산중공업에 납품되는 것으로 두산중공업이 성능을 보장하고 책임 시공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 최대 풍력터빈 공급사인 베스타스도 여러 차례 경영의 어려움을 겪었고, 2009년 3MW 기어박스의 중대 결함이 발견돼 생산된 기어박스를 무상으로 교체해준 적이 있다”면서 “만일 두산중공업이 성능 보장하는 풍력터빈을 수출해서 이처럼 문제가 생기면 막대한 사업적 위험성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6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국책과제 ‘8MW 대용량 해상풍력발전시스템 개발’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뽑혔다. 두산중공업은 2022년 형식 인증을 목표로 국산 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풍력터빈 개발 용량은 이미 12MW를 넘어서고 있어 8MW 국산 터빈 개발이 용량과 속도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GE리뉴어블에너지는 지난 8월 프랑스 생나제르 공장에서 세계 첫 12MW 풍력터빈 할리아드-X를 출시했다. 허브가 장착된 나셀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마스블락테로 옮겨져 테스트 중이다. GE는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MHI베스타스와 지멘스는 15MW 터빈을 개발 중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부 유출을 우려하며 풍력터빈이 국산화될 때까지, 그것도 용량이 국제 수준에 한참 떨어지는 터빈 개발을 이유로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늦추는 듯한 산업통상자원부의 태도는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구나 심각한 기후위기에 맞서 세계 각국이 탄소 제로 목표 시기를 앞당기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너무 안이하다는 평가다. 이대로라면 해상풍력을 12GW 이상 개발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3020정책은 실현이 불투명하다.


김형근 울산시 사회일자리에너지정책특별보좌관은 “정부가 해상풍력 터빈 국산화 우선 육성이라는 프레임을 넘어서서 실제 시장을 열어주는 주도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한국 풍력산업은 기술 확보보다 시장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특보는 “민간투자를 통한 기가와트(GW)급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을 확보하고, 부유체, 타워, 케이블 등 비교우위 국산기술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며, 터빈 등 잔여기술을 추격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상풍력 공급사슬과 클러스터 구축

해상풍력사업은 개발에서 운영까지 25~30년 넘게 걸린다. 입지조사와 예비타당성검토, 기초설계에 1~2년, 풍황조사 및 환경영향평가, 군작전성 검토, 어업피해조사, 전기사업허가, 실시설계에 2~3년, 풍력터빈, 하부구조물, 해저전력선, 해상변전소, 육상지원시설 설치, 선박 조달 등 시공에 2~3년, 배후항만, 운영관리(O&M)선박, 운영관리사무소 운영에 20년 이상 소요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해상풍력사업은 현지의 인프라와 기술, 인력 등 로컬 콘텐츠에 의존한다. 


해상풍력의 공급사슬은 실시설계, 풍력터빈 및 타워, 터빈 기자재,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설치, 운송, 설치선, 배후항만, 기상관측, 시운전 및 계통연계 등으로 구성된다. 최우진 GIG 상무에 따르면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비는 개발비용 2%, 터빈 공급 29%, 기타설비 19%, 설치 14%, 관리운영 39%로 분담된다. 과거 사업비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던 터빈은 대형화, 효율화되면서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터빈 공급은 드라이브 트레인 31%, 블레이드 27%, 주조/단조 6%, 나셀 조립 4%, 타워 14%, 기타 18%로 비용이 분담된다. 시장이 충분하다면 터빈 공급사들은 물류비용 때문에 현지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이 크다. 대용량 터빈 국산화 속도를 높이려는 노력과 함께 시장 초기 국면에서 가격과 효율성을 따져 전략적으로 해외 터빈 나셀 조립공장을 국내에 유치해야 한다는 풍력업계의 목소리도 높다. 터빈 나셀 조립에 들어가는 비용 대부분이 현지 노동자들의 인건비고, 관련 부품 공급망이 주변 지역에 형성되기 때문에 영국처럼 해외 터빈 공장을 국내에 적극 유치해 로컬 콘텐츠로 공급사슬을 구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영국은 자체 터빈 생산기술이 없지만 유럽 전체를 합한 것보다 많은 해상풍력단지를 건설 중이고, 해상풍력에서만 연간 5억 파운드(약 7400억 원)를 수출하고 있다. 해상풍력 8GW, 직접고용인원 9000명 수준인 영국의 목표는 2030년 전체 전력의 1/3(30GW)을 해상풍력으로 생산하고 25억 파운드(약 3조7000억 원)를 수출한다는 것이다. 해상풍력 고용인원도 지금의 3배인 2만7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영국에 견줘 한국은 터빈 이외의 다른 풍력부품에서 충분한 국산화 역량을 갖추고 있다. 터빈에서도 베스타스 같은 세계 선두 터빈 제조업체에서 국내업체인 대구테크가 납품하는 정밀절삭공구를 전량 사용하고 있다. 


