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길을 내는(make a road) ‘애플트리’

박현미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19-05-15 09: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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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울산 마을공동체 탐방기

▲ 조합원들이 어버이날 카네이션 용돈박스를 만들고 있다. ⓒ박현미 시민기자

 

작년 현대중공업에 적을 두고 근무하던 노동자는 명예퇴직이나 회사가 없어져 다른 길을 모색하며 길을 떠나야 했다. 혹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명예퇴직을 고려해야만 했다. 3만5000여 명의 노동자가 그렇게 변화를 맞았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동료도 곧 그다음이 자신의 차례라 여겼기에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늘 같은 얘기를 주고받았으나 그 속에서도 특별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동구 방어동 66-3 가치메이드 교육센터도 그 와중에 만들어졌다. “3년 전 남편이 명예퇴직을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제가 뭐라도 하고 있으면 남편이 덜 불안해하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 공간을 열고 문화센터에 다니면서 배우고, 또 주위에 작품을 보여드리니 강사로 수업을 해달라고 섭외가 들어왔어요.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도 하면서 ‘애플트리’를 만들었어요.” 애플트리는 전하동에 있는 어린이집 이름이다. 서로 뜻이 맞아 모인 열 명의 엄마들이 알고 보니 모두 이 애플트리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던 것이다.


처음에 공예 일을 하게 된 계기도 “엄마는 왜 밖에서 일 안 해?”라며 아이가 물어서다. “결혼해서 육아와 가사 일에 전념하다 보니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잘하는 게 있는지, 내가 잘할 수나 있는지?’ 계속 질문을 던지게 돼요.” 그러한 질문을 배움을 통해서 함께 고민하고 실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가치메이드 교육센터다. 이곳은 정부가 지원하는 지역사회서비스인 ‘직업능력 발달 서비스’를 통해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창업과 재취업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애플트리 공동체는 침체한 동구 경기와 경력단절 여성의 자존감 회복, 주민의 화합 장소를 마련해보자는 의미로 ‘우리 마을 꼼지락 공예 놀이터’를 통해 실용적인 공예 교육을 체험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주민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려는 취지(趣旨)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저는 공동체란 차와 수다로 같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라고 배웠어요. 집에 있으면 우울해지고 시댁 욕하고 한정된 관계에서 늘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데 공동체가 있으면 달라요. 오로지 나를 위해 쓰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이 시간을 간절히 기다렸다는 엄마들이 많아요.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을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재능기부가 활발히 이뤄지고 정보공유나 자신감도 한껏 올라가요.”


이현미 대표는 이제 날개를 펴고 자신이 어디까지 날 수 있을지 시험해보려고 한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십여 년간 문화센터에 다니며, 조금씩 꾸준히 배워 왔던 걸 지금 폭발하려 한다. 육아 지원센터, 구청, 관련 기관에 가야 할 일이 있으면 빈손으로 가는 법이 없다. 홍보 카탈로그를 만들어 공무원들에게 주고 홍보한다. 그러다 보니 전하2동 동장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 동사무소에 장소를 대여해줄 테니 강의를 좀 해달라고 말이다.


‘우리 동네 지식 강사’란 프로그램에서는 예전보다 강사료가 줄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 대표는 수업하러 간다. “제가 가야 저를 뒤따라오는 분들이 강사로 계속 나갈 수 있어요. 그래서 선뜻 응하게 돼요. 또 이 공간이 조합원들에게 수업기회의 장(場)을 주고 강사 경험을 쌓게 해서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돼요.”


오는 18일 ‘제1회 전하2동 찾아가는 음악회’에서는 아나바다와 체험 부스를 통해 그동안 만들었던 공예품을 전시한다. 샤인아트, 냅킨기술, 마크라메(매듭공예), 천연화장품, 핑거니팅(손가락 뜨개질). 비누꽃아트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 미세먼지를 우리 대신 먹어준다는 스칸디아모스는 천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실내장식 소품으로도 훌륭한 이 액자를 가능한 한 양껏 사려고 나는 벌써 벼르는 중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현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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