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견소음에 대하여

김민찬 변호사 / 기사승인 : 2019-11-27 09: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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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지난주 고양시 일산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윗집에 사는 부부를 칼로 찌른 후 본인도 목숨을 던진 사건이 발생했다. 반려동물 소음에 대한 오해도 한몫했다고 한다. 2018년 울산 남구에서도 반려견 소음을 견디다 못한 주민이 이웃집에 쳐들어가 주거침입 및 상해죄로 형사처벌받은 일이 있었다. 공동주택 내 층간소음, 담배 연기 문제에 더해 ‘페티켓’의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는 요즘이다. 오죽했으면 ‘층견(犬)소음’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한다. 개 울음소리는 약 90~100데시벨로 지하철의 차내소음(80데시벨)이나 소음이 심한 공장 안(90데시벨)보다 시끄럽다. 특히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소형견이 대형견보다 소리는 작지만 음역대가 높아 피해 정도가 더 크다고 한다.


문제는 현행법상 동물소음을 규제하기 어려운 점에 있다. ‘소음·진동관리법’ 제2조 제1호는 “소음(騷音)이란 기계·기구·시설, 그 밖의 물체의 사용 또는 공동주택(‘주택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공동주택을 말한다. 이하 같다)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장소에서 사람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강한 소리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동물소음은 사람의 활동으로 인한 소리가 아니므로 법적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동물보호법’상에도 별다른 규정이 없어 보인다. 층간소음의 경우 이웃갈등이 살인을 부를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후, 환경부 내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생기는 등 미력하나마 갈등을 조정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그런데 이때도 반려동물 소음문제는 조정대상이 되지 않는다. 서울시가 2016년 선도적으로 ‘동물갈등조정관’제도를 신설해 조정해결을 시도했지만, 결국 유야무야됐다고 한다.


관련 법이 없다 보니 층간소음 민원이 폭주해도 관할 행정청이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경찰에 신고해도 답이 없다. 이에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각자도생으로 페티켓 관련 자치관리규약을 속속 제정·시행하고 있으나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웃의 반려동물 소음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민사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민법 제759조(동물의 점유자의 책임)은 제1항에서 “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리능력이 없는 동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으므로, 동물 점유자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의거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에서 소음 피해 정도에 따라 치료비 일부와 위자료 100~200만 원 상당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의 정서상 반려동물 문제로 이웃 간에 소송을 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만큼 그에 따른 사회문제도 심각해져가므로, 앞으로는 관련 소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반려동물 소음이 심할 경우 그 주인에게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심지어 벌금 전력이 수회 쌓일 경우 우리의 음주운전 제도처럼 반려동물의 소유권을 일시 박탈하기도 한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므로 반려동물 관련 가해빈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될 경우, 공동주택 내에서 견주 자격을 쉽게 가지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해볼 만하다. 동물보호를 위해서도 동물학대 빈도가 높은 사람의 경우 같은 맥락으로 규제하면 좋을 듯하다. 


요즘 층간소음 문제 특히 반려동물 소음문제로 갈수록 험악한 뉴스가 들려온다. 이웃 간에 자율적으로 또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차원에서 원만히 해결되면 참 좋으련만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다시 입법 미비나 아파트 건축자재, 시공문제를 탓하게 된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반려동물 동영상을 보면서 업무에 지친 심신을 위로할 때가 많다. 한때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반려동물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 속상해하던 ‘웃픈’ 기억도 있다. 이웃 간의 반려동물 갈등에 있어서 내가 얼마든지 가해자가 될 수도 또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김민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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