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이게 최선입니까?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 기사승인 : 2020-09-09 09: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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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2차 재난지원금 대상을 맞춤형 재난지원으로 정해 가능한 한 추석 이전에 지급될 수 있도록 서두르겠다”며 “피해가 가장 큰 업종과 계층에 집중해 최대한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사실상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을 들어줬다. ‘재정적 한계와 코로나 위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히면서. 일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복지정책(선별지급을 선언하면서 ‘보편적 경제정책’이 아니라 ‘선별적 복지정책’이 됐다)에서 해묵은 과제로 겉돌고 있는 ‘보충성의 원리(국가가 정한 최저생계비보다 모자라는 금액만 보충해서 지원해준다는 의미, 줬다 뺏는 기초연금과 모든 수입을 고용보험 구직급여에서 제외하는 사례가 대표적)’ 논쟁과 자영업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선별할 것인가’를 두고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왕에 복지정책 이야기가 나왔으니 예를 들어보자. 기초생활수급자는 4인 가족 기준으로 142만 원 정도 받는다. 작년보다 물가상승률만큼 인상돼서 받기 때문에 이 집에 소득 감소는 없다. 정부가 가닥을 잡은 대로 이 집에 100만 원을 지급하면 총수입은 242만 원이 된다. 반면 작년에 월 400만 원을 벌던 학원강사가 있다고 하자(필자 지인 사례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200만 원을 맞추기도 어렵다고 한다. ‘242만원:200만원’으로 ‘소득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이게 공정한 사회일까? 이 강사는 세금도 제법 냈는데 왜 이런 차별을 받아야 할까? 


자영업자 가운데 카드 매출보다 현금 매출이 높은 사업자도 많다. 계절적 요인에 좌우되는 업종도 있다. 울주군 서생면에 가보라. 인테리어업은 공사가 끝나야 대금을 받을 수 있다. 일정한 기간 동안 매출이 누락되거나 넘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산출기간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억울한 사람이 반드시 나타나게 돼 있다. 이는 문화‧예술업계 종사자들이나 기획업무와 강의를 업으로 삼고 있는 프리랜서들에게서도 나타난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의 경우, 프리랜서임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노무사실 확인서’ 발급을 기피하며 사각지대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민원들을 일선 공무원과 관공서 직원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지난 3월, ‘코로나19 직접 대출’을 주관했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울산센터에서도 이 같은 한계들이 드러난 바 있다. 소수의 직원들이 그 많은 신청자들을 상대하면서 칼부림 안 나면 다행이라는 호소를 듣기도 했다. 지급시기가 길면 3개월까지 걸리기도 했다. 사실상 ‘더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 ‘정보를 빨리 확인하고, 문서에 능한 사람’들이 먼저 받아갔다. 대통령 말처럼 재정적 한계로 예산이 소진되면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소득역전 현상과 선별기준 마련, 행정비용, 지급시기 지연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실제 ‘경기부양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여부다. 당장 자영업자 개개인의 소득은 늘어난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총 수입을 놓고 보면 ‘전 국민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 때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에는 두세 달 가량 전 국민 소비활동이 지속되면서 일시금을 받는 것보다 더 많이 벌었을 것이다. 이는 필자가 자영업자들과 소통하면서 체감한 부분이니 정부가 통계로 확인해 보길 권한다.
현재 정부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고용유지 효과’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면 매출이 늘어나고, 그만큼 고용유지 효과도 나타나게 돼 있다. 하지만 선별적으로 지원을 받으면 여전히 장사가 안 되는데 직원들 고용유지가 될까? 그렇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또 선별해서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요량인가? 보편적 경제정책이 선별적 복지정책과 다른 점이 여기서 나타난다. 고용유지에 따라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로 이어지고, 소비가 늘어나면 고용이 유지된다. 연쇄적인 경제순환고리다. 간단한 원리다. 이 간단한 원리를 외면하는 이유가 뭘까? 


통상적으로 선별적 복지정책은 ‘세수 증대’로 이어지지도 못한다. 세수가 증대되지 않으면 재정 부담은 그만큼 더 늘어나게 된다.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가 선별하지 않은 사각지대’는 ‘울산광역시 같은 지자체들이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지자체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국민 편 가르기나 여론 분열 논쟁까지 갈 필요도 없다. 대통령께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이게 최선입니까?”


이승진 (사)나은내일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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