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성폭력 피해로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04-04 09: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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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해바라기센터 김은령 부소장
▲ 울산해바라기센터 김은령 부소장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해바라기센터는 전국 시도별로 39개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울산해바라기센터는 울산병원 8층에 있고, 성폭력 피해가 발생할 때 위기 상담, 증거 채취, 피해 조사 등 24시간 365일 One-stop 시스템으로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응급 지원 이후에는 피해자의 호소에 따라 지속 상담, 산부인과·정신과 진료, 심리치료, 국선변호사 선정 지원, 법률 모니터링 등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그 외 젠더를 기반한 폭력인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에 대해서도 상담과 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Q.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센터에 도움을 청하면 어떤 지원들이 되는지?

상담 지원으로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상담사가 성폭력 피해 직후 불안정한 피해자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지속적인 상담과 법률 모니터링을 하는 등 사례 관리를 한다. 수사 지원으로는 성인 피해자 진술 조사뿐만 아니라 아동, 장애인을 대상으로 특성화된 NICHD(아동보건 및 인간발달연구소) 면담 기법을 활용해 전문 경찰관이 피해자 조사를 받는다. 의료 지원으로는 피해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증거를 채취할 수 있는 응급 키트를 사용해 간호사 등 의료인이 증거를 채취하고 있고, 그 외 성병 검사와 산부인과, 정신과, 정형외과 등의 진료 지원도 하고 있다. 심리 지원으로는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한 피해자의 심리적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심리평가를 하고 놀이와 미술을 활용한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그리고 아동청소년, 장애인의 보호자가 맞벌이를 하거나 조손가정으로 해바라기센터까지 오지 못하는 경우 동행 서포터즈가 피해자를 센터까지 안전하게 동행하고 있다. 울산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전문적이고 특성화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Q. 성폭력 피해자들 중에는 성폭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분도 있을 텐데, 예를 들면 스토킹 같은 건 성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성폭력의 유형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광의로 성폭력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회적, 신체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성을 이용해 인간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 젠더를 기반한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성폭력의 범주에는 강간, 강제추행뿐만 아니라 신체접촉이 없다 하더라도 언어적, 시각적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것을 모두 성폭력으로 본다. 그러나 형법, 성폭력처벌에관한법률,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등 형사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는 상당히 좁게 적용된다. 스토킹의 경우도 넓은 의미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지만 현행법에서 처벌하기 어렵고 처벌한다고 해도 경범죄에 속하기 때문에 현재 법무부와 여성가족부에서 법을 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카메라 이용 촬영이나 비동의 촬영 및 비동의 영상 유포와 같이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법적으로 ‘5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라고 돼 있고, 이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처벌이다. 하지만 실제 법 집행을 할 때 매우 협소하게 적용하고 있어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Q.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상처를 남기게 되는데, 후유증도 많다고 한다. 이런 성폭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성폭력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우월한 지위나 신체를 활용해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피해자들이 저항을 하거나 예방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스웨덴의 한 연구에 의하면(국민일보 17.6.12) 성폭력 상황에서 피해자는 공포로 인해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긴장성 부동화’(Tonic immobility, TI)를 경험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피해자는 자신이 저항도 못 해보고 꼼짝없이 피해를 당했다는 괴로움과 자책감으로 더욱더 힘들어한다. 저항을 하지 못한 것은 피해자의 잘못도 아니고, ‘동의’를 한 것도 아니다. 성폭력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는 당황스럽겠지만 성폭력 피해 지원하는 곳이 있으니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112에 신고를 하시거나 울산해바라기센터나 성폭력상담소 등에서 도움을 받을 것을 권유 드린다. 


특히 몸에 증거가 남아 있을 경우 씻지 말고, 증거가 될 만한 속옷은 종이봉투에 담아서 보관하고, 응급피임약의 경우 72시간 안에 복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의 경우 상담, 영상 삭제, 사후 모니터링 등 종합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성범죄통합지원센터’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예전에는 피해 영상을 삭제하는 데 피해자가 개인비용을 들여서 하다 보니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 그러나 현재는 피해가 발생할 시 영상을 삭제하고 사후 모니터링하는 것에 대해서는 통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비용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피해자를 ‘피해자다움’으로 규정해 놓고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는 식의 시선으로 피해자를 바라본다면 이 또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힘든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모든 피해자들이 그 힘듦 속에서만 사는 것은 아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그런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일상생활을 잘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할 것이다.