블레이드는 과거에는 터빈 공급사가 직접 생산했지만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사업지 현지에서 생산하는 추세다. 타워 또한 물류비 절감을 위해 현지에 제작 공장을 설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유럽과 타이완에 진출해 이미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타워 생산업체 씨에스윈드가 있다. 베어링과 타워 플랜지를 생산하는 태웅도 세계 해상풍력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이다. 


기타 설비 부분에서는 하부구조물과 부유체에 들어가는 비용 45%, 변전소 36%, 해저전력선 10%, 내부케이블 5%, 기타 4%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타이완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하부구조물 공급 계약을 체결한 삼강엠앤티와 현대스틸산업, 케이블을 공급하기로 한 엘에스전선이 이 분야 선두 기업이다. 부유체 생산과 계류 분야에서는 현대중공업 등 조선해양기술을 보유한 세계적 기업이 존재한다.


전체 사업비의 50%가 넘는 설치 및 운영관리에서는 배후항만과 클러스터 조성이 중요하다. 울산시는 지난 4월 2억 원을 들여 부유식 해상풍력 클러스터 조성 용역을 발주했다. 시는 사업비 1조 원을 투입해 울산항만 인근 육상과 해상에 실증연구센터, SCADA(집중원방감시제어)연구센터, 실해역 테스트베드, 전용항만, 설치선 및 해양지원선단, 전용 산업단지, O&M지원센터, 전문인력양성기관 등 기술개발, 제작생산, 운영보수, 인력양성 등 부유식 해상풍력 전 주기를 아우르는 연관시설을 집적화한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 지난 6월 울산 동구 울기등대 동쪽 약 42킬로미터 해상에 국내 첫 부유식 풍황계측기(라이다)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주식회사 젠

 


바닷바람으로 다시 일어서는 울산

울산의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은 제2의 조선해양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울산은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개발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울산에서 60킬로미터 떨어진 동해 먼바다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좋은 수심 100~200미터의 넓은 대륙붕이 펼쳐져 있고, 해상풍력발전에 적합한 평균 8.16m/s의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신고리원전, 울산화력 등 발전소와 연결된 송·배전망을 활용하면 계통연계가 쉽고, 미포, 온산 국가산업단지 등 대규모 전력 소비처가 입지해 있다.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세진중공업 등 세계적인 조선해양플랜트 기업과 숙련노동자들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부유체와 계류 시스템은 기존 조선해양산업의 인프라와 숙련기술을 이용하면 손쉽게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2021년 6월 생산이 종료되는 동해가스전 플랫폼을 풍황계측과 현장 O&M기지, 해상변전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연민 교수는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산업의 부진으로 수만 명의 노동자가 실직하게 됐는데 부유식 해상풍력으로 이런 숙련기술인력을 다시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자동차, 조선해양산업이 저조해도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은 이를 대체할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산화 기술개발과 민자 유치라는 투트랙으로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하는 울산시의 계획대로라면 울산 앞바다에 모두 7.2GW의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게 된다. GW 규모로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울산은 앞선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고 부유식 해상풍력산업 수출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롯데호텔 울산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국제포럼이 열렸다. 울산시와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5개 민간투자사를 비롯해 두산중공업, LS전선 등 국내 해상풍력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종호 기자


민선 7기 울산시의 공약 1호이기도 한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터빈 국산화를 앞세운 산자부의 소극적 태도를 바꿔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GW 규모로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될 경우 지금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로는 의무공급량이 초과되는 한계가 명확해 재생에너지 민간투자를 유인하는 재생에너지 지원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성진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융합기획실장은 국무총리실 주도로 범부처 해상풍력개발사업단을 구성해 해상풍력개발기본계획과 실시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입지와 인허가 원스톱 처리 등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을 주문했다. 특히 지난 2년간 10만 명이 실직한 조선해양플랜트산업을 견인할 대책이 필요하다며 2030년 13GW 규모로 성장할 부유식 해상풍력 세계시장에 진입할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종호 기자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