Q. 아동 성폭력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아동 성폭력의 특징과 예방하는 방법을 말해준다면?

아동 성폭력의 경우 더욱더 저항이 어렵다. 아동들에게 저항 교육을 시키기보다는 어른들이 나서서 아동이 안전한 환경과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동의 경우 가해자의 그루밍(Grooming, 사전적 의미는 길들이기, 꾸미기 등을 의미함. 성범죄 시 가해자가 친분을 활용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후 성폭행을 저지르는 것을 뜻함)으로 인해 친밀감과 성폭력을 구분하지 못하고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에게는 몸의 경계를 알려주고 ‘누구라도 몸의 경계를 허락 없이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그리고 혹시나 누군가가 몸의 경계를 침범했을 때는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이런 경계 교육, 배려 교육에서부터 아동 성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

Q. 어린이가 성폭행을 당했을 때 나타나는 징후들이 있다는데, 어떤 것들이 있나?

아동 성폭력 피해의 경우 아동이 언어로 자신의 정서를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복통, 두통, 등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불안해 악몽을 꾸거나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려고 하는 등 피해 발생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아동의 경우 보호자의 지지적인 태도와 안정적인 양육 환경을 통해서 아동의 불안감이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아동이 피해로 인해 심리적으로 힘들어할 경우는 심리치료를 통해서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요즘 언론에도 자주 보도되듯이 디지털 성범죄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처방법,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

얼마 전에도 숙박업소 수십 곳에 카메라를 설치한 가해자가 검거됐는데,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가 자신의 사진이 찍히거나 유포됐는지 모르고 있다가 주변인을 통해 알게 되거나 가해자가 검거된 이후 피해를 인지하게 되기도 한다. ‘몰카’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숨겨져 있는 카메라를 매번 피해자가 발견하고 예방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이유로 피해자가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민 전체의 의식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디지털 성폭력은 ‘유포형, 참여형, 제작형’ 그리고 ‘소비형’이 있다. 제작해 유포하는 경우 범죄로 인식하지만 그런 영상물을 음란물로 소비하는 사람들은 범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음란물 사이트에 유통되고 있는 ‘비동의 촬영, 비동의 유포 영상’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어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범죄 영상을 ‘즐기기 위해서 보는 것’ 역시 범죄다. 이런 불법 영상이나 사진을 소비하는 것 역시 명백한 범죄이므로 이를 소비하지 않는 것이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살리는 일이다.
 

또한 작년에 공중화장실에 불법 카메라 탐지를 위해 예산이 많이 투입됐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자체에서는 공중화장실만 대상으로 점검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간 건물 화장실이 더 많고 이런 곳에 불법 카메라가 설치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인터넷상에 한국 화장실 영상이 많이 검색됐는데, 이런 민간 건물 화장실의 불법 카메라 탐지를 위해 부산, 원주, 서천 등의 지자체에서는 불법 카메라 탐지기를 대여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울산은 아직 그런 사업이 없다. 탐지기 대여 사업에 대해서 울산의 각 구청에서도 벤치마킹을 해서 불법 카메라로 인한 범죄가 예방되길 바란다.

Q. 성폭력 피해자가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을 경우,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이 있던데?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속상담, 집단상담, 개인심리치료는 상시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가 심리적 외상을 극복하고 일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서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피해자 중 환경적으로 취약한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응력과 자아존중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가족들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므로 가족관계와 정서 회복을 위한 가족 캠프를 매년 운영하고 있다.

Q. 현재 성폭력을 당하고 있거나 과거에 당했던 피해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폭력 피해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고 얼마든지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므로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연락 주시면 울산 해바라기센터가 당신과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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